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 검은 책.
[책과 여행] 해골과 어둠의 도시 이스탄불
photo by @r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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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힘과 능력을 보려면 터키로 가야한다.
하지만 그곳은 피와 어둠, 해골의 도시 이스탄불이다.
보스포러스아래 얼마나 많은 세계인의 해골이 묻혀있는지…..
## 로마제국 건축공학의 승리 최첨단 건축물
터키란 하기아 소피아 성당의 삼각궁륭이 있는 곳이다.
삼각궁륭,비잔틴건축 공학의 승리이다.
5세기 로마제국은 모든 역량을 결집해서 엄청난 건물을 지었죠.
이것을 보려면 터키로 가야합니다. 비잔틴 건축공학의 승리 삼각궁륭(pendentives)
당시 콘스탄티노플에 유스티니아누스의 명에따라…
네 개의 큰 아치 위에 거대한 돔을 올려 놓는 방식을 시도하여 75m광활한 실내공간을 창출합니다.
인류가 지은조적식 건물 중 이런 공간을 창출한 사례는 유일무이합니다.
중간에 기둥이 전혀 없어서 풋살 가능
소피아 대성당의 삼각궁륭의 위용…기둥이 없어요 술탄 메메드2세는 이를 시기하여 블루 모스크를 지었지만 겉모양만 같을 뿐 들어가보면 큰 기둥이 네 개 있습니다.
빈의 공방정원
괴수토리에—>클릭
## 하지만, 끊임없이 겁탈당한 피의 도시
고생없이 귀하게 큰 도시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스탄불만큼 피 냄새가 진동하는 도시가 또 있을까.
대단한 성 소피아 성당 안데 들어가면 그 엄청난 공간감에 압도될 수 있지만, 십자군이야기, 로마제국쇠망사. 검은 책 등을 읽으면 콘스탄티노플은 또 다른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시장골목 골목마다 그묘한 냄새들이 진저리 쳐 집니다.
##### 오르한 파묵의 검은책을 들고 터키 이스탄불로 가자.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검은책]을 보고 나면
성 소피아 성당이나 보스포러스 해협, 블루모스크에서 다른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터키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시리아와 이라크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비잔틴을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정했던 로마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로부터 소피아성당을 지은 유스티니아누스에 의해 오늘의 도시의 골격이 마련된다.
유스티니아누스 이후 동로마황제의 자리는 세계의 재물과 종교의 지배자로서 경쟁자도 견제도 없는 모든 권력과 재물의 중심축이 된다.
제정일치, 신권국가의 동로마 황제와 황후는 예수와 그 신민들 사이의 중재자요 제국의 관리자이다.
소피아 성당 벽면 모자이크- 유스티니아누스와 테오도라
당연히 모든 탐욕스런 야망가들은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는 은밀한 도전을 하고 콘스탄티노플은 야망가들의 악전고투의 장이 된다.
기번이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서술한 그 피비린내 나는 잔인한 암투와 탐욕의 비정함은 수 백년간 끊임없이 지난하게 이어진다.
비잔틴 제국의 쇠퇴기에는 거의 1000년 동안 서양과 동양의 침탈을 견뎌내야 했다. 서유럽 도시국가들의 영주들로 구성되어 베네치아 단돌로의 후원을 받은 4차 십자군은 실제로 콘스탄티노플을 약탈했다. 성소피아 성당을 점령하고 점령자로서 피 점령국을 대상으로 말 그대로 질펀하게 놀아 재꼈다.
> 4차십자군 즈음에 참전한 자들은 많은 부분 이전 십자군, 예를들어 이블랭 가(家)의 성공에 경도된 자들일 것이다 십자군이란 것이 처음부터 그런 탐욕을 숨기고 있었지만,
영지도 없던 가난뱅이 기사인 이블랭 가는 십자군을 통해 킹메이커 가문으로 발전하니 철저한 혈통 중시 사회이던 중세에 참으로 십자군 참전은 로또였다. 이블랭가는 예루살렘 왕국과 키프로스 왕국의 가장 중요한 귀족 가문이 되지만 1115년에 야파 지방을 점령한 위그 1세 드 르 퓌세의 기사로 참전했다는 식으로 처음 역사에 드러난다. 영지와 봉토가 없음은 확실하니 귀족의 떨거지 막내이거나 심하면, 자칭 기사일지도 모른다.
