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횡설수설) 어용 지식인 유감

유시민이 자신은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여러 방송에서 자신이 어용 지식임을 자랑스럽게 주장했다. 그런 것을 보고 뭔지 모르게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지식인이란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비판적 지식인에 대한 찬사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지조론을 썼던 조지훈 선생이 그랬고 광복군에 참가했던 김준엽 선생이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어용 지식인이라니 그것이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유시민이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진보정치인으로서 진보정치를 위해 지식인으로서의 소명을 다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진보 정치를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유시민의 말하는 어용 지식인의 의미를 진보정권의 잘 잘못에 상관없이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으로 받아 들였다. 더 나아가 잘한 것을 옹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절대로 비판하지 않고 이를 옹호하는 논리를 만들어 가는 것을 어용 지식인이라고 자신의 위치를 정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용 지식인이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지식인은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부당한 권력이나 관습에 맞서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은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비판적 지식인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되면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썼던 것이 가장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의 전범이라고 할 것이다.

지식인에게 과연 형용이 필요할까 ? 지식인이라는 단어에 어용이니 비판적이니 하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지식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규정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 지식인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지식인은 형식적 자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하자면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그리고 교수라야만 지식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얼마정도 전문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지식인이라는 명칭은 외형적인 측면보다는 내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지식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면 지식인이다. 그리고 남들이 그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평가해주면 지식인인 것이다. 아마 가장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가 지식인이라는 말이 아닌가 한다.

자격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요, 무슨 직책도 아니지만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매우 영예로운 일이다. 그 말에는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할 수 있는 용기라고 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이 비판적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부패하거나 건강하지 않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그런 많은 경우를 보아왔다.

그렇게 보자면 어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식인은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어용 지식인이란 말로 지식인의 의미를 훼손시키기 보다는 그냥 어용 정치평론가라고 하는 것이 훨씬 옳다고본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적어도 우리가 지켜야할 말과 개념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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