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화엄사 안으로 들어가면서

화엄사 요사채를 지나서 드디어 화엄사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절들을 구경다녔지만 화엄사 경내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화엄사는 부석사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부석사는 매우 가파른 산의 거의 정상 쯤에 조성해 놓았다면 화엄사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 느낌이 비슷하다. 우리나라에 있는 산사가 대부분 그런 형식을 띠고 있는 것 같지만 불국을 형상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절이 산에 있는 것은 불교의 세계관과 많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절이 수미산에 있는 부처님의 세계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수미산 초입을 의미하는 것이 일주문이고 그 중턱에 있는 것이 천왕문이고 그리고 그 다음이 해탈문이라고 한다. 난 금강문이 천왕문과 해탈문 사이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일주문과 천왕문 사이에 통상 있다고 한다. 공부안하고 그냥 눈만 가지고 다닌자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 처럼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는데 순전히 바보같은 짓 한게 아닌가 ? 스스로 우스웠다. 절에 대해서 나보다 많이 알고 있는 분들도 있을텐데 챙피하기가 이를데 없다. 그러나 어쩌랴 ? 이미 글을 써 놓았고 블록체인은 바꿀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나의 어리석음과 무지함에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느낀다. 세상 함부로 까불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화엄사 경내는 아름답다는 말로는 조금 그 표현이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웅장한 느낌도 같이 지니고 있다. 그 웅장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절 마당에 서 있는 5층 석탑 때문일까 ? 아니면 절 마당 위에 서 있는 각황전과 대웅전의 위용 때문일까 ? 처음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그 감정은 아마도 이곳이 지리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리산의 품에 들어가 있으면 모든 것이 위대해진다. 그것이 지리산이 가진 힘이다.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삶도 위대해지고 마을도 위대해진다. 그렇다고 지리산이 아무나 아무것이나 그대로 끌어 안지는 않는 법인 것 같다. 지리산에 깃들어 있으려면 그정도는 되는 자격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지리산에 들어가지는 못하면서도 못내 지리산을 염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엄사와 똑같은 절이 다른 절에 있다면 화엄사와 같은 느낌이 날까 ? 화엄사 경내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지리산을 느꼈다. 화엄사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들이었다. 화장이란 이름의 강당 마루턱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여유있게 웃으면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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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삶이란 날씨 좋은 날 멀리 놀러와서 친한 친구들하고 같이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천상병 시인이 한말 처럼 인생이란 소풍을 즐기지 못하면 얼마나 아쉬운 일이겠는가 ? 지나고 보면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할 필요가 별로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어떤 인생을 사느냐 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다. 내가 이렇게 절을 구경하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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