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부터 둥글게 살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거다. 그래서 난 세상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살기에는 세상은 너무 짜증났다. 만일 내 주변이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 갔다면 아마 난 둥글 둥글하게 사는 게 옳다고 생각했을런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수십년간 사회생활하면서 많은 일들이 정의롭고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단한번도 제대로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왠만하면 그냥 한번 눈을 감으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주변에서 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지는 것이다. 나와 친했던 사람들도 슬슬 눈치를 본다. 둘이서 이야기할때는 그렇게 비판적이던 사람들도 막상 내가 공개적으로 한마디 하고 나면 나를 피하기 시작한다. 살면서 어찌 어찌하다 보니 둥근 돌이 아니고 모난돌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모난돌로 살면 무지하게 피곤하다.
세상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으며 정의롭지도 않다. 분명히 저놈이 정당하지 않고 올바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잘된다. 실력이 있고 도덕적이며 인품이 훌륭한 사람들은 중간에 나가 떨어진다. 틀린 것 보고 틀리다고 하면 중간에 다 나가 떨어진다. 거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꼭 사기꾼 같은 놈들이 높은데 올라간다.
얼마전 아들 놈하고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굶어 죽어도 안되는 거는 안되는 거야”한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그놈 성정을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닌데 저놈이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자식교육 시킨답시고 세상이란 이런 것이고 저런 것이니 너무 네 생각대로 하지 말라고 횡설수설 했다. 물론 아들놈은 소귀에 경읽기다. 속으로 네놈도 세상 살면서 고생 많이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기 삶은 자기가 살아가는 것인것을… 내가 아무리 걱정해도 그놈이 내 생각을 따를 리 만무다. 나도 그렇게 못한 것을 말이다. 한 켠으로는 자식놈한테 요령으로 세상살 것을 가르키고 있는 날 보면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낮에 후배가 찾아와서 점심을 했다. 옛날 직장 상사들 인물평을 했다. 모두 둥글 둥글하게 세상을 살면서 제 앞가림이나 했지 언제 조직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노력한 적이 있느냐는 이야기다. 듣고 보니 그렇다. 윗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기만 잘살고 나갔다. 정말 그래서는 안되는 사람들도 그러고 나갔다.
갑자기 둥근돌보다 모난돌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난돌로는 담도 쌓고 집도 짓고 성벽도 쌓지만 둥근 돌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역사에 남은 위인들 중에서 둥근 돌 같은 사람은 정말 드물다. 대부분 모난 돌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도 절대로 둥근 돌이 아니다. 임진왜란에서 자기 부하들 사형을 가장 많이 시킨 장군이 이순신이다. 걸리면 목을 잘랐다. 그는 상급자가 말만하면 반대하고 시키는 것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임금이 시켜도 못들은 척 했다.
어디 이순신 뿐이겠는가? 김구선생이 둥근돌인가? 독립투사들이 둥근돌이었나? 우리나라만 그런가? 전세계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중에서 둥근돌이 어디 있던가? 심지어 내가 좋아했던 법정 스님이나 성철스님도 요즘의 기준에서 보면 무지하게 모난 돌들이다.
그런데 왜 우리 부모들은 우리에게 둥근돌이 되기를 강요했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아들 걱정이 좀 덜어졌다.
그래 세상에 한번 나는 것인데 둥글 둥글하게 아무말 못하고 사는 것 보다는 그래도 할말하고 고칠것 고치고 사는 것이 훨씬 보람된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여러분들 앞으로 절대로 둥근돌 처럼 살지 말자. 스스로 모난돌이 되어 주춧돌이되고 담벼락이 되자.
스티밋을 보면 둥근돌보다 모난돌이 더 활발한 듯해서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말 하는 공간이 스티밋이다. 그런데도 나름 절제가 있다. 난 그것이 좋다. 절제가 있는 모난돌이 모이는 곳. 그러니까 뭔가 쌓이는 것 아닌가?
스티밋에서 모난돌 콘테스트라도 해야 하는 건가?
스티밋 동지들
모난돌로 세상 살아가도 그럭저럭 할만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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