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전등사에서 보았던 중국 송나라의 쇠종

가끔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범사에 기뻐하라는 말이 있지만 난 그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다. 범사에 기뻐하면 그것이 열반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다 같은 것을 지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야기다. 깨달음을 얻게 되면 항상 평상시에 열반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진정한 믿음을 얻게 되면 이렇게 범사에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기뻐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낙원이자 천당일 것이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평상시와 조금 다른 것을 찾아내고 그것에 기쁨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여행이란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다. 그만큼 일상과 다른 것을 보고 느끼게 해 준다. 그만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래서 여행지에 가면 뭐 다른 거 없나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에 전등사를 둘러 보면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바로 한쪽 구석에 있는 쇠종이었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절의 한구석에 종이 있는 것을 보았다. 종의 역사를 소개하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일제시대에 중국에서 일본군이 무기를 만들기 위해 병기창으로 가지고 온 것이란다. 송대에 만들어진 철종이다.
참 기가찰 노릇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송대의 쇠종을 녹여서 총이나 대포를 만드려고 약탈을 했다니 기도 차지 않는다. 그나마 해방이 되면서 종이 사라질 운명을 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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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이 역사의 질곡을 몸소 겪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했다. 추위로 떨고 있어서 짠한 기분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그 역사의 질곡보다 그 종의 문양과 디자인이었다.
우선 우리나라 종의 특징이라고 하는 소리통이 일단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종의 윗부분을 돌아가면서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범종에 주역의 팔괘가 그려져 있는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난 중국의 불교나 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런데 불교와 주역의 철학이라니 말이다. 이것은 중국인들이 불교를 수용한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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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나라의 절에 산신이나 독성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갑자기 중국의 불교 사찰이 궁금해졌다.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중국 여행을 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종앞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종의 표면도 녹이 많이 슬어 있었다. 바닷바람이 부는 강화도에 별 보호시설도 없이 밖에다 쇠종을 내 놓고 있으면 얼마나 많이 상할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가급적이면 박물관으로 보내 보호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쇠종을 녹여서 총칼을 만들겠다는 일제의 군인들이나 그냥 바닷바람에 방치해서 녹슬어 부서기는 것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지나가는 과객의 걱정과 염려에 불과한지라 아쉬움만 남기고 전등사를 떠났다. 어떤 힘있는 사람이 신경을 쓰기 바라면서.


문림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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