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인간존재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유일한 해결책을 찾았던 까뮈의 책 한권 소개하려합니다.
코로나가 어떻게 될까요?
현재 살아남은 70억 인류는 대부분 바이러스를 이겨낸 존재들입니다.
역사상 현존 인류를 위협적으로 죽인 존재는 전쟁도, 기아도, 재난도 아닌 바이러스, 균입니다. 명저 [총균쇠]는 몇 명의 숙주가 옮긴 바이러스가 미 대륙의 인종들을 얼마나 철저히 말살했는지 증언합니다.
통계적으로도 인류의 70%를 죽인건 ‘전염병’이고 현재도 매년 말라리아로 100만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코로나가 세계적 문제가 되는건 인류가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점입니다. 마스크의 효과도, 전파방법도 확인된 사실이 없고 물론 백신도 없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짧은 시간안에 코로나가 완전하게 정리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찜찜하고 불안하게 남은 상태에서 1,2년이 흐르며 그 불안에 적응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공산당 독재국가 중국은 도시 봉쇄, 이동금지령을 내렸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은 연대와 제어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폐쇄와 차별, 연대와 저항 미지의 실존적 불안에 대처하는 인간의 모든 이면을 탐색한 작품 [페스트]가 요즘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부조리에 대한 실존적 집단반항을 그린 까뮈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페스트. 까뮈
부조리’와 더불어 ‘반항’ 그리고 나아가 ‘연대와 집단반항’은 카뮈의 작품과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페스트]에서는 까뮈 이상과 사상의 절정인 ‘집단적 반항’이 문학적으로 가장 잘 형상화된다.
까뮈의 명언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를 나타낸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집단적 반항’을 표현한 작품이 그의 모든 작품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그의 사상적 흐름의 정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1942년에 출간된 시지프 신화 Le Mythe de Sisyphe와이방인 L’Etranger등이 ‘부조리- 반항’의 사상이었다면
페스트는 ‘연대- 반항’이라는 실천적이고 희망적인 사상으로 굳히고자 한다.
1, 무지의 불안과 존재의 부조리
갑작스럽게 Oran 시를 강타한 페스트로 인해 사람들은 끝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스러져가는 희망사이에서 존재의 부조리를 경험한다.
어느날 갑자기 도시에 페스트가 찾아온다. 사람들이 죽어간다. 도시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세계에 고립된다. 다른 세계와 단절되다. 사랑하는 아내도, 친구도 페스트로 인해 이 도시 밖의 모든 것은 거짓말처럼 존재를 잃어버린다. 신도 모든 종교나 가치도 페스트라는 ‘무작정 찾아오는 죽음’ 앞에 빛을 잃는다. 권태의 도시에 ‘부조리’가 임한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이 빛을 잃는다. 오랑에서는 극단적 기후, 사업의 중요성이라든지, 황혼의 덧없음이라든지, 쾌락의 성질이라든지 모든 것이 건강을 필요로 한다. 병자는 여기에서 유리되고 아주 고독하다. …수 백개의 벽돌 뒤에 있는 덫에 걸려서 다 죽어가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17
환자가 생긴 집은 폐쇄되고 소독되었으며 가족들은 40일 정도 격리되었다… 전보에는‘페스트 사태를 선포하고 시를 폐쇄하라’고 적혀있었다. 68
당장의 즐거움 밖에 없는 삶.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로 되어 었었다.
또 꼭 말해두어야 할 것은, 페스트는 모든 사람에게서 연애와 우정의 능력조차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연애를 하려면 약간의 미래가 요구되는 것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순간 순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168
일상적인 실전 상황을 도저히 말도 안 될 미신으로 대치해 버렸던 것이다. 그들은 미사에 나가느니보다 차라리 마스코트 메달이라든가…. 예언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즐겨왔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예언, 미신
봄이 되자 사실 사람들은 시시각각으로 병의 종말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불행이 정말 끝이 없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옛날의 마술사들이나 카톨릭 성자들에 의한 여러 가지 예언이 이손에서 저 손으로 넘어 다녔다. p201
부조리는 세계와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 無가 아니고 존재자인가?”-하이데커.
여기서 ‘알 수 없다’는‘무지’가 아닌 ‘의미가 없다’이다.
지금 이순간만은 그도 자기 주위 사람들처럼 페스트가 오든지 가든지 사람의 마음에는 조금도 변할 것이 없다고 믿고 싶었다. ….. 이름도 없는 구덩이에 허망하게 묻혀있거나, 또는 재속에서 녹아 없어진 사람과 더불어, 모든 기쁨을 잃어버린 어머니들, 배우자들, 애인들에게 여전히 페스트는 계속되고 있었다. 265
페스트는 ‘부조리’ 즉 ‘삶과 세계의 무의미함’을 상징한다. 무의미함, 부조리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2.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Oran 에서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무렵, 이 시에 조직된 자원보건대를 통해 카뮈는 자신이 평소 꿈꿔 왔던 공동체, 곧 동지애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한 모범적인 예를 선 보인다.
이 공동체는 까뮈의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즉
‘고독한’ 상태에서 ‘연대적인’ 상태로의 이행의 구체적인 한 예로 든 것이다.
또한 페스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각각 카뮈의 분신(分身)으로 보는 견해 도 있다.
