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10월 아침, 지질학회 회원들이 런던 피카딜리의 학회 강당을 꽉 매웠다. 그중 하나가 “전혀 소개가 필요 없는 분을 모시게 되었다.”면서 한 과학자를 소개했다. 그들은 이 과학자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이어 독립 원유 회사 허리케인 에너지(Hurricane Energy Plc.)의 CEO 이자, 일평생을 암반과 함께 살아온 로버트 트라이스(Robert Trice) 박사가 연단에 올랐다. 안경을 고쳐 쓰고, 회색 머리칼을 쓰다듬 후, 수십억 달러짜리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Robert Trice)
셰틀랜드 군도 연안 부근 20미터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드릴 날로 해저 바닥을 뚫을 계획이다. 그리고 한때 원유 품었던 사암층을 지나 곧장 단단한 화강암 단층까지 뚫고 나갈 것이다.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기반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어서 드릴을 옆으로 돌려, 희망이지만, 자연 형성된 수많은 크랙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의 분석이 맞는다면, 이 크랙에 원유가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를 부자로 만들어줄 원유 말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업계 사람들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아니면 지질학적으로 터무니없다는 이유로 그의 생각을 혹평해 왔다.
트라이스 박사는 강연한 점심 식사 중에 “그들과 논쟁하는데 지쳤습니다.”면서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 그들은 보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질학 박사인 그는 30년 동안 원유 업계에서 일해왔고, 2005년 자기 집 정원 창고에서 허리케인을 설립했다. 그는 곧잘 자신을 셰일 시추의 아버지이자 개척자인 조지 미첼(George Mitchell)에 비교하곤 한다. 미첼 또한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주장을 홀로 외치다가 마침내 억만장자로 올라섰다.
미첼은 1980년대 셰일 암반을 수력 파쇄(hydraulic fracturing) 또는 “프랙킹(fracking)”하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수천 곳의 유정을 뚫으면서 30년을 보낸 끝에, 그의 선구적인 기술은 미국 원유 산업에 널리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러자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이 되었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미첼은 2013년 94세를 일기로 20억 달러의 재산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셰틀랜드 군도의 서쪽 대서양 아래의 화강암 단층이 또 하나의 페미안 분지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트라이스 박사의 지질학 분석이 맞는다면, 수십억 배럴의 원유를 품고 있음이 증명될 것이다. 트라이스 박사가 성공한다면, 1970년대 북해 유전 탄생 이후 시추 활동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사면초가에 몰린 영국 원유 산업에 상당한 활력소가 될 것이다.
북해 유전에서 초반 경력을 쌓았고, BP의 CEO를 지낸 존 브라운(John Browne)은 “그곳 기반을 프랙킹 하는 일이 더 이상 근거 없는 믿음은 아닙니다만, 시추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아닐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트라이스 박사의 성공 여부는 곧 밝혀질 예정이다. 가혹한 바다의 상황에 대비해 특수 제작된 부유식 원유 생산 선박이 현재 영국 해협을 통과해 북해로 항해 중이다. 허리케인 에너지의 계획은 2019년 상반기 이 선박을 이용해 두 곳의 유정을 뚫는 것이다. 트라이스의 모델이 예측한 것만큼 지하의 압력이 유지되고, 서로 연결된 화강암 단층의 크랙에 담긴 원유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올 수 있어야 한다.
기반의 위치
(허리케인 에너지는 2019년 초 화강암 단층을 크랙킹 해 원유를 채굴할 예정이다.)
허리케인 에너지의 위임으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지대 중 한 곳이 랭커스터(Lancaster) 지역에 5억 배럴의 채굴 가능 원유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브렌트유 유가를 배럴당 65달러 잡았을 때, 거의 33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규모이며, 이중 상당 부분이 영국 정부의 세수가 될 것이다. 또한 허리케인 에너지는 수십억 배럴의 원유가 더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두 지역도 탐사하고 있다.
영국의 해저 기반에서 원유라는 보물을 찾아내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트라이스 박사는 학계에서 어느 정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10월 강연 중, 청중 속 한 지질학자는 좌석에 기대어 트라이스 박사의 화강암 단층 프랙킹 설명을 듣는 중간중간 나지막이 “그래!”를 연신 내뱉으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BP의 북해 유전 대표 아리엘 플로레스(Ariel Flores)는 “화강암 단층 프랙킹을 통한 원유의 생산성과 그 지속성이 문제입니다.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주요한 위험은 암반 아래에 있다. 사암층은 스펀지와 비슷해서, 유체가 들어갔다 나오길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화강암 단층은 유리 조각과 같다. 두 개의 별도의 곳에서 유리 판을 프랙킹하면, 그 내부에서 약간의 원유를 뽑아낼 수 있겠지만, 두 곳을 서로 연결할 수 없다.
