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 회사들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규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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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1조 달러 가치를 넘긴 회사는 단 두 곳이었다. 처음은 애플로, 8월 2일 시가총액 13자리를 넘겼다. 그리고 정확히 3개월 동안 이 자리를 지키다가, 11월 2일 장 마감 시 9,866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음은 아마존 닷컴으로, 9월 초에 장중 1조 달러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이 이정표는 IT 산업이 얼마나 미국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지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 기업계와 사회에 전면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들 실리콘 밸리 회사들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IT 업계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고점 대비 거의 20% 하락했고, 아마존의 경우 26% 줄어들었다. 지난 월요일 하루에만 애플의 주가는 4%나 미끄러졌다. (아마존은 5% 하락했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미국 IT 산업 내 다른 대형 업체들도 벌하고 있다. 알파벳은 고점 대비 약 20% 하락했으며, 페이스북은 그보다 2배나 더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10% 하락했다.
요즘 시장이 별나서 그런 게 아니다. 이들 대형 IT 회사들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최근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더 이상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 것임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였다. 아마존의 온라인 소매 판매 역시 4분기 연속 감소해 왔으며, 지난 10월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좀 우울한 쇼핑 시즌을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라임 회원 수의 증가도 정체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주요 소셜 네트워크가 상당히 둔화되었고, 점점 더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서비스의 성장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광고 사업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미 2년 전에 미국에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사용자 증가도 멈췄다.
지난 몇 년 동안 IT 회사들이 전혀 엉뚱한 길을 걸어오는 모습에서 현재 진행 중인 주가 하락은 이미 예견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2012년 이미 똑똑한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스마트폰에 적응하지 못하면, 추락을 면치 못할 거라고 경고했으며, 애플의 성장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해 언론인, 기업인 및 경제 전문가들은 IT 산업이 거품인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및 2017년에도 계속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유형적 기준으로 봐도 대형 IT 회사들은 경이적인 성장을 이룩해 온건 사실이다. 역사상 지금까지 애플, 아마존 또는 알파벳의 구글만큼 영향력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규모의 회사들에서 매출 증가가 둔화되는 현상은 언제나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제 모두가 어리석은 예측은 거둬들일 때가 되었다.
물론, 상장 회사들은 아무리 어리석을지라도 시장의 예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리콘 밸리 회사들은 두 가지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하나는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신사업을 모색할 필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 중 하나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다.
우연치 않게, 대형 IT 회사들의 지배력 증가는 곧 그들이 세계 경제, 문화 및 정치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염려로 이어졌다. 대형 IT 회사들이 성장하면서, 실리콘 밸리의 독점적 경향, 민주주의와 시민 담론에 대한 왜곡된 영향 그리고 그들의 제품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비판도 더 크게 불거졌다.
미국 IT 회사들에 대한 새로운 규제는 아직 미미하지만, 그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형 IT 회사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새로운 사업에서도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독점 금지 조치를 취하라는 목소리가 커져온 것이다. 현금이 풍부한 대형 IT 회사들은 사업이 성숙해 감에 따라, 앞으로도 더 많은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행동이 지금까지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박수를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독점 금지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과 아마존이 구축한 시장 지배력에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지만, 어느 곳도 독점 금지법에 대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화당 대통령 및 대법원과 대형 IT 기업들의 이익이 충돌하게 되면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갈등의 전선은 미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서양을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구글과 경쟁하고 있는 유럽 기업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구글에 대한 유럽의 압력 또한 커질 것이다.
프라이버시나 허위 정보에 대한 규제가 더 엄격해지는 것도 대형 IT 회사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들이 선제적 조치를 취해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허위 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로 수천 명의 콘텐츠 조정 인원을 배치했다. 페이스북의 CFO 데이비드 웨너는 올여름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용자 통제가 커지게 되면 매출 증가도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일부의 움직임 또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잠재력이 있다. 중국 검열 기관과 협력해 검색 엔진을 구축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하려는 구글의 계획이 보도되자, 임직원들의 사임이 이어졌다. 이는 이전에 인공 지능 시스템을 구축해 미 국방부를 도우려던 계획에 불만을 품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긴장의 씨앗은 이미 실리콘 밸리가 비상하던 기간에 뿌려졌다. 시장이 방향을 바꾸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시점에서 이런 일들이 터진 것은 어느 정도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러한 긴장감이 가려져 온 것에 불과하고, 때가 되면 다시 등장할 것이다. 대형 IT 회사들과의 싸움은 막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루니 툰’에 나오는 와일 코요테처럼, 절벽을 지나 내달리고 있는 상황이며, 아직 바닥을 내려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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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Bloomberg, “Sell-Off Prompts Soul Searching: Is Peak Tech N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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