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퇴근 길,
전철역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데 보이는 야경이 참 이뻐서 찍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이미 어둑어둑해졌는데,
저 멀리 보이는 산 너머는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듯 하네요.
마흔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나도 한번 실행해봐야겠단 생각도 들고,
비슷한 중년의 어느 누군가에게도 공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따라 해보면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이 일상에,
뭔가 새롭게 해야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매 분기 성과평가 때문에 장단점 써낼 때도 쓸거 없어 머리 싸매는 기억이 나네요)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나의 본질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나는 나에게 붙어 있는 나를 하나둘 솎아내기 시작했다.
아버지로서의 나를 먼저 떼어내고 남편으로서의 나도 잘라냈다.
아들로서의 나, 회사원으로서의 나, 누구누구 선배 또는 후배로서의 나, 누구누구 친구로서의 나…
뭐가 이리도 많은지 한참을 떼어내도 아직 남은 게 있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마침내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붙어 있는 게 없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인가로 뒤통수를 심하게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눈을 떴다.
진짜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구나, 나는 지금까지 타인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했구나. 그 관계가 끊어지는 순간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구나.
(중략..)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생년월일 밑에 다른 것들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학력, 경력, 외국어 수준, 보유 자격증, 건강 상태, 업무나 성격상 장단점, 잘하는 것, 취미, 관심 분야, 잘 못하는 것, 반드시 해보고 싶은 것,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내가 힘들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 등…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써넣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윤곽이 뚜렷하게 그려졌다.
그것은 내가 그동안 막연히 ‘나는 이런 사람일 것이다’라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예상 외로 나는 제법 잘하는 것이 있었고 괜찮은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 당장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손에 잡혔다.
출처 : 마흔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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