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읽는 중에 남편과 아내가 혼인신고서 작성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혼인신고서에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 항목에 예, 아니오를 선택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니오를 선택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모르고 살았는데, 대한민국은 2008년 1월부터 호주제가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호적 같은 것이 없는 나라입니다.
오래 전 드라마를 보면, 집안 어른이 자녀에게 협박으로 ‘너 우리 집안 호적에서 파버린다’라는 말이 등장하곤 했었는데, 이제 그런 말은 사라지게 되었네요.
비록 호주제는 폐지되었지만,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경우는 아직까지 극소수라고 합니다.
저는 아내와 혼인신고서 작성할 때 ‘자녀의 성, 본을 모의 성, 본으로 하겠냐’는 질문 항목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정말 어쩔 수 없는 한남충인건가 싶었습니다.
다행히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도 기억하지 못하네요.
자녀를 키우며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자식은 아빠의 자식이라기 보다는 엄마의 자식 같습니다.
태생부터가 그렇지 않나요.
비록 아빠 쪽에서 태아 생성을 위해 자신의 DNA를 좀 보탰다고는 하지만 사실 엄마의 뱃속에서 다 자라지 않습니까.
태어난 이후에도 아빠로서 나름 육아를 함께 한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자녀를 키우는데 쓰는 희생에는 한참 못미칩니다.
그렇다보니 아이도 아주 어릴 적에는 아빠를 많이 찾았는데, 자랄수록 엄마에게 더 의지하고 엄마를 더 찾습니다.
엄마 좀 편히 자게 하자고 아빠와 함께 잠 자기로 한 날에도, 새벽에 눈 뜨면 어느새 엄마한테 쪼르르 기어가서 엄마 껴안고 자고 있는 딸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생각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자식은 엄마의 자식이지 아빠의 자식같지 않다고.
사실 성도 엄마 성을 따라가는게 더 적절한 것 같다고.
그랬더니, 아내가 말합니다.
딸이니까 그런 생각들지, 아들이었으면 그런 생각 안들거라고.^^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습니다.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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