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쌍계사라고 했더니 하동의 쌍계사와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 듯 하다. 필자가 여기서 포스팅하는 쌍계사는 논산에 있는 절이다. 논산지역에 가볼만한 절이 많다. 왜 그런지는 잘모르겠다. 그러나 한군데에 많은 절들이 서로 모여 있으니 구경하기는 편하다. 나같은 경우는 시간이 많은 편이라 이런 곳에가면 며칠을 머문다. 그래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조그만 나라지만 이곳에서 2000년이 넘는 역사가 지났으니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겠는가 ?
쌍계사이야기를 계속하자. 쌍계사의 호젓하고 헛헛한 길을 따라 가면 이층으로 된 누각이 보인다. 이층의 누각에는 쌍계사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쌍계사라는 절 이름을 쓴 것을 보면 이 누각이 일주문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일주문을 부도탑 보다 미리 나와야 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보면 이 이층 누각은 불일문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일주문에 절이름이 씌여 있는데 그 경우에는 그 산의 이름을 먼저 붙이고 다음에 절이름을 쓰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쌍계사 앞에는 산이름이 없다. 쌍계사라고 하는 것이 두개의 계곡에 있는 절이라는 뜻인 듯 한데 주변의 산세가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통상 절마다 있는 사천왕문 같은 것도 없다. 그냥 이 이층 누각이 일주문, 불일문 그리고 사천왕문까지 모두 겸하는 것 같다. 이층 누각 앞에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돌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었다.
절에 들어갔다. 매우 넓은 터였다. 휑한 기분이 들었다. 그 넓은 공터에 있어야 할 무엇들이 없는 듯 했다. 절의 정문에서 대웅전까지는 꽤 넓은 공터가 있었다. 공터의 끝에는 상당한 규모의 대웅전이 있었다. 이 정도의 대웅전이 서 있다면 아마 한때 이 지역 최대의 사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전의 왼쪽에는 명부전이 있었다. 이층누각의 왼편에 자그마한 요사채가 하나 있었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 쌍계사의 길에 들어갔을때 그렇게 넓은 절터가 있으리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렇게 넓은 절터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 절터의 끝에 화려한 대웅전은 나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이 대웅전의 모습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언급을 하겠지만 내가 이제까지 다녀본 충청남도 지역의 대웅전중 최고의 수준이었다. 어떻게 이런 절이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전을 한바퀴돌고 명부전으로 갔다. 명부전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역사는 대웅전과 비슷한 것 같았다. 자장보살을 가운데 두고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10명의 왕들이 서 있었다. 10명의 왕들이라고 해서 시왕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시왕들이 모두 웃고 있었다. 요즘 한참 유행하는 영화 “신들과 함께”에 등장하는 대왕들이 모두 명부전에 있는 왕들이다.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시왕들을 보고 내가 죽어서 사후세계가면 잘 좀 봐 주실라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웅전과 조그만 명부전까지 다 보았으니 어디 갈데도 없다. 명부전 옆에 있는 나무 주변에 바위가 있었다. 거기에 않자 주변을 둘러 보았다. 상당히 넓은 절터에 덩그라니 서 있는 대웅전이 괜스리 쓸쓸해 보였다. 거기에 명부전이 있었지만 그 쓸쓸해보이는 느낌을 덜어 주지는 못했다. 2층 누각에서 대웅전까지의 텅빈 공터가 마치 공허한 내 마음과 같았다. 너무 외져서 그런지 찾아 오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너무 넓은 공터와 너무 큰 대웅전이 나를 외롭게 만들어 버렸다. 작은 것들이 옹기종기 있을때는 외롭지 않았다. 그러네 그냥 넓고 큰 것은 나를 외롭게 만들어 버렸다.
조용히 한쪽 구석에 앉아 그 큰 외로움이 주는 울림을 느끼고 있었다. 쓸쓸한 생각이 밀려온다. 그렇게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쓸쓸함과 외로움이 참 좋았다. 텅빈 공터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외로움을 즐기고 싶거나 쓸쓸함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논산의 쌍계사를 찾아보시길. 그리고 명부전 아래쪽의 나무 옆에서 나도 앉아서 외로움을 즐겼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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