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당선과 프랑스의 쇠퇴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그가 젊은 나이에 의원수도 하나 없는 정당을 가지고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사실 놀랍다. 늙은 대륙인 유럽에서도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우리는 젊은 사람들을 마치 어린아이 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40살 이전에는 대선에 출마도 할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은이 30살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 국가의 경영능력은 나이와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자 세계는 안심했다. 극우주의자인 르펜이 당선되면 EU를 탈퇴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럽은 그런 급격한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마크롱의 당선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는 듯 하다.

마크롱의 당선이 극우주의의 패배가 아니라 좌파사회주의의 패배이다. 프랑스에서 사회주의의 패배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회주의는 프랑스의 상징이었다.

마르크스가 과학적 사회주의를 주창하면서 공산권이 만들어졌고 냉전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 사회주의가 몰락했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는 프랑스의 사회주의와 많이 달랐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가 인공적이었다면, 프랑스의 사회주의는 자생한 것이었다. 자생의 힘은 강력하다. 나무들도 자생하는 것들은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토양과 기후가 유지되면 돌보지 않아도 잘 살아 간다.
프랑스의 사회주의는 그런 자생하는 나무와 같았다. 마치 벚나무가 우리 땅에서 잘 자라듯 말이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가 몰락하여 현실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보완할 수 없어진 상황에서 프랑스 사회주의는 새로운 대안으로도 고려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힘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대 뒤로 사라진 것이다.

프랑스 사회주의는 프랑스의 역사적 산물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사회주의가 프랑스적 지적 고민과 거리가 먼 마크롱의 중도우파와 르펭의 극우주의에 허무하게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아무도 이런 현상에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나는 이런 현상을 역사의 종언이라고 말하고 싶다. 프랑스 사회주의는 유럽적 지적 이념적 전통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럽은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완전하게 상실했다. 마크롱을 뽑은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정리하고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2차세계 대전이후 유럽의 시대가 종식되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유럽이 새로 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다. EU도 그런 기대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EU는 유럽의 통합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독일 제국으로 귀결되었다.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도약할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가느다란 희망이라고 할 수 있었던 프랑스 사회주의의 몰락은 유럽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하게 끝장 내 버린 것이다.

프랑스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그간 근현대사를 끌고 왔던 유럽은 화석화된 역사로 변해버리게 되었다.

유럽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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