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계정을 여럿이 같이 사용하다 보면, 서로 온갖 은밀한 사생활까지도 공유하게 된다. 어떤 책, 어떤 영화, 심지어 어느 브랜드의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까지 알게 된다. 다른 많은 가족들처럼, 우리 가족도 이 온라인 유통 공룡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아버지나 누나가 물건을 주문할 때마다, 내 앱에는 “주문하신 제품이 곧 도착합니다!”라는 빨간색 팝업창이 뜬다.
최근 들어, 그런 빨간색 팝업창이 일주일에 몇 차례씩 뜨기 시작했다. 2018년에만 우리 가족은 아마존에서 거의 7천 달러나 되는 물건을 샀다.
쇼핑할 만한 시간과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정확히 그 반대였다. 몇 년 전, 85세였던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일상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버지는 넉넉한 연금을 받고 있지만, 24시간 요양비를 비롯해 상당한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간신히 적자만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즉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셨다. 아버지 혼자서 쇼핑을 할 수도 없고, 간병인을 전문 약국과 의료용품점에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마존 프라임은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전직 대학교수로 훌륭한 서재, 아니 도서관을 만들어 아버지는 주로 책만 아마존에 주문했었다. 이제 아버지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은 아마존에서 가져다주고 있다. 물리치료용 공, 환자용 좌변기 거치대, 사용이 더 쉬운 휠체어, 싼 단백질 분말 통, 심지어 고양이 깔개와 티셔츠같이 잡다한 것들까지 말이다.
더 단순한 볼 때, 미국에서 엄청나게 부족한 의료 서비스와 노인 보호 시스템 속에서, 아마존 프라임은 그 대안으로 한 줄기 빛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아마존에 대한 계속된 부정적 보도들, 즉 물류 센터의 열악한 노동 조건, 무자비한 화이트칼라 기업 문화, 아버지가 두 곳의 새 본사를 가리키면서 “기업의 뇌물”이라고 부른 것 등등을 보면, 아마존이 마치 악마와 거래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곤 했다.
아버지는 학계에 들어가기 전 공장 노동자였고, 노조 조직 위원이었으며, 자장가로 ‘솔리드리티 포에버’를 불러주시곤 했다. 아버지는 과거를 생각하면, 노동 환경이 형편없는 독점 기업에 의존해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은 일종의 배신이었고, 잔혹한 일이었다.
누나 킴도 이런 아이러니와 마주하고 있다. 누나는 지난해 60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화학 치료로 면역 체계가 파괴되었고, 7개월간 휴가를 얻었다. 누나는 겨울에 접어들면서 독감으로 건강이 악화될까 걱정스러워, 거의 문밖을 나가지 않고, 아마존 프라임에서 화장지, 플리스 재킷, 레몬즙 짜는 자루, 식사용 포크, 데오드란트 같은 평범한 물건들을 대량 주문하기 시작했다.
암 치료 횟수가 잦아지면서, 아마존에서 보낸 빨간색 팝업창은 다른 항목들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가발 모자, 휴대용 알약 케이스, 성공회 기도서, 암을 낫게 해준다는 성 페레그린 메달 등등.
누나는 화학 치료로 치질이 심해졌어도, 자신을 보살피고 있는 형에게 목욕용 소금과 여성용 청결제를 사다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된 점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장애 수당으로 생활이 감당되지 않게 되자, 아마존 할인 상품을 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27롤 화장지를 16달러 97센트에 주문하기도 했다.
누나는 평생을 호스피스 병원에서 사회 복지사로 일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삶의 끝자락이 어떤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뼛속부터 진보주의자인 누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자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동성 결혼에 대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곤 했다. 암 치료를 받으면서, 누나의 지갑은 물론 가슴까지 메말라갔다. 그러면서 내게 “연명 수준이 되면, 덜도 말고 기분이라도 좋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 그런 연명 수준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장애로 인해 이동에 영향이 있는 미국 성인 7명 중 1명, 또는 만성 질환자의 60%, 또는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4분의 3의 노동자들, 또는 아마존의 주문 이행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9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나처럼 아프지도 않고, 장애도 없으며, 시골에 살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아마존 프라임은 경제 성장으로 인한 압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내가 아마존을 사용하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한 번의 클릭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물가가 치솟고 있는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은 엄청난 풍요와 자유 시간을 가진 건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드라이브스루로 음식을 사지 않고, 월그린스 대신 개인 약국을 사용하고, 저렴한 마트를 이용하지 않으려면, 신체 건강하면서 돈과 여유 시간도 많아야만 가능하다. 미국인 중 거의 3분의 2가 아마존에서 물건을 샀고, 95%가 월마트에서 쇼핑을 했다.
내가 이런 푸념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아마존을 국유화해 버려야 한다.”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사라 제페의 말을 빌자면, “어떤 회사도 그런 힘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대기업에게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위해 사회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62%가 노동조합에 찬성하고 있으며, 퓨 리서치에 따르면, 58%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 수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흔히 있는 모습이며, 사무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중에는 대기업을 옹호하는 이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누나가 경험한 것처럼, 근근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큰 그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접근하기 어려운 노인 요양 제도, 불충분한 의료 보험, 정체된 임금, 긴 노동 시간 등과 별로 상관이 없기 때문에 기업의 독점이 국가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식기 세제에서부터 월급에 이르기까지 그중 어떤 하나라고 독점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미국 자유당 대통령 후보였던 해리 브라운은 정부가 국민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그러고 나서 목발을 건네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자유 시장의 열렬한 옹호자인 브라운이라면 저렴한 편의성의 경제라고 말했을 것이다. 아마존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불안정성을 정확하게 활용하고, 그리고 자본주의로 인한 고통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려주고 있는 기업의 전형이다.
자료 출처: The New York Times, “Hate Amazon? Try Living With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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