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소연
시인,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산문집 <마음사전> 을 펴냈음.
책 목차가 전부 시옷으로 시작되는 단어나 문장들이다.
예를들어 이렇다.
사귐, 사라짐, 산책, 상상력, 생일, 소심, 서투름, 소푸, 손짓들, 시야, 실루엣, 씩씩하게 등등.
독특한 컨셉의 책이다.
그러면서 책 서두에서 이렇게 말하는데 시옷으로 문장을 도배해놨다.
이번 선물은 시옷의 낱말들이다.
사람이, 무엇보다 사람의 사랑이, 사랑의 상처가, 실은 그 선물이,
그리하여 사람의 삶이, 삶의 서글픔이, 그 서글픔이 종내는 한 줄 시가 된다.
이번 선물이라하면, 저번 선물도 있었나?
시옷의 세계 뿐 아니라 기역의 세계, 니은의 세계도 가능하겠다.
왜 하필 시옷의 세계인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저자의 직업에도 시옷이 들어간다, 저자의 이름에도 시옷이 있다.
이 책은 시집은 아닌데, 문장들이 시 같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나 생각을 에세이로 써낸 글들이다.
역시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주변에서 일어난 현상이나 바라보는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 남다르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일까. 다 읽지 못하겠다.
이 책은 다음에 또 인연이 된다면..
아래부터는 그나마 읽은 내용 중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마음을 먹는다는 말은 어쩐지 마음을 간식 정도로 생각하는 말 같다.
마음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은 살피는 게 맞다.
마음을 따르고 싶다면 마음을 살피면 된다.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면 보살피면 되듯이.
침묵은 나를 신중하게 만들어 주지만
발언은 나를 책임있게 만들어 준다.
침묵은 경청과 묵살이라는 두 극단을 모두 포함한다.
침묵이라는 것은 내가 행할 때는 가장 신중한 방패지만,
타자가 행할 때는 가장 뾰족한 창일 수 있다.
심심함.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는 꿈이 아니라 심심함의 세계이다.
심심함을 견디기 위한 기술이 많아질수록 잃어가는 것이 많아진다.
심심함은 물리치거나 견디는 게 아니다.
환대하거나 누려야 하는 것이다.
삭는다.
한데에 내놓아 비바람 맞고 삭아가는 물건처럼,
사람도 삭는다.
비바람이 아니라 사람에게.
2020.02.18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독서일기] 시옷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