4차십자군: 배와 물자를 제공한 베네치아의 엔리코 단돌로는 십자군이 자라(Zara)를 점령한다면 임시적으로 채무를 변제해줄 것을 동의하였다.제 4차 십자군은 1202년에 이 로마 카톨릭 도시를 약탈하고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에 격노한 인노센트 3세는 이 십자군을 파문에 처하였다. 1203년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였다. 수 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찬탈자인 알렉시우스 3세는 도시를 방어하기 위하여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육지와 해상에서 행해진 두 번째 공격으로 방어망이 뚫렸고, 알렉시우스 3세는 도시를 탈출하였다. 1204년 3월에 십자군과 베네치아 인들은 그 도시를 두 번째로 장악하는 데 합의하고는 라틴 계통의 인물을 황제로 선출하기로 하였다. 이 포위 공격은 성공을 거두었고, 콘스탄티노플은 3일 동안 약탈되었다.
드라크루아작. 4차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약탈
오스만제국의 침략기에는 바로 그 프랑스, 이탈리아의 기독교 국가들과 함께 콘스탄티노플을 방어하다 결국 함락된다.
[십자군 이야기]에는 그 첫원정에서 마지막 원정까지의 이야기들이 스펙타클하게….ㅎㅎㅎ
첫 번째 십자군은 ‘자신의 권위’가 곧 ‘옮음’이라 믿는 한 인간의 계략에서 시작된다.
>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 구원요청을 위해 방문한 비잔틴제국의 특사를 만난 교황 우르바누스 2세 역시 그랬는지 모른다.’1권 11p
> 비잔틴제국의 황자 알렉시우스가 정통 후계자인 자신을 도와 콘스탄티노플로 가 황위를 찬탈한 숙부를 몰라내 주면 20만 마르크, 병사 1만명, 지속적인 500의 팔레스티나 지원 기병, 그리스정교회의 로마 카톨릭 아래로 통합을 제안한다. … 오랜 고민 끝에 십자군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에 반대한 500여명의 십자군은 독자적으로 베네치아 배를 탈취하여 이집트로 가려다가 침몰하여 전원 사망한다. 뒤 늦게 사실을 전해들은 교황도 대노 했지만, 반응은 더 미온적이었다. 이리하여 10개월에 걸친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그 10개월 동안 감옥에 있던 황제와 그 아들 알렉시우스도 살해당해서 결국 탈환한 콘스탄티노플의 황제자리가 비게 되었다. 플랑드르 백장 보두앵이 이 새로운 라틴제국의 황제가 된다.
같은 기독교 국가를 공격한 사건이었지만 당시에는 별 악평이 없었다. 인노켄티우스 3세도 파문이나 성무금지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십자군이야기 중 4차 부분.
15세기 오스만제국 이후에는 3대륙에 걸친 영토에 세력이 뻗칠 정도로 강력한 제국이었다. 동로마-오스만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에는 당시 찬란했던 역사와 전쟁의 상처가 그대로 녹아 있다. 이후에도 세계대전에 휘말리는 등 동, 서양의 경계에서 헤아릴 수없이 많은 침략과 전쟁, 분쟁속에서 오늘날의 터키에 이른다.
