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곰돌이(글로리?)입니다. 오늘 사전투표를 하고 온 기념으로, 투표의 경제학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비용과 직접적 이익만을 따지면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투표하는 것은 명백히 손해입니다. 하지만 간접적 이익, 특히 감정적인 쾌감이나 승리감 등이 투표의 결과로 바뀔 수 있는 정책들로 인한 직접적 혜택보다도 훨씬 크기에 투표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투표를 주변 지인들에게 권하는 것은 충분히 개인의 입장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스티미언 여러분은 꼭 투표하세요!
- 키퍼(@joceo00)님의 제3회 천하제일연재대회 -입문부- 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투자 연재글은 여기에:
1. 스팀잇은 지금 기술 성장 주기 중 어디에 있는가? (Gartner hype cycle)
2. 북미정상회담 관련 분석 및 투자 전망
3. 마이클 포터의 5 세력(Forces) 모형으로 본 스팀잇의 경쟁력은?
제목을 “투표의 경제학” 이라고 했지만, 사실 투표 행위는 전통적 경제학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입니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기대 비용 > >>>>기대 이익이기 때문에 명백한 손해거든요.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에 의하면, (어려운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론 간단합니다) “투표에 드는 비용” 과 “투표로 얻어지는 이익”, 즉 “내 투표로 당선자가 바뀔 확률” 곱하기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었을 경우 내가 얻을 이익” 을 비교하면 되는 겁니다.
우선 투표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엇일까요? 투표소야 근처에 있으니 교통비가 엄청 들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시간입니다. 투표장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 투표소에서 기다리고 실제로 투표하는 시간, 마지막으로 투표를 하기 위해 후보자들과 정당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이렇게 소요되는 시간은, 편의상 총 0.5시간으로 하겠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는 더 들겠죠 - 투표소 왔다갔다만 해도 저정도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최저임금만 적용해도, 나의 시간 소모는 4천원 이상의 가치입니다. 실제로 시간당 가치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 것이고, 소요되는 시간이 총 30분보다 많을 것이니, 이 4천원은 투표에 들어가는 최소 비용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자, 이제 투표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계산할 차례입니다. 나의 한 표로, 당선자가 바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총 투표자수가 낮은 구의원이나 시의원 같은 경우는 좀더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0에 가깝죠. 일단 계산을 해야 하니, 편의상 십만분의 1 정도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었을 경우 내가 얻을 이익” 곱하기 “십만분의 1” 이 4천원보다 커야 투표가 경제적으로 내게 이익이 됩니다. 그러려면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었을 경우 내가 얻을 이익” 이 적어도 4억원은 되어야 합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재산이 엄청 많거나 사업을 크게 하거나 하는데, 투표 결과에 따라서 운명이 바뀐다, 그러면 4억원의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투표권자에게, 개인당 4억원의 이익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후보자가 되어서 내가 원하는 정책이 통과된다고 해도(물론 아시다시피 이렇다는 보장도 전혀 없습니다), 이 정책의 혜택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나눠서 받게 되죠.
예를 들어서 투표자가 20대라서 20대에게 혜택을 왕창 주겠다는 후보를 찍었다고 하겠습니다. 20대에게 혜택이 총 1조가 돌아간다고 해도, 20대가 백만 명만 되어도 내게 돌아오는건 백만원뿐입니다. 이런 것 몇 개를 모은다고 해봐야, 4억원과는 안드로메다 차이가 있죠.
그러면 우리는 투표를 왜 하는 걸까요? 극단적인 예로, 이 글을 쓰는 저는 이게 경제적으로는 손해라고 생각하면서, 왜 퇴근 후 시간을 쪼개서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을 읽어보고 휴일에 투표장까지 갔다왔을까요?
투표에 드는 비용과, 내 한 표가 당선자를 바꿀 수 있는 확률이 0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우리가 모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었을 때의 이익이, 그 사람이 당선됨으로써 정책들이 바뀌어서 내게 돌아올 직접적인 혜택보다도, 다른 감정적 또는 정신적인 부분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나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는 만족감,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이겼을 때의 기쁨과 유사한 기분, 이런 것들이죠.
마지막으로, 그러면 투표를 주변 지인들에게 권유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일까요?
이건 사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일단, 권유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나 노력은 내가 직접 투표하는 과정에 필요한 시간이나 노력보다 훨씬 적죠. 게다가, 나의 지인들이면 나와 비슷한 성향을 확률이 높으니, 지인들이 투표를 할 경우 내가 원하는 선거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한 표당 내가 들이는 비용은 확 줄어드는데, 이익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 표는 한 표니까요) - 당연히 지인들의 투표 참여는 내게 이익이 되고 권유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으시는 스티미언 분들은, 투표 꼭 하세요!
@noctisk 님의 [Kr-event] 투표인증 풀보팅 드립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사전투표 인증샷입니다 (기념으로 투표확인증 이란것도 받아왔어요.) 왼손에 7자 모양으로 투표 도장 7번을 찍은 것은, 제 아이디 끝자리수가 7이기 때문입니다 - 1개나 2개 등을 찍으면 괜히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을 수 있어서요.
생각해보니 시장과 정당 번호는 7번도 있었던 듯 한데,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납니다…
- 선거철을 맞아, 과연 누구나 “공평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경우, 1인 1표는 공정한가? 를 읽어보시면, 스팀잇에서의 보팅과 현실의 보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실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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