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한동안 세상일에 마음이 빼앗겨서 산사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오늘은 오랫만에 저번에 쓰던 화엄사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한다. 화엄사는 각황전을 보러 간다고 한다. 각황전이 우리나라 3대 불전중의 하나라고 하기 때문이다. 각황전도 아름답지만 각황전 앞의 마당도 아름답다. 화엄사 경내에 들어가자 마자 5층 석탑이 2개가 서 있다. 동서 양쪽의 석탑위에는 대웅전이 있다. 그리고 석탑 맞은 편에 강당이 있다.

대웅전과 각황전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인지 낮은 곳에 있는 강당은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산을 찾은 두 중년 부부가 강당의 가운데 앉아서 따스한 가을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햇볕은 가을 햇볕이 최고다. 화창하면서도 강하게 따갑지 않다. 봄볕은 눈부시지 않아도 힘이 강하게 들어 있다. 그러나 가을 햇볕은 화려하지만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마도 자연이나 인간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인간도 젊을 때는 힘이 너무 강해서 부러지기 쉽고 말이나 행동에 독기가 들어가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 힘도 조금 빠지고 그래서 주변을 살피게 된다.

강당 낮은 곳에 가을 햇볕을 받으며 중년의 두부부가 앉아서 담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사진을 찍는다면서 계속 그 사람들을 구경했다. 구경 중에서 제일은 역시 사람 구경이다. 제 곳에 제 때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아름다움은 그래서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 것 같다.

절 앞마당에 서 있는 석탑은 서로 종류가 다르다. 오른 쪽에 있는 것은 아무런 조각도 없다. 그러나 왼쪽에 있는 석탑은 화려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석탑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른 쪽 민무니 석탑은 대웅전에 그리고 왼쪽의 화려한 조각은 각황전을 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황전을 올라가는 돌계단 위로 커다란 석등이 보인다. 마치 석등이 나를 내려다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올라가서 심호흡을 하고 각황전 구경을 했다. 각황전은 신라시대의 절집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전각의 기초부분이 마치 불국사의 전각과 비슷했다. 원래 화엄사가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졌다하니 신라 건축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다. 화엄사는 이후 임진왜란에 불타버렸다. 그리고 숙종임금때 각황전을 지었다. 숙종임금이 직접 하사금을 내려서 절을 재건했다고 한다.

각황전앞에 있는 석등이 유명하다고 한다. 가서 보니 무척 크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각황전 왼쪽에 있는 직육면체 형식의 탑과 소나무 그리고 동그란 돌이었다. 여느 탑과 다르게 그 탑과 소나무는 마치 정원과 같았다. 불전앞에 그렇게 독립적인 형식의 정원은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먼저 직육면체의 탑이라는 것도 드문 형식이었다. 세상에는 모두 다 그 의미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옆 잔디위에 높여 있는 동그란 돌은 원을 의미하는 것인 듯 하다. 세상이란 처음과 끝이 없이 돌고 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 옆의 소나무는 또 무슨 의미일까 ? 그냥 보기 좋으라고 심어 놓은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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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황전을 보러와서 조그만 소나무와 탑에 그만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뭐 이런 것도 좋은 것 같다. 매일 꼭 정해놓은 것만 보고 가기 보다는 갑자기 정신을 빼앗길 것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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