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결혼하라고 말하고 싶다.(아프고 입원하고 난 후의 심경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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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렇게 말하면서 다녔다.

요즘은 결혼 꼭 안해도 될 것 같다고.

억지로 결혼하려고 할 필요 없다고.

혼자 하고 싶은거 하며 살아라고.

혼자 살면 적당한 수입만 있어도 생활비 걱정없이 하고 싶은거 하며 즐기며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총각 때는 정말이지 자신이 쓰고 싶은 곳에 마음껏 쓰며 살아도 쪼들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혼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혼자에서 둘이 되고 셋이 됐으니, 혼자 살 때 필요했던 생활비가 두배되고, 세배되면 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부족하다. 충분치 않다.

특히, 자신에게 쓰는 돈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열 40도 가까이에 몸 아파보니,

병원에 입원해 있어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입원 전날인 일요일, 밤 새 40도 가까이 되는 고열로 허리와 다리가 아파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내가 남편 끙끙 대는 소리를 들었는지, 자다가 일어나 다리와 허벅지를 계속 주물러 주었다.

그러니 괴로움이 좀 사글어 들었고 잠깐이나마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시 눈을 떳을 때, 문득 떠올랐다.

만약 내가 혼자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하고 지난밤을 보냈을까.

그리고 여전히 40도 고열로 꼼짝을 못하는 신세인데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 외롭고,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았다.

병원 갈 채비를 할 힘도 없고,
병원에 당장 함께 동행해 줄 환자의 보호자도 없다면..

아내가 참 고마웠고, 배우자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6인실 병동에 입원해 있었는데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둘이 있었다.

한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매일 낮에 와서 돌봐주시는데, 다른 한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하루종일, 며칠이 지나도, 돌봐주시러 오는 할머니는 없었다.

그 대비되는 모습을 보니, 혼자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이든 사람, 특히 나이든 남자는 ‘배우자가 있어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혼자 계셨던 할아버지의 개인사정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다. 사별을 하신건지, 할머님도 몸이 불편하신건지, 다른 사정이 있으신건지


다른 성별의 인간 둘이 함께 지내다 보면 부딪히는 면도 있고,

온순한 생명체가 있는가 하면 다소 사나운 생명체도 있는 법.

무덤덤한 성격이 있는 반면, 불같이 타올랐다가 금방 식는 성격도 있고.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주변에 결혼 안 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결혼하라고.

아프거나 힘들 때 서로 의지가 되어 줄 배우자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배우자 때문에 힘들어질 수도 있음


저는 오늘 제 배우자이며 상호 보호자인 아내의 도움으로 퇴원 수속 후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제가 집에 와 있으니 아내가 말하네요.

당신이 집에 와 있으니 집이 가득 찬 것 같다고.

너무 미화되어 표현됐네요.
현실은 다소 사납고 불같은 성격의 충청도 아내와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아냐고 가끔 아내에게 대들곤 하는 경상도 남편입니다.
결혼은 현실입니다.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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