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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되는 단계는 이렇다.
무언가에 대해 듣는다.
그냥 믿는다.
가끔 나중에 시간이 나면,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 가끔이란 누가 “확실해, 내기할 수 있어?”라고 되묻는 경우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시장 예측을 읽어 보고 있을까?
다른 투자자의 움직임을 매수/매도 결정의 근거로 삼지는 않고 있나?
위에서 “확실해, 내기할 수 있어?”라는 말은 투자자의 섣부른 행동이 곧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미리 조사해 보지도 않고 믿어버리고, 이 믿음을 그냥 내뱉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확실해, 내기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받고 나서야, 자기 믿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투자자들은 매일 각종 금융 뉴스, 시장 예측, 투자 조언,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에 휩쓸리고 있다.
이처럼 끊임없는 투자 정보의 대홍수 속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자의 이야기만 믿고 투자 결정에 나서고, 결국 엄청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재무 분석과 연구 조사를 통해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대신, 분 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전문가의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여기에 왜 투자했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확실해, 내기할 수 있어?”라는 도전에 “물론”이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암스테르담 증권 거래소)
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원인 그리고 하락하는 원인은 모두 세 가지다. 인도의 상황, 유럽의 정치 및 시장 자신의 마음이다. 마지막 원인의 경우는 뉴스거리가 거의 안된다. 곧 이를 상쇄하려는 힘이 주가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버리기 때문이다. - 조셉 드 라 베가(Joseph de la Vega; 1688년)
17세기 작가 조셉 드 라 베가에 따르면, 주식 시장은 오로지 정치, 인도의 상황 및 시장 자신의 마음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원인은 이야기의 힘에서 비롯된다.
유럽 내 정치권의 국면이 인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 주는 의미”를 예측하고 있는 17세기 전문가를 상상해 보라.
이 기간 동안 네덜란드 증권 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자의 의견과 매일 뒤바뀌는 뉴스에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이해하고 있던 투자자는 드물었다. 따라서 시장 조작은 아주 쉬웠다. 투자자들에게 그들이 매일 거래소에 열망하는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를 던져 주기만 하면 됐다.
이윽고 약삭빠른 투기꾼들이 틀린 정보가 담긴 메모지를 거래소 주변에 슬쩍 흘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투기꾼들은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싶다면, 종이에 적어서 사람들이 모인 곳에 실수인 척 흘리기만 하면 됐다. 종이를 주워 읽은 사람은 보물을 발견했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파멸로 인도할 편지를 받은 것이었다. - 조셉 드 라 베가
그들의 희생자인 순진한 투자자들은 서로 떨어진 종이를 주우려고 난리 법석을 벌였고, 가짜 정보로 투자했다. 물론 이 가짜 정보로 이익을 본 투자자들도 있었다. 다른 투자자들이 투기꾼들이 보유한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어 계속해서 주가를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속임수가 성공했던 것을 보면,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스스로 분석하고 조사할 능력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 투자들은 가짜 정보에 언급된 회사의 상태를 거의 의심하지 않았고, 동료 투자자가 사면 그냥 따라사는 식이었다.
‘그가 이 주식을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뭔가 알고 있는 거여 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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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투자자들은 같은 속임수에 빠져들었다. 악명 높은 19세기 투기꾼 대니얼 ‘엉클’ 드류(Daniel ‘Uncle’ Drew)는 네덜란드 시대의 방식을 손수건으로 바꿔 사용했다.
드류는 자기 주식을 매도하기 전에 가능한 한 주가를 높여놓기 위해 투자자들이 모여있는 NYC 클럽을 방문했다. 특히 더운 날에는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곤 했는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면서 슬쩍 종이 조각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가 자리를 뜨고, 다른 투자자들이 주워든 종이 안에는 이리 철도에 대한 ‘호재’ 뉴스가 적혀 있었다. 그러면 이들은 앞다퉈 이리 철도 주식을 사기 위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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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뻔한 속임수에 당한 투자자들을 비웃기 전에 먼저, 오늘날 우리 투자자들의 행동은 과연 어떤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바닥에서 주은 메모를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는 없겠지만, 다른 투자자의 예측과 움직임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수없이 많다. 이렇게 스스로 분석과 연구 조사 없이 남이 하는데도 따라 하는 것은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2004년 아래와 같은 예측을 따랐다면 어땠을까?
