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맞는 2018년을 기념해 tvN에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방영했습니다. 미국의 이권을 위해 조선에 주둔한 검은 머리의 미 해병 장교 유진 초이와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고애신의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 연애사였습니다.
드라마는 일본의 악랄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거쳐 각종 신문물을 구비한 근대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당시의 목판화 작가 토요하라 치카노부의 목판화 작품을 통해 본 메이지 시대 일본의 모습입니다.
(헌법 선포식 후 황실의 거리 행렬, 1889)
2018년은 일본이 메이지 유신(明治 維新)을 선포한지 150주년 되는 해이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도쿠가와 막부의 지배에서 벗어나 공식적인 왕정으로 복구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천황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여전히 작았다. 그럼에도 일본 역사에서 메이지 유신은 큰 전환점이었다. 이를 통해 번 제도 폐지, 입법부와 헌법 정부 설립, 산업화, 징병 제도, 공교육 제도가 도입되면서, 1912년 메이지 천황이 세상을 떠났을 무렵 일본은 세계 강대국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1850년대 이후로 사진이 일본의 중요한 변화를 담아내 온 중요한 매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본 전통 목판 인쇄 또한 여전히 큰 역할을 했다. 1868년부터 1912년 사이 일본의 사회 변화를 훌륭하게 묘사한 많은 판화 작품이 남아있다. 그중에도 토요하라 치카노부(豊原周延; 1838-1912)의 작품이 특히 유명하다.
치카노부는 메이지 유신 20년 전 태어났다. 1860년대 내전에서 도쿠가와 측에 가담해 싸웠다. 메이지 정부가 탄생한 후에는 판화 작가로 변모했다. 훌륭한 전쟁 판화가였지만, 아래 판화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외 다른 여러 장면 또한 판화로 표현하기도 했다.
(학교 합창단)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는 서양 복장이 크게 유행했다. 메이지 시대 정치인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는 서양식으로 지은 집에서 성대한 파티를 개최하곤 했다. 여성들에게 화려한 서양 드레스를 입도록 권장되었고, 메이지 시대 판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몇 년이 지난 후, 판화에 일본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메이지 정부의 첫 번째 일본기는 1870년 채택되었다. 현재의 일본기와 욱일기 모두가 사용되었다.
(조선인의 봉기를 묘사한 판화에 등장한 일본기)
일본은 점차 아시아 각국의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1870년대 조선과 총포로 무력 외교 관계를 맺었다. 20년 전 서양이 일본에 펼친 것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조선은 1905년 일본의 보호령이 되었고, 1910년 식민지로 전락했다.
메이지 시대 동안 일본 내 주요 도시에 서양식 건물이 세워졌다. 하코다테와 고베에 가면 당시 건물이 남아있다.
(경마를 관람하고 있는 황실; 1885)
메이지 유신 전 몇 세기 동안에는 천황이 대중 앞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 관행이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에 바뀐 것이다. 메이지 천황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해당 사진이 공공건물에 걸렸으며, 목판화에 그려지게 되었다 토요하라 치카노부의 판화에도 자주 등장했다.
(1887년 황실)
메이지에 이어 천황에 오른 다이쇼(1999-1926)도 때때로 등장했다.
(메이지 천황의 헌법 공포)
1889년 일본 정부는 아시아 최초로 서구식 성문 헌법을 공포했다. 일본의 제국 헌법 (메이지 헌법)은 1890년에 발효되어, 1947년까지 공식적으로 효력을 유지했다. 이 헌법은 메이지 시대 과두 정치인들이 만들었다. 메이지 정부의 정치인들은 프러시아(이후 독일)를 모델로 삼았다.
(일본 중의원)
메이지 시대의 국가 입법 기관은 일본 의회였다. 1890년 처음 양원제로 소집되었다. 하원은 선출직 중의원들로 구성되었고, 상원은 귀족들로 구성된 귀족원이었다.
(일본 귀족원)
치카노부는 1차 중일 전쟁(1894-1895)과 러일 전쟁(1904-1905) 기간 동안, 아래 같은 전쟁 판화를 상당수 남겼다.
(압록강 전투; 1904)
1905년 일본은 러시아를 패퇴시켰다.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가 서방 국가를 누른 일이었다. 이후 일본은 세계 무대에서 무시 못 할 세력으로 부상했다. 토요하라 치카노부와 메이지 천황 모두 1912년 세상을 떠났다.
자료 출처: Kevin Shau. “Meiji at 150: The Prints of Toyohara Chikano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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