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왜 여행을 떠나시는지요 ?

그동안 무릎통증으로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다가 오랫만에 다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다시 가방을 싸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렇게 편치 않은 몸을 가지고 여행을 하려고 하고 있지 ?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날까? 여행을 떠나기위해 짐을 준비할때 마다 매번 알 수 없는 묘한 흥분감을 느끼곤 한다. 흥분감과 함께 알수 없는 부담감도 같이 따라다닌다. 여행을 준비할때면 흥분감과 그 부담감은 항상 같이 나를 따라 다닌다. 분명한 것은 여행출발하고 나면 그 부담감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행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왜 그럴까? 그저 좋은 구경하고 맛난 것 먹는 재미일까? 여행을 떠나서 고생을 해봐야 사람된다는 말도 있었다. 집떠나면 고생이다. 아무리 좋은 호텔에 묵어도 편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나처럼 혼자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여행이 어떨때는 고행과 같이 느껴질 경우도 없지 않다. 마냥 고생을 하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고생에도 불구하고 뭔가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각자 여행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다 다를 것이다.

나는 내 오랜 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내 친구는 시기심과 질투심이 많아서 누구와 말을 할때는 찾아오지않는다. 그래서 나는 혼자 여행을 한다. 그러다 보면 며칠을 말한마디 하지 않고 다니기도 한다. 그저 식당에 들어가서 ‘국밥 이요’라고 하거나 경치좋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1잔이요’라고 말할때 이외에는 별로 말할 기회가 없다.

여행을 떠나면 나는 철저하게 타인이 된다.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다. 절룩거리는 머리허연 중늙은이에게 누가 말을 걸어 오겠는가 ?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 나에게는 소중한 순간이다. 바로 내가 나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 처럼 고상한 철학적 사유의 결과로서 ‘너 자신을 알라’는 언명이 아니다. 그저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잘 모른다. 그러고 수십년간 삶을 살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는 그 죽음과 같은 심연이 놓여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는 그 차이를 좁히기가 어렵다. 완전히 나를 타인으로 바라 볼 수 있어야 그 차이를 드려다 볼 수 있다. 나를 완전하게 타인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여행이다. 그것도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물론 여럿이 떠나는 여행도 그렇다. 단지 혼자 떠나는 것보다는 그 정도가 조금 못할 뿐이다.

이곳 저곳을 떠돌며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찾아 보고 그 대상들이 하는 침묵의 소리를 들어 보는 것은 다름 아닌 내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살다보면서 느낀 것은 나조차도 내속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을 외면하였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들어주지 않는데 누가 나를 들어 주겠는가 ? 여행지에서 혼자 먼 길을 터벅 터벅 걸어갈때 혹은 외딴 커피샾에서 커피를 마실때 비로소 고독이라는 멋진 친구가 나를 방문하여 말을 걸어 온다. 사실 여행이란 고독이라는 오래된 친구를 초대하기 위한 준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순간은 그 고독이라는 친구와 함께 할때이다. 그친구와 같이해야 오래된 유적지가 비로소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동안 잠자고 있었던 나의 감성이 고독의 방문으로 깨어나 내가 찾은 역사의 순간에 비로소 반응을 한다. 내 감성의 문은 활짝 열리고 나와 내자신 그리고 내 주변의 것들과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그때 바라보는 여행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천년 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유적들이 담고 있었던 이야기를 절절하게 쏟아 내기도 한다. 바로 그런 순간이 되어야 나와 그 대상이 비로소 일치를 하게 된다.

결국 이런 여행을 통해서 나는 내 자신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계기를 찾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여행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고독이 나를 방문하고 감성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언제 어떻게 찾아 올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자꾸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아픈 다리는 파스를 붙이고 지팡이에 의지를 한다. 처음에는 내가 노화의 상당한 과정에 진입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 그 육체의 고통과도 친구를 해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내 몸이 나를 더 거부하기 전에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여러분들은 왜 여행을 떠나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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