트라이스 박사의 계획은 화강암 단층 도처에 수많은 곳을 프랙킹해 서로 연결되게 만들고, 원유 다닐 수 있는 일종의 고속도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탄성파 반사 이미지를 보면, 이런 네트워크의 존재하는 듯하지만, 이미지가 너무 흐릿하다. 또한 이 계획은 프랙킹을 통해 생산된 원유가 해양으로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에 의존하고 있다.
허리케인 에너지의 최대 투자자인 케로진 캐피털의 상무 이사 로이 켈리는 “트라이스 박사처럼 오로지 화강암 만을 탐사하고 다닌 사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니까요.”라고 말한다.
BP는 현재 스코틀랜드 해역에서 허리케인 에너지의 구역 근처의 보다 전통적인 사암층을 시추하고 있다. 아마 이 지역에서도 비슷한 화강암 단층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플로레스는 허리케인 에너지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앞으로 2년 안에 이 기반에서 자체적인 시추를 통해 유정을 개발하게 될 것이고 말했다.
(이 부유식 원유 생산 및 저장 선박이 허리케인 에너지의 랭카스터 지역으로 떠났다.)
트라이스 박사는 엔터프라이즈 오일에서 초기 경력을 쌓았다. 이 회사는 2002년 로열 더치 쉘에 인수되었다. 그가 베트남과 이탈리아에서 성공한 사례를 들어 대서양 화강암 단층에서도 시추를 제안하자, 쉘의 답변은 거절이었다. 의사 결정이 느리고, 관료적인 대형 원유 회사들은 증명되지 않은 곳에 투자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2004년, 트라이스 박사는 허리케인 에너지 설립을 중단했다. 자금을 구하러 다니면서, 금융 업계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처음 투자한 사람은 고향인 영국의 엘튼에서 택시 기사의 제안으로 만난 지역 유지였다.
허리케인 에너지에서 처음 뚫은 유정에는 원유가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콸콸 뽑아낼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했다. 2014년, 유가가 절벽에서 급락한 직후, 트라이스 박사는 랭카스터 지역에서 1km 길이의 수평 유정을 시추했다.
이곳에서 일간 약 10,000배럴의 원유가 쏟아져 나왔다. 훌륭하지 않았지만, 계속 진행할 수 있을 만큼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해 말 허리케인 에너지는 주식 상장으로 1,800만 파운드(약 260억 원)를 조달했고, 전환 사채도 발행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랭카스터 주변 지역의 탐사 작업을 확대했고, 더 많은 원유를 발견했다. 또한 랭카스터의 초기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로 5억 달러(약 5천억 원)를 조달했다.
8월이 되자, 센트리아가 지원하는 스피릿 에너지(Spirit Energy)가 허리케인 에너지의 후보지 중 두 곳인 링컨과 워윅 지역에 탐사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합의했다. 허리케인 에너지의 현재 시가총액은 8억 3,100만 파운드(약 1조 2,500억 원)이며, 트라이스 박사의 지분은 1.3%이다.
트라이스 박사가 원유를 발견하긴 했지만, 비평가들의 의심을 떨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원유를 생산해 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의 발견이 있은 후, 헤리엇-와트 대학의 지구 물리학 교수 두 명이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트라이스 박사가 이겨내야 할 과제를 개략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들은 트라이스 박사의 아이디어가 흥미롭긴 하지만, 과거 그런 종류의 유정에서는 처음 원유가 솟구치다가도 점점 나오는 양이 작아지곤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허리케인 에너지가 원유를 성공적으로 생산한다 해도, 그중 일부는 점성이 너무 높고, 중질이어서 상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트라이스 박사의 입장은 확고하다. 다른 랭커스터 같은 지역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전화 통화에서 트라이스 박사는 “기본적으로 기회를 썩히고 있다고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반 프랙킹이 작동한다면 왜 영국이라고 안되겠습니까? 아주 간단한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자료 출처: Bloomberg, “Is a Shale-Sized Oil Boom Hiding in Britain’s Atlantic Bed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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