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본 일과 관점의 차이(뻘글인데 제목을 좀 멋있게 보이려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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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직장 동료와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으로 가기 위해 가는 도중 조금 한가한 도로에 들어섰을 때였다. 반대편 차선에 어떤 사람하나가 누워있었다. 팔다리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운전하던 직원이 갑자기 유턴을 해서 그 앞으로 갔다. 누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 차를 운전하던 직원은 여성이었는데 평소에도 의협심이 남 다른 사람이었다. 필자도 그렇고 뒤에 차를 탔던 직원도 그렇고 어어 하는 사이에 그 앞으로 갔다. 누가 보던지 간에 큰일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운전하던 직원이 먼저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차를 내려서 보니 아줌마 한사람이 길어 누워서 가슴을 치면서 울고불구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어릴때 동네에서 간질병환자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처음 그 광경을 보고서 간질병환자라고 생각했다. 간질병환자는 발작을 하면 잘 잡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판단하는 법인가 보다. 차에서 내려보니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 아줌마는 조금 살집이 있었는데 거의 실성한 듯 울부짖고 있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간질병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마치 세상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괜찮아요, 지 성질 못이겨서 그래요”라고 말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조금 마른 사내는 계면 쩍어 하는 표정이었다.

부부로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할일이 없어졌다. 세사람의 일행이 다시 차를 타고 가던 길로 갔다. 조금 가다가 내가 말했다.

“그 남자 인생 참 피곤하겠다”

그랬더니 운전하던 여직원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는 그 부인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렇게 했을까 생각했는데요”

난 잠시 멍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 아줌마 때문에 그 사내가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만일 의협심 대단한 우리 여직원의 생각처럼 남편이 잘못해서 부인이 너무 억울해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뒷좌석에 타고 있던 신중하기 짝이 없는 김박사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저는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젊은 사람 답지 않게 항상 신중해서 애 늙은이 같은 친구인데 이번에도 그런 대답을 한다.
명색이 내가 대장인데 내편을 들어 줄 줄 알았구만 애누리 없이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 한다.
그것이 김박사의 매력이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왜 의리의 여직원과 나는 정반대의 생각을 했을까?
내가 은연중 남성위주의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첫번째 그 아줌마가 길가에 누워서 발작적인 행동을 보인것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아줌마가 보인 행동이 통상 말하는 사회통념에서 벗어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내의 얼굴에서 그런 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사회통념이라는 거울의 우상에 빠져 있었고 그 남자의 얼굴에서 읽었던 체념섞인 우울한 표정에서 남성으로서의 동병상린의 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과거에 내가 속한 조직에서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비판할때 당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내가 하는 주장이 옳고 틀리고를 따지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를 가지고 나를 비도덕적이고 나의 주장이 틀리다고 이야기 했다.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난 그런 현실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20년 이상 교우를 하던 사람과도 절교를 해버렸다.

만일 그 아줌마가 정말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정말 무엇인가 엄청나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고정관념에 빠지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보자고 스스로 다짐한 것이 한두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또 그 고정관념의 틀에 빠져 있었다.

그 아줌마는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 아줌마는 정말 억울할 수도 있었는데 난 그 아줌마의 너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오히려 그 아줌마가 무슨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어림짐작했던 것이다.

어제 저녁 내내 그 아줌마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아줌마는 무슨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마치 2살짜리 어린아이처럼 길가에 누워서 땡깡을 부렸을까?

그런 마누라와 살아가는 그 사내는 얼마나 불행할까?

왜 난 사실도 제대로 모르면서 느낌으로만 상황을 파악하고 지레 짐작을 했을까?

다시 한번 나를 믿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 최대의 적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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