### 지하통로 안내인(검은책)
원한다면 이 놀라운 지하 통로로 들어가, 용기가 있다면 천장에 매달아 놓은 금 목걸이와 팔찌 사이로, 압바스의
십자군으로부터 도망쳐 들어와 서로 뒤엉켜있는 유대인들의 해골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이로써 갈립은 안내인이 제랄의 최근 칼럼을 주의 깊게 읽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안내인은 계해서 700년 전, 비잔틴이 6000명이 넘는 이탈리아인을 학살할 때 달아난 제노바인, 아말피인, 피사인의 해골이,
600년전 흑사병을 피해 아조프 해에서 도시로 들어온 해골과 함께, 아바르족의 공격 때 유스티니아누스가 세상을 뜨고 몇 해 안 되어 유스티누스 2세가 황위에 올랐고 침략자들에 의해 사방에서 국경이 뚫리기 시작했다. 동쪽에서는 페르시아군이, 북쪽에서는 발칸 반도로 이주한 중앙아시아 종족 아바르족이 침략해 왔다. 유스티누스 2세는 침략자들의 맹공격에 신경쇠약에 걸렸고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지하로 내려진 테이블에 서로 기대어 앉아 심판의 날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만 제국의 약탈을 피해 비잔틴인들이 숨었던 통로들을 가리켰다. 그 통로들은 아야 소피아사원에서 에이레네 성당과 판토크라토 사원까지 연결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 만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200년 뒤 무라트 4세가 커피 담배 아편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자 사람들은 또다시 숨어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편과 연초담는 주머니를 꼭 쥔채 그들을 구원해 줄 마네킹을 기다리는 해골을 볼 수 있었다.
## 내가 찾던 너는 결국 내 머릿속에…
[검은 책] 소설의 주인공, 뤼야가 찾기위해 제랄의 칼럼을 분석하는 일에 집착하던 갈립은 어느덧 제랄처럼 생각하고 제랄의 칼럼의 이야기처럼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제랄이 칼럼이 잡지사에 도착하지 않자 갈립이 이를 대신한다.
갈립은 제랄의 집에서 제랄을 찾고 있는 또 다른 애독자의 전화를 받는다. 그 역시 갈립만큼이나 제랄의 모든 삶과 칼럼을 다 알고 있으며 자신의 아내가 제랄과 함께 사라졌다고 믿고 있다. 그는 이제 숭배하던 제랄을 죽이고 자신이 스스로의 비밀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도시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소설 [검은책]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양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인 제랄레딘 루미의 [메스네비]의 휘순과 아슥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갈립과 뤼야가 그 각각의 남녀를 상징한다.
제랄은 메블라나 제랄레딘 루미로, 변호사 갈립은 루미를 이어 500년 후에 신비주의 교주에 오른 성인 쉐흐갈립으로 비견해 볼 수 있다.
파묵은 검은 책에서 신비주의의 자아분석과 자아완성단계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신비주의에서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을 구하는 사람들이 결국 그것을 자신의 마음에서 찾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쉐흐 갈립의 작품에서 아슥은 휘순을 자신의 머리에서 찾는다. 변호사 갈립도 자신을 “떠난 아내 뤼야를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서 발견한다.
제랄의 칼럼 한 쳅터만 보더라도 이 도시의 기구한 운명을 느낄수 있다.
## 보스포러스의 물이 빠져나갈 때
한때 보스포루스라고 불리던 아무것도 없는 진흙탕에 세워질 새로운 마을에 대해 말한다.
무허가촌, 노점, 바, 클럽, 유흥업소, 회전목마가 있는 놀이동산, 도박장, 사원, 수도원, 마르크스주의자 파벌의 소굴, 오래 못 가는 플라스틱 작업장과 나일론 스타킹 제조 공장….
재앙에 가까운 이 혼란 속에서 옛날 자선회사의 잔재인 옆으로 누워 있는 배의 시체와 사이다 병뚜껑과 해파리 밭이 보일 것이다.
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마지막 날에는, 미국대서양횡단 전기선과 이끼 낀 이오니아 기둥 사이에 미지의 신에게 애원하는 선사시대의 유산인 입벌린 켈트인과 리..인 해골이 보일 것이다.