모르방 르베스크, 알베르 카뮈를 찾아서 - 태양과 역사, 김화영 옮김, 나남출판사,.
의사 리외가 페스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은 카뮈자신의 지식이다. 실제로 페스트를 집필하는 동안 그는 페스트 자체에 대한 자료 수집 등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알제리에서의 페스트에 대한 회상,, 유럽에서 페스트에 대한 방어, 1869년 톨로장 Tolozan의 1867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페스트 전염병, Bourges 의 페스트: 전염병학, 병균학, 예방 등을 연구했다.
카뮈는 의사 리외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투사한다.
카뮈는 청년시절에 결핵을 앓았고 입원 및 요양원 생활을 하며 의사들과 많은 접촉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의사 리외가 가진 직업적 참을성과 그의 노동자 출신 아버지와 노모 등 가족관계 역시 카뮈와 비슷하다. “신(神) 없이 성인”이 되고자 하는 타루의 성향도 까뮈와 비슷하다. 해수욕, 유랑과 소요에 대한 취향, 그리고 세세한 것을 놓치지 않는 관찰 본능, 사형과 살인을 거부하는 태도는 그대로 까뮈의 것이다. 알제리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했던 카뮈처럼 타루도 정치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소설을 쓰면서 완벽한 표현을 추구하는 고통스러운 열정을 가진
시청직원 그랑 또한 작가 카뮈가 학창 시절 시청 직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에서 겹쳐진다. 카뮈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콩바 지의 사설을 통해 프랑스인들의 레지스탕스 운동을 촉구했던 언론인이었다. 1939년, 아랍인들의 비참한 생활 조건을 폭로하기 위해「카빌리의 비참」이라는 르포르타쥬 를 쓴 적이 있다. ‘사랑’과 ‘행복’을 자신의 삶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아랍인 취재를 위해 오랑에 온 기자 랑베르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까뮈는 페스트의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가치와 소리를 모두 표현하면서 그들을 ‘저항하는 우리’로 연대하고 있다.
따라서 페스트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한데 뭉쳐 페스트를 물리치기 위해 조직한 자원보건대는 그대로 까뮈가 추구한 형제애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맺어진 ‘반항하는 우리’의 모습니다.
그러므로 리외와 타루가 바다에서 함께 수영 하는 장면과 리외가 페스트로 죽어가는 타루를 끝까지 보살피는 장면은 약자들과 연대하며 우정을 나눈 까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억을 기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까뮈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과 슬픈 기억이 페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다. 까뮈 자신에게도 [페스트]는 최고의 소설일 것이다.
해수욕을 하는 거죠^^- 해방의 추억
“우리가 우정을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세요?” 하고 그가 물었다. “좋으실 대로 합시다.” 리외가 말했다. “해수욕을 하는 거죠. 미래의 성인에게 그것은 어울리는 쾌락입니다.” (……) 그들은 옷을 벗었다. 리외가 먼저 물에 몸을 던졌다. 처음에는 차갑던 물이, 다시 떠올랐을 때는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리외는 몸을 뒤집어서 자기 친구와 나란히 같은 리듬으로 헤엄을 쳤다. (……)몇 분 동안 그들은 같은 리듬, 같은 힘으로 세상을 멀리 떠나, 단둘이서 마침내 도시와 페스트에서 해방이 되어서 전진했다.
리외가 먼저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되돌아왔다. (……) 그들은 다시 옷을 주워 입고, 말 한마디 입 밖에 내지 않는 채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은 똑같은 심정이었고, 그날 밤의 추억은 달콤한 것이었다. p 334)
정오가 되자 열은 절정에 달했다. 일종의 내장성 기침이 환자의 몸을 흔들었고 환자는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
타루는 열과 기침 사이사이에 아직도 간간히 자기 벗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마침내 눈을 뜨는 횟수도 드물어졌다. 그리고 햇빛 속에 드러난 황폐해진 그의 얼굴은 그때마다 더욱더 창백해졌다. 폭풍에 휩쓸린 그의 온몸은 발작적으로 경련하더니 이제는 그의 모습을 번쩍번쩍 비추던 번개도 점점 드물어졌고, 타루는 그 폭풍 속으로 서서히 표류해 가고 있었다.
그에게 그렇게도 친근했던 그 인간의 모습이, 지금은 창 끝에 찔리고 초인간적인 악으로 불태워지고 하늘의 증오에 찬 온갖 바람에 주리 틀리면서 바로 그의 눈앞에서 페스트의 검은 물결 속으로 빠져들어갔지만, 그로서는 이 난파를 막는 데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는 눈물이 앞을 가려 리외는 타루가 갑자기 벽 쪽으로 돌아누워 마치 몸 한구석에서 가장 근원적인 어떤 줄 하나가 툭 끊어지기나 한 것처럼 힘없는 신음 소리를 내며 숨을 거두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p 376)
페스트는 출간 일 주일 만에 비평가상 Prix des Critiques을 받은, 카뮈의 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1957년에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데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 인간이 바이러스를 상대로 이긴 적은 없습니다.
늘 버텨내는 것이죠. 인류는 전염성과 치사율이 엄청나게 높았던 페스트도 겪어냈죠.
코로나로 사람들 사이에 거리두기가 심해지고 있지만 병이 아무리 심각해 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우리가 놓지 말아야할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따스한 그것. 즉 인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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