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제가 읽는 주간지에 정시와 수시문제, 대입문제를 총체적으로 잘~ 정리한 장문의 좋은 기사가 있어 간략하게 정리해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습 효율성은 세계적으로 바닥수준으로 중국보다는 조금 낫네요
정시확대의 문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대통령은 ‘조국 대란’의 본질을 과정의 공정성 문제로 인식했다. 10월22일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은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정시 비중 상향은 교육부의 정책방향과 민주당 계열 교육정책 그룹의 노선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유 장관의 말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시 확대 방향이 공표된 후 ‘교육부 패싱’ 논란도 나왔다.
“청와대는 집권 초부터 정시 확대를 원했다. 이럴 거면 왜 공약에 ‘정시 확대’라고 올리지 않았나 생각했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의 참모로 교육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집권 초기의 기류를 이렇게 평가했다.
“대통령은 왜 정시 확대를 원하고, 교육 관료와 정책가들은 왜 반대해왔는가?”
대입 전형의 큰 줄기는 셋이다.
정시(수능). 수시의 학생부교과전형(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학종은 학생부의 내신 성적 말고도, 교사들의 학생 다면평가, 그리고 면접 등을 통한 대학의 평가를 종합하는 전형이다. 2020학년도 기준으로 보면, 학종도 내신 비중이 크다.
하지만 이른바 ‘괜찮은 대학’으로 갈수록 달라진다.
수도권 대학만 따로 놓고 보면,
학종이 33.1%로 , 수능이 25.6%로 , 내신이 21.9%로 3위다.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학종(과 수능)을 선호한다. 고교 교사들의 다면평가에 대학 측의 자체평가를 결합해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본다(이 과정에서 대학들이 고교 수준에 따라 점수를 달리 주어 실질적 ‘고교등급제’를 한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된다).
수능의 선발지표가 낮다.
중도탈락률(자퇴 등)은 선발 시험이 잘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대교협 자료를 보면, 서울 10개 사립대학에서
학종 입학생의 중도탈락률은 2.5%,
내신 입학생은 3.1%,
수능 입학생은 6%였다. 수능이 학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정시는 과정의 공정성을 성취하는 대가로 결과의 정의에서 중요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 고소득층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은 수능이다.
국가장학금 자료를 이용해 대입 전형별 소득 분포를 추출한 결과다. 수능이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 하위40% 저소득 입장에서 보면 80%가 내신과 학종을 통해 대학을 간다.
좋은 대학은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므로, 정시 확대는 부잣집 아이가 고소득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을 높인다. 즉, 수능 전형이 늘수록 불평등은 더 크게 재생산된다.
정시는 왜 수시보다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효과가 더 큰가?
내신 시험은 원리상 같은 학교에서의 경쟁이다. 출발선이 비슷한 학생들이, 출발선에서 얼마나 더 멀리 갔는지를 놓고 평가받는다. 가난한 지역 학교에도 전교 1등은 나오게 마련이다.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효과는 줄어든다.
수능은 전국 단위 경쟁이다. 부모가 고소득자이고 교육환경이 좋은 동네에 살수록 유리하다. 또래집단의 경쟁 압력이 크고 역할모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 효과도 있다. 강남에 사는 고소득층 자녀는, 학습능력이 비슷한 비강남·저소득층 학생보다 수능을 잘 본다.
전국 단위 시험의 경쟁에서는 강남과 같은 교육특구에 진입하는 게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교육특구 입장권’은 비싸다. 수능 비중이 늘어나면 더 비싸진다. 정시 확대 방안이 나오면 강남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린다. 이 입장권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의 트랙에 더 쉽게 올릴 수 있다.
지역 단위 경쟁인 내신과 학종은 이 악순환 구조를 완화한다.
지역 단위 경쟁이 중요해지면, 성적 좋은 아이들에 둘러싸이는 교육특구 입장권의 매력은 떨어진다.
그러므로 전국 단위 경쟁인 정시가 지역 단위 경쟁인 수시보다 불평등 재생산 효과가 크다.
이 명제는 제도의 구조와 원리에서 예측 가능하고, 실제 통계도 예측을 뒷받침한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그런데도 수능보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난받는다.
학종과 같은 정성평가는 신뢰가 핵심 조건인데, 조국 자녀 같은 특목고 학생들의 뾰족한 사례는 신뢰를 뿌리부터 뒤흔든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더 학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은 평등·공정·정의를 조화시키는 문제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드러냈다.
과정의 공정을 대표하는 제도(수능)가 교육특구의 입장권을 살 부모의 능력에 좌우되는 한, 이 제도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정의롭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반대편 대안, 내신과 학종은 평등·공정·정의를 함께 보장하는가? 내신과 학종은 결과가 정시보다는 덜 불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신과 학종은 학생들이 훨씬 더 싫어하는 제도다. 고교 생활 3년 내내 입시를 치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대학입시가 인생에 갈림길이라는 인식이 있는 한
이 압력을 완화할 방법은 없다. 더욱이 학종은 교사의 권한을 크게 올리는데,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권력관계가 잘못 작동하면 학생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이것은 다른 차원의 불의다. 또, 어느 학교에서 어떤 교사를 만났는지에 따라 학생부 기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회의 평등 관점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정육면체 큐브 퍼즐과도 같다. 과정의 공정성은 주관이 개입하지 않기를. 결과의 정의로움은 불평등 재생산을 억제할 것을 요구한다. 한쪽 면 색깔을 맞추다 보면 꼭 다른 쪽 면이 흐트러진다.
2019년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이 두 요구는 구조적으로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 고도성장기보다 불평등이 심화되어 출발선이 달라지는 정도가 커졌다. 그 출발선의 차이가 다시 성취의 차이에 명백히 영향을 끼친다. 그걸 차단하려면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형식적 공정성이 흔들린다.
병목사회 해결법
한국사회는 조지프 피시킨의 책 <병목 사회>의 완벽한 예다. 이런 사회는 구조적으로 공정할 수 없다.
병목 구조가 있는 한,
병목의 입구와 병목 자체와 병목의 출구를 동시에 공정하도록 만들 방법은 없다.
출구를 정당하게 만들려면 병목 자체의 공정성을 훼손해야 한다. 병목의 우회로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병목 속성 자체를 완화시켜야 한다. 즉,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다원성이 필요하다. 경쟁 규칙의 공정성이 아니라 경로 자체의 다원성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결과가 아니라 서열화되지 않는 다원적 결과가 필요하다.
“정시확대” 가장 직관적이고 타당해 보이는 접근일 수 있으나, 병목 사회에서는 딜레마를 오히려 강화한다. 반대쪽 길, 병목 구조를 완화하는 ‘우회로 만들기’는 힘들고 오래 걸리고 여론의 주목을 끌기도 어렵다.
민주사회는 그런 힘들고 오래 걸리고 빛나지 않는 일을 감당해달라고 지도자에게 권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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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ah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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