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전쟁을 간략히 소개한 이코노미스트지의 글입니다.
양국에 벌어졌던 반도체 관련 분쟁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글 말미에 미국에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한국으로 바꿔도 무방한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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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어찌할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고 있는 무역 분쟁은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주된 무기는 관세다. 자동차에서 철강에 이르까지 구식 경제 시장이 주요 전장이다. 미국의 농부와 공장이 대통령의 생각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공감대에 따라 협상이 맺어질 수도, 깨질 수도 있다. 따라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이번 주 G20 정상 회의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이 주목되는 것이다.
무역 분쟁은, 대체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지만, 기술 주도권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21세기 판 전쟁이기도 하다. 인공 지능에서 네트워크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중 가장 근본이 되는 전투는 반도체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려는 미국 입장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중국의 야망이 가장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곳이 바로 반도체 산업이다. G20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가든, 양측의 분쟁은 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컴퓨터 반도체야말로 디지털 경제와 국가 안보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차도 컴퓨터로 움직이고 있고, 은행 또한 컴퓨터로 돈을 굴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최첨단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곳은 미국과 한국 및 대만 같은 동맹국의 기업들이다.
(줄어들고 있는 최첨단 미국 반도체 업체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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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중국은 여전히 최첨단 반도체 공급을 다른 나라의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면서 원유보다 반도체 수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매출 상위 15개 기업 중에 중국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중국은 트럼프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따라잡을 의도를 분명히 한 바 있다. 2014년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1조 위안(약 16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반도체는 2015년 시작된 국가 발전 계획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에서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 최첨단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야심은 트럼프의 전임자에게도 걱정거리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인텔이 최신 반도체 중 일부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게 막았고, 2016년 중국 기업이 독일 반도체 업체 인수를 방해해 좌절시켰다.
그가 퇴임하기 전에 발표된 백악관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보조금 정책과 강제 기술 이전에 대해 조치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다른 국가들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과 대만은 자국 반도체 업체가 중국 기업에 인수되지 못하게 하고, 지적 재산권의 유출을 막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전쟁이 트럼프 이전 시절부터 벌어지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대통령에 오르면서 더 격렬해졌다. 미국 대표 기업 퀄컴을 싱가포르 기업이 인수하려던 시도를 막았다. 이 역시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올해 초,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中兴通讯)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시키자, 며칠 만에 이 업체는 파산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영향에 놀라기도 했고, 시진핑의 호소에 흔들린 트럼프는 신속히 제재를 완화했다.
이런 이유에는 두 가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은 반도체 기술에 대한 우위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백악관은 또 한 곳의 중국 업체 푸젠 진화(福建晉華)에게 기밀을 훔쳤다는 혐의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했으며, 신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둘째, 중국에게 반도체 자립을 이뤄야 할 인센티브가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 시진핑은 ZTE 사건 이후 핵심 기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중국 IT 대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및 화웨이는 반도체 제조를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 업체들을 방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올해 초 퀄컴은 중국 규제 당국의 발목잡기로 독일 업체 NXP 인수를 포기했다.
그런데도 양국의 이해관계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중국산 반도체에 의존하게 되면 해킹 문제 등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미국의 우려는 일면 타당하다. 미국이 자국 기업들을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한,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야심은 공허해 보인다. 중국은 따라잡아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미국은 계속 앞서나가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미국이 얼마나 더 이 길을 걸을 것이냐 또한 어려운 문제다. 백악관의 보호주의자들은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안될게 뻔하지만, 어쨌든 잘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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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세계화의 첨병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당 16,000곳의 납품업체를 거느리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해외에 있다. 또한 이들 기업에게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다. 퀄컴의 경우 매출의 3분의 2를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업계를 2개로 나누려는 시도는 미국의 업체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그리고 불공정한 경쟁과 진실한 경쟁을 구분 못하는 뻔뻔한 적대적 행동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도 쓸데없는 일을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은 첨단 반도체의 설계 및 생산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따라오려는 중국의 발걸음은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발걸음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비상이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듯이,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와 기업 자원을 조화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은 다른 국가, 특히 대만의 기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 정책을 펴고 있다. 화웨이 같은 기업은 입증된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밀려들어오는 인텔 반도체를 막고, 국내 슈퍼컴퓨터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더욱이 세계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서려는 중국의 노력은 시의적절한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의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이 무어의 법칙도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에서부터 특화된 인공 지능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새로운 기술로 옮겨감에 따라 중국에게도 희박하지만 따라잡을 기회가 생겼다.
따라서 미국의 올바른 접근 방식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과 더불어 세계 무역기구에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예를 들어, 강제 기술 이전과 지적 재산권 도둑질)에 대해 제소하고, 국가 안보로 정당화되는 한도 안에서 중국 내 투자를 차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미 반도체 연구에 더 많은 정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인재 유치를 위해 문호를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중국산 반도체가 더 발전하고, 널리 보급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 보장을 위한 적절한 시험 절차를 개발하고, 부주의하게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데이터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G20 정상 회담의 주제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몇 년 후 반도체 산업의 상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자료 출처: The Economist, “Chip wars: China, America and silicon suprem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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