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전 거 여 행 -김훈
[발췌 소개]- 제가 김훈 작가의 글에 반한 첫 책이 바로 망월동의 봄입니다 그대로 발췌해 봅니다.
이후 밥벌이의 가파름이 느껴진 [라면을끓이며]까지 거의 모든 책을 읽었습니다.
밥벌이의 가파름에서부터 ‘문장’을 향한 열망까지 넘나드는 ‘처사김훈’의 언과 변은 차라리 강이고 계이다. 산하 굽이굽이 틀어앉은 만물을 몸 안쪽으로 끌어당겨 설과 학으로 세우곤 하는 그의 사유의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횡한다. - (정끝별 표지 추천사)
프롤로그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 우마차로, 소로,임도, 등산로들은 모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 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 보낸다.
망월동의 봄
이추자 씨는 그때 임신 3개월의 신부였다. 집안에서 총을 맞았다. 오른쪽 눈 밑을 총알이 뚫고 지나갔다. 병원에서 수술 받던 도중에 폭도로 몰려 병원 지하실에 끌려가 군인들한테 매를 맞았다.
이추자 씨는 그때 아무런 정치 의식이 없었고 그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다만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동그랗게 꼬부리고 매를 맞았다. 기형아를 낳으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군인들이 임신한 배를 구둣발로 찼고 이씨는 여러 번 실신했다.
이 아이가 최효경이다. 광주 여자 대학교 무용과 2학년이다. 핸드폰에 코알라 인형을 씌워서 들고 다니다. 이추자씨는 보험회사 외판원이다. 성격이 수줍어서 별 실적은 없다. 최효경 양이 엄마보다 더 잘 번다. 최양은 학교가 끝나면 고속도로 광주 톨게이트 매표원으로 일한다. 최양은 한 달에 80만원쯤 벌어서 남동생 용돈까지 준다.
이추자 씨는 효경이를 낳고 나서 얼굴에 기미가 심하게 끼었다. 임신 중에 여러 번 총상 수술을 했고 그때마다 항생제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씨의 얼굴은 기미로 덮여있다. 그래서 이씨는 화장을 두껍게 한다. 5,18 피해자라고 해서 남한테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고 이씨는 말한다. “ 늘 단정하고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고 싶다”면서 이씨는 딸을 끌어안고 웃었다.
안타까운 건
요즘도 농인들이 저에게 5-18은 북한군소행이라며
사진을 보여줘요 극우논객 지만원씨와 일베서 갈무리한 사진입니다.
오늘 시사in에 인민군대장 최룡해씨 인터뷰가 실렸네요 ㅋㅋ 생존자 양동남 씨입니다.
인민군 정치국장이란(?) 분도 인터뷰에 응하셨네요 생존자 안옥선 씨입니다.
양동남씨와 안옥선 씨는 그때 기동타격대에 자원하셨던 어린 재수생, 구두딱이 등 중 한명이었답니다.
1980년 5월26일 오후 1시, 광주 전남도청의 스피커가 울렸다. 계엄군의 도청 무력 진압이 기정사실화된 직후였다.
“끝까지 도청을 지킬 결의가 되신 분들로 기동타격대를 모집합니다. 뜻있는 동지들은 1층 회의실로 모여주십시오.”
진압군의 학살이 확실시 되자 예비군 아저씨들이
어린 타격대들의 총을 빼앗아 창밖으로 던져버리며 말했답니다.
너희들이라도 살아서 역사의 증인이되어라
당시 마지막 타격대는 수십명이었는데 살아남은 사람은 3명 뿐이라고 합니다.
처참하게 맞고 피 칠갑이 되어 체포된 뒤 계단을 질질끌려 내려와서 상무대 헌병대로
‘김대중이 시켰다라는 거짓 진술서에 사인하고’
그리고 내란실행 혐의로 7년 선고받고 상무대로 끌려가 각서쓰고 석방되어
줄곳 경찰의 감시속에 살았답니다. 1998년 무죄판결 받았답니다.
지만원씨등은 지금 이분들에게 명예회손으로 고소당한 상태입니다.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 라인홀트 매그너는 유럽 알피니즘의 거장이다. 그는 히말라야에 몸을 갈아서 없는 길을 헤치고 나갔다. 그는 늘 혼자서 갔다. 낭가 파르바트 8000미터 연봉들을 그는 대원없이 혼자서 넘어갔다. 홀로 떠나기 전날 밤, 그는 호텔 방에서 장비를 점검하면서 울었다. 그는 무서워서 울었다. 그의 두려움은 추락이나 실종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외로움이었다. .…..낭가 파르바트 북벽의 일몰을 혼자서 바라본다. 그는 자신과 싸워서 이겨낸 만큼만 나아갈 수 있었고 이길 수 없을때는 울면서 철수했다.
