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실상사 입구로 가는 길

우리나라 절의 대부분은 높은 산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올라가기가 힘들다. 마치 열반에 이르기가 힘든 것 처럼. 내가 어릴때다. 외할머니는 잘 걷지 못하셨다. 무릎이 좋지 않으셔서 바깥을 잘 못나가셨다. 옆에 사는 시누이가 찾아와서 만년의 친구가 되었다. 외할머니가 가끔 돈을 주시면서 절에갈때 시주하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기동을 못하시니 마음이라도 보내신 것이다. 난 높은 절에 갈때마다 외할머니 생각이 가끔씩 난다. 나도 이제 무릎이 별로 좋지 않아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은 꺼려진다. 그러나 몸이 아프면 마음이 가는 법이다.

실상사는 몸과 마음이 같이 갈 수 있는 곳이다. 산아래 자리잡고 있어서 그냥 갈 수 있다. 하기야 요즘은 높은 산에 있는 절들도 차타고 갈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평지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곳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저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석장승을 지나 실상사로 들어가는 길은 도로였다. 경내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을 믿고 걸어갔더니 차들이 모두 다 안에 서 있었다. 노모를 모시고 가는데 좀 편하게 갔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나름의 정취도 느낄 수 있었다. 넓은 곳에서 오는 편안함이다. 길을 따라 가면서 실상사의 담을 보았다. 담을 따라 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를 해 놓은 것을 보았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변함없이 봄은 오지만 이번에 오는 봄은 과거의 봄은 아니다. 변함없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변한다. 나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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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면서 실상사 담과 그 앞의 밭고랑이 주는 편안함이 인상적이었다. 한쪽에는 연못이 있었다. 아마도 연꽃을 피우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리라. 지난 가을에 져버린 연의 줄기들이 앙상하게 남아서 묘한 조형미를 이루고 있다. 어찌보면 삼각형의 연속인 듯 하기도 하다. 또 어찌보면 메뚜기같기도 했다. 메뚜기를 선으로 표시하면 이렇게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물고기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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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입구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길 좌우로 돌탑들이 늘어서 있다. 천왕문앞에 어머니가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평생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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