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아내가 손목이 계속 아프다고 했습니다.
함께 한의원을 방문해서 한의사의 진찰을 받았습니다.
진찰을 받는 동안 저는 진찰실 한 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아내의 옆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의사 : 최근 손을 자주 사용했나요?
아내 : 뭐 특별히 자주 사용한 것 같진 않아요.
그 후 몇 가지 더 최근 아내의 동향에 대해 물어보고, 출산 관련 질문으로 이어졌다.
의사 : 애는 몇 명이에요?
아내 : 한 명이요.
의사 : 유산 경험은요?
아내 : 네. 있어요.
순간, 잊혀졌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랬지. 우리 유산경험이 있었지.
몇 년 전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 둘째가 될 뻔 했던 태아.
태명도 기억납니다.
응팔이.
(‘첫째의 태명은 일억이’)
의사와 상담하고 있는 아내의 옆 모습을 보는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짠함이 올라왔습니다.
나만 그랬는지, 아내는 표정이나 말투로 봤을 때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진찰을 다 받은 이후에도, 일정에 따라 하루를 보내는데 평상시와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아내도 우연찮게 잊혔던 기억이 떠올랐을겁니다.
마음이 아렸을겁니다.
손목은 침 한 대 맞으니 많이 괜찮아졌다며 만족해 했습니다.
유산에 대한 아픔이 많이 아문 것 같아 다행입니다.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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