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여행이야기) 쌍계사 가는 길

은진미륵으로 유명한 관촉사 앞에 쌍계사가는 푯말이 있었다. 이 지역에 워낙 많은 절이 있어서 인지 가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관촉사에서 문화해설하는 중년의 여성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은진미륵상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는데 상당한 지식과 식견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젊을 때는 내가 세상에서 최고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보니 세상에 고수들은 무지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워 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웅전의 창살 문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분 말씀이 이지역 전체를 통털어서 쌍계사 대웅전의 창살문양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궁금증이 발동하여 그 다음날 바로 쌍계사로 다시 찾아갔다.

쌍계사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아직도 충청도 골짜기는 깊었다. 길어서 벗어나 시골길을 한참 갔다. 어느 이름 모들 마을을 지나서 쌍계사 입구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바로 앞에 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는 꽤 오래된 것 같았다. 양쪽 야산 사이에 저수지의 수변에 서 있는 나무나 풀들이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저수지를 돌아가는 길을 따라 쌍계사 가는 길이 있었다. 별로 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멀지 않은 길이 너무나 은은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때는 초여름이었다. 풋풋했던 나무의 향기로움을 머금은 저수지를 돌아가는 길 위에 나무들이 무성하게 서 있었고 별로 넓지 않는 길위에는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저 있었다.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없어야 할 자리에는 없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것이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쌍계사 가는 길이 바로 그랬다. 별로 긴 길은 아니지만 그 길은 그저 절에 가는 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 느낌을 즐기기 위해서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가더라도 누가 채근할 사람도 없는 헛헛한 나들이길이니 여유는 내 마음대로 느끼면 될일이다.

조금 걸어가니 왼쪽으로 부도탑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오래된 부도탑들이었다. 부도탑들이 조금은 아무렇게나 놓여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뒤로 자로 잰듯이 줄을 서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조금은 삐뚤삐뚤하고 부도탑들간의 거리도 각각 조금씩 달랐다. 분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절에 들어가는 여행객의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 뜨려 주는 것 같았다. 부도탑 앞에 이 부도탑들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는 해설판이 서 있었다.

평소 절에 갈때면 난 먼저 부도탑을 찾아 본다. 그냥 보아서는 누구의 것인지 알길은 없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삶의 흔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곤했다. 부도탑앞에서서 한참을 구경했다. 쌍계사에 들어가는 길의 헛헛함과 뭔가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듯한 부도탑은 다른 절의 계산된 듯한 그리고 한참은 손이 많이간듯한 모습과 차이가 있다.

워낙 외진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절이라서 그런지 한가로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쌍계사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팍팍해진 삶에서 잠시 여유를 찾으려면 쌍계사 초입을 걸어보기 바란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그 한가로움은 어디서 쉽게 구하기 어렵다. 그리고 마치 아무렇게나 서 있는 듯한 부도탑을 한번 보기 바란다. 그럼 삶에 지친 팍팍한 마음들이 조금은 가라 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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