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천은사 일주문에서

화엄사를 나와 천은사를 향했다. 샘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절 이름 중에 매우 시적이다. 원래 천은사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한동안 산사 입장료 문제로 시끄러워서 인지 천은사에 들어가는데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원래는 천은사 길로 지리산 올라가려고 해도 돈을 내야 한단다.

차를 넓은 주차장에 세우고 절안으로 들어갔다. 천은사는 처음이다. 여러번 화엄사를 왔다갔다 했지만 정작 천은사는 구경하지 못했다. 처음 맞이한 것이 일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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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절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생뚱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위의 부분이 너무 높아서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가까이 다가가면서 어라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보던 것과 매우 다른 모습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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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일주문의 공포는 매우 높아 보였다. 4단의 공포가 지붕을 떠 받치고 있었다. 일주문 높이의 절반은 공포와 지붕이고 절반은 기둥과 출입구였다. 옆으로 넓지는 않았지만 그 높이가 매우 고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일주문을 구경했지만 천은사 일주문 처럼 고고한 모습을 지닌 것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일주문 주위에서 한참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중 일부는 내가 일주문을 보고 계속 사진을 찍고 있으니 자신들도 갑자기 일주문 사진을 찍기도 한다. 내가 왜 천은사 일주문에 정신을 빼앗겼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높은 공포와 지붕이 고상해 보여서 그런 듯 하다. 미인의 조건중 하나가 긴팔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자 중에서도 긴팔을 가진 사람은 귀인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고조 유방의 팔은 무릎에까지 닿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천은사 일주문의 높은 지붕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긴팔을 가진 미인이었다. 천은사 일주문은 그리 크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비교적 평평해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더 커보인다. 그러나 그 크기가 위엄이 아니라 고상함으로 나에게 다가 온 것은 순전히 높은 공포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마치 긴팔을 지닌 한복입은 나이가 조금 든 여인 같았다. 나이가 좀 든 미인을 보면 얼마있지 않아 사그러질 그 모습의 간절함 때문에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천은사 일주문이 꼭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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