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1

오랫만에 선배를 만나 식사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주로 내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런 문제 저런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 했다. 무엇이 틀렸고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곧바로 후회가 밀어 닥쳤다. 요즘 들어 말을 하면 바로 후회가 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옳은 말을 해놓고도 후회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 왜 후회를 하게 되었을까? 나의 후회는 공허함에서 온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데 공허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것은 상대방이 내말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다. 그동안 옳은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경험 때문이다.
옳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경우 그것은 대세를 거슬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옳은 말도 대세를 거스르면 환영 받지 못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자신들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고치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다수라는 울타리가 편해서 그런가 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동물이란 것은 혼자있는 것보다 여럿이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선호한다는 것이다. 지옥도 같이가면 가는 것이다.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외롭고 고독한 것은 싫어한다.
침묵은 금이라고 한 말은 침묵이 가치가 있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말을 해도 이루어지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말씀이 있었다는 창세기의 첫구절을 생각해보자면 말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만들어가는 것 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놓고 공허한 이유는 대답없이 울리는 메아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도 말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자 하는 조급함이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저녁 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에 전전반측 했다.
아무리 나이 들면 무엇하나? 내 세치 혀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데…
사람의 가치는 세치혀를 어떻게 잘 간수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상황을 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으면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제대로 받아 들어지지 않을 때의 말은 가치가 없다. 그때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침묵이 금이라는 것은 그때를 이르는 말이리라. 그런 줄 알면서도 말을 했다.
내가 느낀 공허함은 그런 줄 알면서도 말을 한 내 자신이 한심해서이다.
많은 말을 하고 아침까지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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