소문만 요란했던 구글의 기업 공개에 참여한 가엾은 투자자들은 큰 실망에 빠지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리될 것이다. - 2004년 한 헤지 펀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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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5달러로 기업을 공개한 후 구글의 주가 추이)
현대 노무라 홀딩스의 설립자 노무라 도쿠시치(野村 徳七)는 아주 운이 좋았다. 1900년대 초반 일본의 상승장에서 투자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가 계속해서 상승을 구가하던 상황에서, 노무라는 투자한 모든 종목에서 이익을 내는 듯 보였다.
(노무라 도쿠시치)
노무라는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면서도, 계속해서 원칙을 유지했고, 조사 분석 결과 시장이 거품이 끼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일본의 주가 수준을 다른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보고, 일본 주식이 고평가 상태였기 때문에 곧 조정이 임박했다고 생각했다.
노무라는 한 푼도 남김없이 보유 주식을 팔았고(물론 이익을 남기고), 새로운 투자에 나섰다. 바로 일본 시장에 대규모 숏 포지션을 구축한 것이다. 분명 시장 하락에 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무라의 동료 투자자들은 그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노무라는 매일 고평가된 시장이 계속해서 점점 더 상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뇌의 나날을 보냈다. 시장이 하락하면서 노무라의 숏 포지션이 수익으로 전환되는가 하면, 곧 반등으로 돌아서면서 다시 손실로 떨어졌다.
노무라의 숏 포지션의 가치가 하락하자 곳곳에서 증거금을 추가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도쿄 금융가, 1910년)
빚쟁이들이 상환을 요구하며 사무실을 찾아오자, 노무라는 그들과의 대면을 피하고자 책상 아래에 숨기도 했다. 심지어 밀폐된 인력거를 타고 아무도 모르게 사무실을 오가기도 했다.
노무라는 금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무척 쪼들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추가로 숏 포지션을 두 배로 늘렸다. 많은 동료 투자자들의 상승장의 황홀감에 도취되어 있었지만, 노무라는 주식이 고평가되었다는 자신의 조사 결과를 믿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노무라가 미쳐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장과 반대로 한 베팅이 계속해서 실패하면서도 왜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일까?
노무라는 추가 증거금을 빌리기 위해 친구 시바야마를 찾아갔다. 시바야마는 다시 생각해 보라고 설득했지만, 노무라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노무라는 시바야마에게 자기 전 재산 목록을 건네주고 은행에 담보로 잡으라고 말했다. “내가 옳다는데 내 인생을 걸겠네. 어떤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아무 조치도 않는다면, 아무 조사도 않는 것과 뭐가 다르겠나.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이틀이 지나자, 노무라의 생각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일본 주식은 천천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몇 달 만에 88% 추락했다.
노무라의 원칙과 인내심은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숏 포지션으로 현재 금액으로 8천만 달러의 수익을 남겼다.
과거 투기꾼들의 속임수와 스스로 조사 분석을 통해 투자하는 노무라의 대조되는 이야기는 오늘날 투자자들에 충분한 교훈이 될 것이다.
17세기와 19세기, 다른 투기꾼들의 정보에 의존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자 큰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철저한 조사 분석과 이를 통해 인내심을 갖고 투자하는 대신, 가짜 정보에 현혹되어 넘어간 것이다.
반대로 노무라는 투자를 결정한 후 주변 모두의 생각과 예측에 귀를 닫았다. 자신의 투자 결정이 스스로의 조사 분석과 데이터에 입각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신념을 밀어붙이기가 더 쉬었을 것이다.
시장이 “확실해, 내기할 수 있어?”라고 물었을 때, 스스로 조사 분석을 한 투자자라면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투자자의 움직임이나 이야기에 의존해 투자 결정을 내린 투자자라면, 패를 덮는 게 최선일지 모른다.
자료 출처: Jamie Catherwood, “One Expert’s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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