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조계산 선암사로 가는 길

조계산에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깃들어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그런데 송광사는 조계종 소속이고 선암사는 태고종 소속이다. 선암사를 둘러싸고 서로 조계종것이니 태고종 것이니 하고 싸움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공식적인 선암사 주인은 순천시라고 한다. 우스운 이야기다. 불교라는 것이 무소유의 철학을 강조하는 것인데 결국은 소유가 문제가 되니 말이다. 사실 무소유라는 것이 말이 쉽지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 아닐까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소유하지 않고 살기 어렵다. 살아갈 집도 필요하고 옷도 필요하다. 먹을 것도 필요하고 병원에 가려면 돈도 필요하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 어느 절에서 스님이 나이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한참 생각에 잠긴적이 있다. 그렇다. 살다 보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다만 돈에 너무 집작하지만 않으면 될 듯하다. 스님들도 돈문제로 고민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고생이라는 것이다. 돈많기로 소문난 조계종이 스님들 병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각설하고 선암사로 향했다. 유홍준 선생의 책에 의하면 선암사는 길이 멋있다고 했다. 굳이 선암사가 아니더라도 절에 가는 길은 모두다 멋있고 아름답다. 그런데 얼마나 멋이 있으면 선암사 가는 길이 멋있다고 할까 ? 차를 입구에 세우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길이 멋있었다. 아기자기했다. 갑자기 시대를 거슬러 올라온 듯 했다. 유홍준 선생 이야기에 따르면, 길을 넓혀서 옛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듯 했다. 지금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넓혀 놓았지만 만일 그렇지 않고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의 길만 있다면 너무나 환상적이었을 것 같았다. 구도자의 길이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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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한참을 걸어 올라가자니 사진찍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아치형 다리가 있었다. 아치형 다리는 두개가 있다. 아래에는 조금 작은 것. 그 위에는 큰 아치가 있다. 그날 도 사진 찍는 사람들이 아치 밑의 바위위에 카메라를 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을에 갔었기 때문인지 단풍도 더 아름다웠다. 길 중간에 넓은 공터가 있었다. 나무가 한그루 서 있는데 모습이 어째 조금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나무에 구멍이 났나. 옆으로보니 웃는 것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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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나무가 나를 반기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을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겨울이나 봄에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겨울에 다시 한번 들러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가을을 만끽하며 길을 걸었다.

삶은 길지 않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나면 열심히 다니고 구경을 해야겠다. 결국 삶이란 경험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많이 보고 느끼면 그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느낌마져도 종국에는 가지고 갈 수 없을것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에너지 총량의 법칙처럼 내가 세상의 티끌이 되더라도 내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은 우주 어느 곳엔가 흩어져 남아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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