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한미동맹의 조건

한국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주장한다. 특히 미국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한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는 것 같다. 물론,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한미관계 만큼이나 한일관계가 중요하다고 한다.

한미동맹주의자들은 우리의 안보가 불안해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미관계가 굳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중앙일보 11월 6일자에 고려대 국제관계대학원장으로 외교부 차관을 역임했던 김성한 교수가 다음과 같은 칼럼을 썼다.

“미중무역분쟁이 전략경쟁의 형태로 비화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잠재적 적대국’으로 간주한다. 한미일 안보협력태세가 견고하다면 중국이 한국을 회색지대 전략의 대상으로 올리지 못할 것이다”

김성한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태세가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의 글을 썼다. 과연 그럴까?

김성한 교수의 글을 좀 더 생각해보자. 먼저 지금의 미중패권 경쟁에 대한 인식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패권을 미중무역분쟁의 확대라고 볼 수 있을까? 미국이 중국과 본격적인 패권경쟁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무역분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의 본질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우리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받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약하거나 한미일 관계가 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옳은 말이다.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아무리 긴밀하게 협력을 하더라도 미중 패권경쟁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중국의 도전을 차단하기 어렵다. 중국은 경제력이 커지면서 군사력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가 한미관계를 강화한다하더라도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 대신 응징할 수 있는 대상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더라도 함부로 나서기 어렵다. 한국을 보호하려다가 잘못해서 중국과 직접 싸울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미국이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대응하더라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위협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기도 하다.

냉전당시에 우리는 소련 봉쇄의 최첨단기지였다. 그래도 우리는 소련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과 아무런 경제관계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 대외교역의 약 60%이상이 중국 및 화교들이다. 한미일이 안보태세를 강화해서 중국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 한중간 경제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1990년대 이전의 사고 방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중국을 봉쇄하는데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와 지위 그리고 입장이 아니다. 미국과도 잘 지내고 중국과도 적이 되면 안된다. 한미동맹주의자들은 우리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첨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전의 포스트에서 일본이 예상과 달리 지소미아 연장에 다소 유보적인 이유중의 하나도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인지 모른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일본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무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과 적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때 김성한 교수의 주장처럼 한미일의 확고한 안보태세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차단하고 막아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아마도 1990년 전 냉전시대였으면 가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미동맹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강력한 한미관계 혹은 한미일 관계가 무엇을 의미할까 ?

통상 강력한 한미동맹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잘 들어주는 것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주장과 요구를 잘 들어준다고 강력한 동맹이 형성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은 우리정부에게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번복하고 6조원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지소미아 폐기결정을 번복하고 6조원의 주둔비를 지불하며, 추가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면 한미동맹관계가 강력해질까?

강력한 한미동맹관계는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가 ?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다들어 줄때인가? 아니면 전작권 전환을 포기하고 군사주권을 미군에게 맡기는 것을 의미하는가? 강력한 한미동맹관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가만히 들어보면 한국이 미국의 한개 주로 편입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동맹이라는 분명한 선이 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보호해주면 한국은 미국의 입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소위 국제정치학자들이 말하는 후원과 피후원의 모델이다.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확고하게 지원해야 한다. 정상적인 후원-피후원의 관계라면 한국은 미국으로 부터 안보를 제공받고 일정부분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감수한다.

여기서 확고한 안보를 빌미로 주둔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후원자의 바람직한 행동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면, 교과서적인 의미에서, 미국은 한국에 개입할 수 있는 후원자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맞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안보위협은 한미동맹의 출발점이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수준을 넘고 있다. 지금의 안보위협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미중간 패권경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지금처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려면 한국의 기여보다 당연히 미국의 기여가 더 많아야 한다. 즉 미국은 미중패권경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많은 기여를 하고 한국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인 측면에서 김성한 교수는 확고한 한미관계를 한국이 아닌 미국에 요구해야 옳은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더 이상 한국전쟁 당시의 헐벗고 못하는 국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대 국가의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관계를 가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한국은 지금의 상황에 맞는 주장을 해야 한다. 서양은 계약의 사회 아닌가?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명확하게 주장하고 받아낼것은 받아내야 한다. 물론 공평한 협상을 했으면 그것을 지켜야 한다.

강력한 한미관계는 그런 공평한 협상을 통해 상호 최대의 이해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자식이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것 처럼 미국을 모시는 것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의미하지 않는다.

김성한 교수는 한미일을 이야기 했다. 한미는 상기한 관계지만 한미가 한미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또다른 요인들이 작동한다. 역사의 유산이다. 한미관계에서 한미일관계로 넓혀가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적 유산을 그냥 현재의 이해관계로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일관계는 그리 단순하게 접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주류 지식인들이나 외교관들이 생각하는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를 보장하는 지고의 가치라는 주장은, 지금의 안보상황에서 볼 때 허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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