조개로 덮여 있는 비잔틴 보물,
은과 양철로 된 포크와 나이프,
1000년 된 포도주 통,
사이다병,
선미가 날카로운 전함의 시체 사이에서 솟아오를 이 문명은 오래된 난로와 램프를 피울 연료를
늪에 처박힌 오래된 루마니아 유조선에서 끌어 올 거라는 상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예비해야 할 것은, 이스탄불의 진한 녹색 하수구가 물을 대는 이 저주받은 웅덩이에서, 선사시대의 지하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 독가스,
마른 늪,
돌고래와 가자미와 황새치 시체,
새로운 천국을 발견한 쥐의 군대들 속에서 발생할 새로운 유행성 질병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경고한다. 그날, 철조망으로 격리될 이 질병 지역에서 일어날 재앙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때는 보스포루스의 비단결 같은 물을 은빛으로 비추는 달을 바라보았던 발코니에 앉아 땅에 묻을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불태워버리는 시체에서 나는 푸르스름한 연기와 불빛을 바라볼 것이다. 한때는 박태기나무와 인동덩굴의 향기 속에서 라크를 마셨던 해안의 탁자에 앉아서는 썩은 시체와 곰팡이에서 나는 코를 찌르는 냄새를 맡을 것이다. 부두에서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파도 소리와 평온한 봄새의 노래와 줄지어 서 있는 어부들의 소리가 아니라, 죽음이 두려웠던 조상들이 1000년이나 계속된 수색을 피하려고 바다에 던져 버렸던 다양한 검, 총, 녹슨 언월도를 가지고 서로 싸우는 남자들의 고뇌에 찬 비명이 들릴 것이다.
한 때 해안가에서 살던 이스탄불 사람들은 저녁에 피곤에 지쳐 집으로 돌아갈 때도 해초 냄새를 맡기 위해 버스 창문을 서둘러 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불이 밝혀진 그 끔찍한 어둠을 내려다보며 썩은 시체와 진흙 냄새가 새어 들어 오지 말라고 시내버스 창틈에 신문이나 천 조각을 끼워 넣을 것이다. 풍선 장수와 뻥튀기 장수가 우리 주위를 돌아다니던 해안가 커피 집에서는, 전함 축제가 아니라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만졌다가 함께 터져 버린 지뢰의 핏빛 광명을 볼 것이다. 폭풍이 휩쓸어 왔다가 백사장에 버리고 간 비잔틴 동전과 빈 통조림통을 모아 돈을 벌던 사람들은, 홍수가 해안 마을에 있는 목조 가옥에서 쓸어 와 보스포루스 해협 깊은 곳에 쌓아 놓은 커피 분쇄기, 이끼 낀 뻐꾸기 시계, 조개가 갑옷처럼 뒤덮인 검은 피아노를 주워 생계를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날들 중 어느날 나는, 새로운 지옥 안에서 검은색 캐딜락을 찾기 위해 한밤중 철조망 밖으로 조용히 빠져나갈 것이다.
검은색 캐딜락은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 전, 내가 풋내기 기자였을 때 행적을 쫓았던 베이올루의 도둑이(‘갱’) 타던 전시용 자가용이었다. 나는 그가 주인이었던 어떤 소굴 입구에 걸린 이스탄불 그림 두 점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스탄불에는 당시 철도 부자였던 다으델렌 씨와 연초왕이었던 마르프 씨에게 똑같은 차가 있었다. 우리 신문기자들이 그의 최후를 일주인간 연재해 전설로 만들어 준 그 도둑은 한밤중 경찰에 포위되었는데, 어떤 주장에 따르면 마약에 취해서, 어떤 주장에 따르면 말을 벼랑으로 모는 산적처럼 일부러, 애인과 함께 캐딜락을 타고 아큰트 곶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의 어두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잠수부들이 바다 바닥을 며칠 동안 수색해도 찾지 못했고, 신문과 독자도 얼마지나지 않아 잊어버린 캐딜락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나는 어림할 수 있다.
그것은 그곳에, 과거 ‘보스포루스’라고 불렸던 계곡의 심연에, 게들의 보금자리인 700년된 신발, 부츠 한 짝, 낙타 뼈, 미지의 애인에게 쓴 연애편지로 꽉 찬 병들이 가리키는 진흙 벼랑 밑에, 홍합과 해면의 숲이 다이아몬드, 귀걸이, 병뚜껑, 금팔찌로 반짝이는 비탈 뒤 어느 곳에, 썩은 유람선의 시체 안에 급히 설치한 마약 실험실과, 불법 소시지 장수들이 말과 당나귀를 죽인 후 양동이 한가득 피를 뿌리던 굴고 모래톱 조금 앞에 있을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서 시체 냄새 나는 고요 속에서 캐딜락을 찾고 있을 때, 물에 던져진 그대로 자루 속에 몸을 오그리고 있는 오래전의 궁정 음모자 발목에는 아직도 대포알이 묶인 채 십자가와 지휘봉을 껴안고 있는 정교회 신부의 오래된 해골을 우연히 발견할 것이다.
