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고기로 태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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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한승태

저자는 대학 졸업 후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에 지은 책으로 <인간의 조건> 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예전 스티미언 도잠님이 포스팅 하신걸 보고,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싶어 찜했던 책.


부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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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는 목표

‘사람들이 맛있는 먹을거리 뿐 아니라 동물의 살점으로서의 고기 역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회식 자리에서 육즙이 흐르는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을 때 당신과 고기 사이에 어떠한 환상도 남아 있지 않게 하는 것’

의미를 알듯~ 말듯~, 잘 와닿지는 않는다.


저자는 충남 금산의 양계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한달도 안되어 도망치듯 빠져 나오는 온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닭 농장 세 곳(산란계 농장, 부화장, 육계농장), 돼지 농장 세 곳(종돈장, 자돈 농장, 비육 농장), 식용 개 농장 두 곳을 찾아갔고, 그 경험에 대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가 일했던 산란계 농장

전자레인지만 한 크기의 케이지 안에 닭 네 마리가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닭 들 크기가 농구공 만하다는데 이것이 가능한 건 닭은 구기고 찌그려뜨려도 터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케이지 안 부분의 몸통에는 깃털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우둘투툴한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끊임없이 서로를 쪼아대기 때문이라는데..

아.. 그냥 상상이 되버린다.

한 공간에 몸을 꼼작도 하기 어렵게 붙어 있는 네 마리의 닭들.. 그 상태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그것도 서로의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대며..매일 매일 알을 낳고..


산란계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지 폐기된다.

그냥 땅에 묻는 것도 아니고, 흙이랑 계분이랑 섞어 비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농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는 부분이 참 속도감 있고 재밌다.

처음에는 각 농장 돌아다니며 생활한 내용에 관심을 갖고 계속 읽을까 싶었지만, 저자의 필력이 좋은 지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잘 읽힌다.

전혀 알지 못했던,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닭/돼지/개 농장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최근 우리 인간들은 100세~120세 시대라고 하는데..

식용으로 쓰이는 가축들의 일생은 기껏 몇 년이 되지 않네..란 생각이 든다.

닭은 태어나서 몇 개월 살고 도축되고, 돼지는 6개월~3년 살고 도축된다.

돼지의 자연 수명은 15~20년이라는데, 6개월만 길러 도축한다.

그 짧은 생애 또한 마음껏 돌아다니거나 편히 사는게 아니라 몇 발자국 돌아나니기 힘든 공간에 갇혀 살다 죽는다.


전국의 식당가, 예식장, 학교 등 음식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곳에서 발생되는 음식물 쓰레기이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이번에 알게 되었다.

개사료, 돼지사료로 사용된다.

음식물 쓰레기 짬에도 등급이 있다.

학교, 병원 짬이 좋고 호텔 짬은 최고로 친다.

특히, 개농장에서의 사료는 대부분 이 음식물쓰레기를 발효해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일했던 개농장 사장이 개를 잡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목 매다는 것부터 발골,해체하는 모습까지..

돼지나 소라면 안그랬을텐데 개라고 하니 너무 잔인하게만 느껴진다.

또한 개고기는 유통 전부터 이미 위생은 거의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동물 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금지항목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2.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사실 닭, 돼지, 개 농장에 대한 묘사와 사육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재미없지는 않지만, 그 내용보다는 각 농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만난 다른 일꾼들과 나눈 이야기, 그들의 애환 등의 이야기가 재밌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문장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권이 점점 좁아져서 나중에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아니라 살아지는 대로 살 수밖에 없게 돼.

그렇게 안되려면 자기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길 밖에 없어.

그러니까 너도 좋아하는 걸 한번 곰곰이 찾아봐.

그게 여자가 됐든, 돈이 됐든, 뭐 책이 됐든 말이야.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가 어딘 줄 알아? 삼성? 현대?

아냐. 내가 좋아하는 거 할 수 있는 회사가 세계 최고 회사야.


사랑으로 다친 마음은 사랑을 푼다는 말이 있듯이 지적질로 다친 마음은 지적질로 풀어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거다.


폭력적인 역사가 사람들에게 남긴 가장 큰 해악은 우리 삶의 변화가 한 두 사람의 지도자 덕분이라고 믿게끔 만든 데 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의 성공을 두 손으로 일군 당사자들은 역사의 들러리로 물러나 버렸다.

(중략)

메마른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은 소나기가 아니라 길고 지루한 장마다.

바짝 말라붙었던 한강 역시, 한 줌의 ‘위인들’이 뿌린 소나기가 아니라 이름 없이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모이고 쌓여 다시 흐르게 됐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세상에 적성에 맞는 일 같은 거 없어요.

그런거 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거고, 실제로는 뭔 줄 알아요?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내 적성이 되게 하는 거에요.

내가 적성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 적성이 나를 따라오게 하는 거, 그게 성인으로 살아가는 법이에요.

나 영국에서 대학 다녔는데 그게 돼지랑 아무 상관없는 거였어요.

그런다고 내가 돼지 못키워요? 아니에요.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돼지 키우는 사람 없어요.


그 꼴이 나니까 딱 모은 돈만 까먹다 굶어 죽게 생긴 거야.

그러니 어떡해? 개라도 키워야지.

아 그럼 어쩔거야? 개장수 천하다고 가족들 굶길 거야?

개 잡는 거 잔인하다고 애들 공부 안 시킬 거야?

만 원이라도 더 벌려면 뭐든지 하는 거야!

그것 말고는 다 드라마고 유행가야.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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