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도갑사 도선수미비와 사리탑전과 숨바꼭질

월출산 도갑사는 수수께끼 같은 절이다. 처음 그냥 봐서는 도갑사가 어떤 절인지 알기 어렵다. 해탈문이 국보라고 하는데 직접가서 보면 이게 왜 국보인지 아리까리하다. 그러나 해탈문만 보지 말고 해탈문앞에 있는 돌계단과 난간을 보면 그 의미를 알 듯 하기도하다. 해탈문 난간에 있는 문양을 제일 처음에는 태극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마 도선 국사가 세웠다고 하니 주역과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가만히 자세히 보니 그게 태극이 아니라 구름같기도 했다. 대부분 절의 난간은 구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종묘의 난간이 구름모양인 것 처럼 말이다. 혹시 대웅전앞에 계단과 난간이 있다면 잘 살펴 보시길. 난간은 마치 구름처럼 묘사되어 있다. 종묘의 난간이 마치 구름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계단과 같은 것 처럼 절에 있는 계단의 난간도 마치 구름과 같다. 극락의 세계에 올라가는 길이다.

도리천에 올라가는 길이 바로 해탈문이고 그것을 묘사하기 위해 구름모양의 난간과 계단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낙원에 올라가는 기분으로 해탈문을 지나 절 앞마당에 섰다. 도갑사 대웅전 앞마당은 앞의 글에서도 쓴 것 처럼 뭐라고 딱히 말하기 어렵다. 구름을 타고 들어왔는데 대웅전을 위시한 전각들이 균형이 잡혀있지 않은 듯 하다. 대웅전도 뒤의 산자락에 잘 들어 맞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준다. 뭔가 안정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뭔가 안정되지 않은 이 낯선 느낌이 익숙한 듯하다. 그렇다. 우리는 어차피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그런 느낌에 익숙해진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 대웅전 마당에서 익숙한 불안정감을 느끼면서 그것이 나의 실존이라는 생각을 했다. 안정되고 편안한 것 보다 불안정에서 인간의 본질과 실존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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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의 본 모습은 대웅전을 돌아서 계곡으로 들어가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이렇게 먼길을 와서 그냥 대웅전앞에서 그냥 머물 수도 있다. 계곡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웅전의 왼쪽 경계를 지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갑자기 길이 어두워진다. 나무들이 우거져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길은 모두 짙은 그림자로 덮혀져 있다. 조금 가다 보면 계곡이 보인다. 비가 오면 폭포가 장관일 듯 하다. 가뭄의 긴끝이어서 그런지 계곡은 말라 있었다.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분중에서 도갑사를 가시려면 꼭 비올때 한번 가보시기 바란다.

계곡을 지나서 조금 올라가면 도선국사비(도선수미비) 와 잘 정리되어 있는 사리탑전을 볼 수 있다. 그것을 보면 도갑사의 마음이 여기에 숨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렇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도선수미비가 크게 다치지 않고 이렇게 건재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석과 받침대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비석 받침대의 거북상은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북의 얼굴과 발하나 하나가 모두 진짜 같았다. 이제까지 본 거북상 중에서 최고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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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수미비 바로 옆에 사리탑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난 사리탑전을 볼 때 마다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냥 무덤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사리탑전의 그 많은 사람들이 진리와 대자유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까 궁금하다. 사리탑을 하나 하나 둘러보았다. 승탑의 양식을 보니 상당수가 고려시대때 만들어진 것 같았다. 도갑사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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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절에는 사리탑전이 앞에 있다. 그런데 도갑사는 특이하게도 사리탑전이 대웅전 한참 뒤에 있다. 대웅전앞에 서 있었던 보물인 5층 석탑은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대웅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계곡따라 산자락에 들어간 짙은 음지의 사리탑전이야 말로 바로 도갑사 그 자체였다.

중요한 것은 꼭꼭 숨겨 놓는 법이다. 도갑사가 그랬다. 도갑사는 정말 중요한 것을 계곡길 뒤에 잘 안보이는 곳에 꼭꼭 숨겨 놓았다. 끝까지 찾아 오는 사람에게만 겨우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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