처음에는 굴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톱하네 부두에서 갈리폴리로 병사를 싣고 가던 귈제말 배(결국에는 프로펠러가 어부의 그물에 걸린 다음 이끼 낀 바위에 들이박아 바다로 가라앉아 버린)에 어뢰 공격을 하려 했던 잠수함의 잠망경에서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한 연기를 볼 것이다.
우리 시민들은 새로운 집에서(아주 오래전에 리버풀 조선소에서 만든) 산소 부족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영국 해골들이 앉았던 장교용 벨벳 의자에 앉아 중국산 자기 찻잔으로 차를 마실 것이다.
그 뒤로 어둠 속에는 한때 빌헬름 황제의 것이었던 전함의 녹슨 닻이 있을 것이고, 거기서 자개로 뒤덮인 텔레비젼 화면이 내게 윙크할 것이다. 약탈한 제노바 보물이 잔재, 입구에 진흙이 들러붙어 있는 총신이 짧은 대포, 조개로 뒤덮인, 사라지고 잊힌 민족의 그림과 우상, 뒤집어진 놋쇠 샹들리에의 깨진 전구를 볼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 진흙과 바위 사이를 조심조심 걸을 때는 노에 사슬로 묶인 채 영원히 이별하며 별을 쳐다보는 갤리선의 노예 해골을 볼 것이다. 어쩌면 해초에 매달려 있는 목걸이와 안경과 우산은 주의 깊게 보지 않을 테지만 고집스레 서 있는 멋진 말 해골 위에 완전 무장을 하고 앉아 있는 검은 캐딜락을 기다려 왔음을 두려움 속에서 깨달을 것이다.
어디서 스며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인광으로 가끔 희미하게 밝아지는 검은 캐딜락 쪽으로 나는 천천히, 두려워하며, 옆에 있는 십자군 기사들에게 허락을 받듯이 엄숙하게 다가갈 것이다. 캐딜락의 문손잡이를 잡고 억지로 열어 보려 하겠지만, 온통 조개와 성게로 뒤덮인 차는 나를 안으로 들이지 않을 것이며, 꽉 닫힌 초록빛 창문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려면 나는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손잡이와 창문을 덮고 있는 초록색 이끼를 천천히 긁어 낼 것이다.
한밤중, 끔찍하고 마법같은 어둠 속에서 성냥을 켜면 십자군의 갑옷처럼 여전히 반짝이는 멋진 운전대, 니켈 눈금계, 바늘, 시계가 보일 것이고, 가녀린 팔목에 팔찌를 차고 손가락에 반지를 낀 애인과 도둑의 해골이 앞 좌석에 앉아 껴안은 채 입을 맞추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맞물려 있는 턱뼈뿐만이 아니라 두개골도 불멸의 키스로 밀착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성냥을 다시 켜지 않고 돌아서서 도시의 불빛을 응시하며 내가 본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것이다. 대재앙의 순간에 이보다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고뇌에 빠져 먼 연인에게 외칠 것이다. 내 사랑아, 나의 아름다운 여인아, 나의 운명아, 재앙이 닥쳐오고 있어. 내게로 와. 지금 내게로 와.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든지, 담배 연기 가득한 사무실이든, 흐트러진 푸른 침실이든, 빨래가 말라 가는 집의 양파 냄새 나는 부엌이든, 때가 되었으니, 내게로 와. 우리에게 밀려드는 재앙을 잊기 위해서는 커튼이 쳐진 반쯤 어두운 방의 정적 속에서, 어둠에 덮이면, 서로를 힘껏 껴안고 죽음의 시간을 기다려야 해.
- 오르한 파묵 [검은 책]제2장 보스포루스의 물이 빠져 나갈 때-
ISBN: 9788937481154
동양에서 서양을 바라보다 보스포러스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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