암 치료제 vs. 탄소 저감 기술, 어느 곳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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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가가 스타트업 두 곳에 대한 투자를 고심 중입니다. 여러분도 계속 읽어보고, 어느 곳을 선택할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스타트업 A는 암 치료용 신약을 개발했다. 매력적인 여러 차트가 담긴 훌륭한 보고서도 있다. 다만 문제는 이 신약이 약이지만 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한 화학식으로 특허도 받았지만, 실제 약리 활성이 없는 플라시보 약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스타트업 B는 중요 산업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했다. 개념 증명도 제대로 되었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조사를 보면 잠재성도 있다.

암 치료와 기후 변화 예방 모두 가치 있는 목표다. 하나는 제품이 효과가 있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느 쪽에 돈을 투자해야 할까?

정답은 두 말할 것 없이 스타트업 A다. 지금의 사회 구조 상으로는 설탕 약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B는 날개를 펼칠 시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의료 분야의 자금 조달에서부터 기후 변화 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 그리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연구 개발의 역할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플라시보 약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아주 부정직한 것은 아니지만, 껄끄러울 일일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완전히 무작위 한 임상 시험을 거친 후에 승인 신청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나이 프라사드 박사의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신약 개발이 아주 타당한 사업 전략이라고 말한다. FDA가 한 차례 무작위 임상 시험을 통해 미미한 생존율 향상만 있더라도, 그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기만 하면, 신약으로 승인해왔기 때문이다. 해당 신약이 승인되면, 미국 보험회사들로부터 약 값을 받아내는 건 시간문제다. 설탕 약으로 임상 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연구진은 임상 3상까지 약 2,200만 달러가 소용될 것이며,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통계적 p값이 0.05 미만이면 된다고 한다. 이 말은 임상 시험을 통해 신약이 효과가 없다고 나올 확률이 5% 미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준에 따르면, 설탕 약이 단순히 운에 따라 무작위 임상 시험을 통과할 확률이 20회 중 1회라는 말이다. 암 치료 신약이 성공하면 (환자들에게 그리 큰 효과가 없더라도) 특허 기간 동안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베팅이다. 20회에 2,200만 달러씩 쓰더라도, 그중 한 번만 성공하면 수십억 달러가 굴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제약 산업이, 비슷한 약일 수는 있어도, 순전히 플라시보 약을 가지고 임상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소위 면역 관문 억제제를 비롯해 1,000건 이상의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인다.

하지만 머크의 키트루다 같은 관문 억제제들은 진정 획기적인 약물이지만, 최근 많은 임상 시험을 보면, 여기에 “생물학적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없는” 다른 약물을 혼합한 제재를 가지고 임상을 치르고 있으며, 추가로 약물을 혼합했다고 해서 효과가 좋아진다는 증거도 없다. 그럴만한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합리화되는 것이다.

제약 회사들에게 일종의 지대 추구 행위의 하나로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이런 의약품 가격을 지불하는 재원이 더 큰 문제다. 이 재원은 민간 의료 보험 회사들과 공공 의료 보험 기관에서 나온다. 따라서 영국 국민 건강 보험같이 재정난에 처한 기관은 (위 설탕 약처럼) 효과가 미미한 암 치료제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비록 대상 환자 수는 작더라고, 상당한 자금이 희귀 의약품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의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우리 사회가 의료 행위의 효과가 비록 미미하더라도, 생명 연장 또는 향상이 있기만 한다면 거기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혁신 기술에는 이만큼 강한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나라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탄소를 그냥 배출해도 벌금을 받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포집 관련 제품 시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유망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스타트업 B 같은 업체들이 수없이 허망하게 사라지거나, 사업을 접었다. 오늘날 “청정 기술” 개발을 후원하는 이들은 이상주의자 거나, 아니면 낙관론자일 것이다..

한편 암 치료제의 약가를 낮추기 위해 많은 계획이 추진 중이지만, 이는 역으로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프라사드 박사의 연구진은 신약 승인을 위해서는 적어도 2회의 임상 시험이 필요하며, 약가를 환자에게 나타난 약효와 보다 밀접하게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스타트업 A 같은 사례가 줄어들 것이고, 약효를 결정하는 초기 단계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 빌 게이츠는 최근 기후 변화에 대해 유일한 해법은 “기존의 제품 생산 방법, 식량 재배 방법 및 이동 방법의 획기적인 발전 말고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R&D에 더 많은 투자를 촉구했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말로만 탄소 저감 혁신을 채택하라고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기술 진보가 탄소 배출권 거래의 대안은 아니다. 오히려 그 결과물이다. 즉, 탄소 배출권 거래를 강화시켜 기업들에게 인센티브가 있어야만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의학적 진보라도 수용되는 분위기는 이 분야의 성장이 그만큼 둔화되고 있으며, 과학적 돌파구가 점점 더 찾기 힘들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연구 개발 투자, 그리고 그중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는 크게 늘었을지 모르지만, 그중 대부분이 의미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고 있다. 이 상황을 바꿔놓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혁신을 이루려면, 혁신을 요구해야 한다.

아무튼, 탄소 포집 기술보다 설탕 약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큰 세상이다.

자료 출처: Financial Times, “Cancer or climate change: which cure would you invest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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