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탄 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다. 오늘은 조금 방향을 바꿔보고자 한다. 논산 대조사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대조사에 관한 부분이 조금 있었다. 대조사의 미륵부처님 위에 드리워진 소나무를 보고 동행이 마치 우산과 같다고 했다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논산에는 미륵부처상이 크게 두분이 있다. 한분은 관촉사에 있는 미륵부처님이고 한분은 대조사에 있는 미륵부처님이다. 두 미륵상이 비슷하게 생겼다. 마치 대조사의 미륵 부처님이 관촉사 미륵 부처님의 동생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래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위해서라면 먼저 관촉사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대조사로 넘어가는 것이 옳은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조사를 먼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얼마전 다녀왔던 대조사에 대한 느낌이 아직까지 강렬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대조사는 가을에 가는 것이 옳다. 가을의 대조사는 매우 아름답다. 대조사의 압권은 주차장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가에 조성된 구절초이다. 가을이면 형형색색의 구절초가 대조사로 올라가는 비탈길에 피어있다. 길은 비탈길 한가운데에 있다. 절에 올라가는 길은 옆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조사에 올라가는 길을 비탈길 한 가운데 있다. 그것은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비탈길에 펼쳐진 구절초꽃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하라는 배려가 아닌가 한다. 물론 그 비탈길 계단에는 조금씩 구배가 있어서 그냥 시멘트 계단처럼 똑바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여유도 있다.
작년가을에 대조사에 들렀을 때는 그 비탈길의 구절초 꽃에 마음을 빼앗겨서 비탈길 계단에서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그 구절초 꽃 한가운데에서 아마도 낙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려니 하고 생각을 했다.
이번에 다시 대조사를 찾은 이유는 미륵부처님 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이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큰 천으로 미를 부처님 얼굴을 가려 놓았다. 부처님 미간 백호상 불사를 했고 얼마 있지 않아 행사가 있어서 가려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처님 얼굴은 보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다 왔다. 그때는 관촉사 미를부처님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서 들렀었다.
이번에는 마침 부여의 무량사를 가는 길이라서 다시 대조사를 들렀다. 우선 미를부처님을 보았다. 미간백호상이 붙여져 있었다. 관촉사의 부처님과 비슷한 것 같았다. 크기는 관촉사의 부처님이 좀 더 컸던 것 같고 조각도 좀 더 자세한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관촉사 미륵부처님을 보고나서 큰 감흥을 느끼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대조사 부처님의 바라보는 장소를 생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절앞에서서 미륵부처님이 바라보는 방향이 원통보전에서 바라보는 곳과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원통보전에서 바라보는 곳은 시원하게 앞이 트여져 있는 곳이다. 당연히 부처님도 그쪽을 바라보고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부처님은 원통보전과 약 90도 방향으로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륵부처님이 무엇을 바라보고 계시나 확인해 보았다. 다리의 통증을 참아가면서 올라가보니 부처님은 꽉막힌 산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쪽을 바라보고 있을까 ? 가장 좋은 방향이 아니라 일부러 몸을 돌려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돌이 그렇게 서 있어서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기 싫었다. 미륵불을 만든 석공의 무엇인가 깊은 생각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미륵부처님은 서쪽을 보고 계실지도 모른다. 서방정토를 꿈꾸며 말이다. 아니 북쪽에 구원받을 중생들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쪽인지는 여러분이 한번 가보시기 바란다.
한적한 오전이었다. 그래서 절집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에 있는 절집들이 모두 고려시대 방식으로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주심포 방식의 배흘림 기둥을 쓰고 있었다. 초석은 모서리를 다듬지 않아서 조금 거칠게 두었다. 아마도 이 절집을 지은 대목은 미륵부처님이 만들어진 고려시대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절집을 만든 대목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이런 세심한 배려가 미륵부처님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 같았다. 이제까지 누구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번 대조사에서는 그 원통보전을 만든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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