퇴계는 도피와 일탈로서의 산행을 나무랐다. 산속에서 청학동을 묻는 자들의 몽환을 꾸짖었다. 산에 가서 안개와 노을을 마시고 햇빛을 먹으려는 자들을 퇴계는 가까이 하지 않았다. 산에 속아넘어가서 결국 자신을 속이는 인간들을 퇴계는 가엾게 여겼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겠다.’는 것이 산에 처하는 퇴계의 마음이다. 산이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그 정화된 마음으로 다시 현실을 정화시킬 수 있을 때 산은 안름답다. 퇴계의 글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것 같다. 퇴계의 산은 세상의 한복판에서 구현되어야 할 조화의 산이다.
도요새에 바친다
낭가 파르바트 봉우리가 논보라에 휩싸이는 밤, 비행진로를 상실한 새들은 화살이 박히듯이 만년설 속으로 박혀서 죽는다. 눈먼 화살이 되어 눈 속에 꽂혀서 죽은 새들의 시체는 맹렬한 비행의 몸짓으로 얼어붙어있다. …눈속에 날아와 박힌 새들은 비행하던 포즈대로 죽는다. 낭가 파르바트 북벽에 부딪히는 새들은 화살처럼, 총알처럼, 바람처럼 죽는다.
…도요새는 먹이를 조준하지 못한다. 도요새는 뻘 속에 파묻힌 보이지 않는 먹이를 덮어놓고 쪼아댄다. 어쩌다가 걸려드는 것이다. 그러니 죽지 않으려면, 보이지 않는 먹이를 향해 쉴새없이 부리를 내리 꽂아야 한다. 그래서 그것들의 부리는 딱딱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민감하다. 부리를 무작위로 선택한 뻘흙 속에 찔러 넣고 그 안에 넘길만한 것이 들어 잇는지 판단해야한다. 넘어가는 것보다 뱉어내야할것이 언제나 훨씬 더 많다.
박먹기의 어려움은 도요새나 저어새나 대동소이하다. 저어새으이 부리는 넓적하다. 밥주걱처럼 생겼다. 저어새는 이 넓적한 부리로 하루종일 뻘밭을 훑는다. ….부리안에 물린 흙 속에서 넘길것은 넘기고 나머지는 뱉는다. 먹이를 넘길 때마다 길고 가는 목줄기가 껄떡거린다. 저어새는 위태로운 멸종 위기의 새다.
무기의 땅 악기의 나라
7c의 수많은 전투는 매우 복잡하고 무질서한 정치적 배후를 갖는다. …문무왕은 눈물겨운 저자세의 외교문서로 당나라에 충성을 맹세한다. 그는 거의 빌고 있다. 그리고 그는 곧 군사를 동원해서 한반도에 진주한 당의 군사력을 토벌한다. 수사를 아끼는 김부식은 그 시대를 이렇게 전한다. 들판마다 시체가 가득가득 쌓여있었고 흐르는 피에 방패가 떠내려갈 지경이었다.
충무공
이순신의 칼에는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둘이는 ‘ 검명이 새겨져 있다….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은 펜을 쥔 자들의 자기기만이기 십상이다. 그말은 정치적이다. 칼을 쥔 자들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문’은 세계를 개조하는 수단으로서의 ‘무’를 동경한다고 말하는 편이 오히려 정직하다. 이순신의 칼은 인문주의로 치장되지 않는 칼이었다. 다만 조국의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물들이기 위한 칼이었다.
절망에 맞서는 그의 태도는 절망을 절망으로 긍정하고 거기에 일체의 정서를 개입시치지 않는 식이다…..그때 그의 내면은 …글은 칼의 삼엄함에 도달한다. 그는 많은 부하를 베어 죽였다. 부하를 죽인 날 그의 일기는 “아무개가 군령을 어기기로 베었다. 바다는 물결이 높았다.”라는 식의 문체를 보인다.
백의종군을 시작하던 5/16일 일기는 “맑음 오늘 옥문을 나왔다”로 시작된다. 자신을 가두고 때리고 사형의 빌미를 찾으려 했던 정치 권력의 정당성 여부와 그 원한에 관하여 끝끝내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았다….명랑해전을 보름 앞둔 날 경상수사 배설은 탈영,도주했다. 절망적인 사태였다. 이날 이순신의 일기는 한 줄이다. “맑음 오늘새벽 배설이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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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성질 더러운 내향이 상처받고 포기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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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소녀 이미지는@cheongpyeongyull 님이 그려주신 작품입니다.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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