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ah
몇년 전 나온 청년문제 관련 책이지만 지금도 여전한 현실에 드대로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청년들이 투표 안해서 아몰랑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던 시기입니다.
이 책은 “ 청년들 문제는 그런게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성대서 강의하시는 엄기호 샘 책입니다.
이분 [차별에 찬성합니다.] [단속사회]등, 청년문제로 여러권 쓰셨는데요. 등장하는 대학생들은 주로 성대,중대생들이 소재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raah의 블로그
ISBN : 9788971848456
> □ 어불성설
1. 긍정성의 시대와 깊은 우울
2. 피로사회의 파괴당한 청춘
3. 성공이 아닌 타자성의 회복
#### □ 어불성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도올 김용옥은 한 프로에서 “청년들은 헬조선을 욕할 자격이 없다.
헬조선은 그들이 만든 것이다. 정치는 투표하지 않는 세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너 투표 몇 번 했니?”라고 물었다. 손석희 뉴스 앵커도 청년들에게 “청년의 미래를 노인에게 맡기지 말라”고 권했다.
나도 청년들이 한심하다. 그들은 왜 투표하지 않는 것일까? 그들이 투표하지 않는 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탓일까?
전혀아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기성세대의 그러한 쉬운 판단을 보류하게 만든다. 그들은 왜 정치를 혐오하게 되었나? 좌파 어른들의 이런 판단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그들 뿐 아니라 요즘 대학생은 물론 고딩, 중딩의 교실에서도
* 천진난만하거나 밝고 긍정적인 청춘, 청소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현직 교사로서, 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오히려 학교에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을 만난 확률은 완벽하게 100%라고 자신한다. 그들은 불안하다. 누구의 탓일까? 패기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는 루저의 모습. 그것이 N포세대의 무능함이라는 비난은, 우파 어른들의 말도 안 되는 책임 전도다.
#### -1. 긍정성의 시대와 우울
끝없는 ‘자기관리와 자기 감시 사이에서’ 분투하는 청년들을 향해서 어른들은 혀를 찬다. 좌파는 청년들이 정치를 모른다고, 투표하지 않는다고, 탈 정치화 되었다고 재단 해 버린다. 그들은 잉여일까? 우파는 20대를 쉬운 일만 찾는다고 비난한다. 사실일까?
> 누가 힘든 일을 마다하는가?
알바를 몇 개씩 뛰며 학비와 데이트 비를 벌어야하는 게 누군가?
누가 정치에 관심 없게 만들었는가?
20대는 세상을 어떻게 읽는가?
#### 잉여, 삽질, 자유는 돈이다.
혁명? 경쟁에 내몰린 신자유주의 국가의 청년들은 정치에 냉소를 보낸다. 그들은 대학에 와서 새삼 사랑을 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기에는 자신이 가진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은,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 저 너머에 있다. 주거,교통, 무엇보다 취업이라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2008년 프랑스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주거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을 위한 집을 지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때 등장한 포스터에는 부모집에서 그것도 부모사이에서 섹스를 하는 대학생의 모습이 그려졌다. 프랑스 대학생 220만 중 기숙사 등에서 독립한 학생은 15만, 정부는 대학생 주거 공간 확대를 위해 870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p 161
70년대 대학생들은 사회인식이 강했지만, 그들은 무슨 짓을 해도 취업하고 먹고사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고졸자 중 40%정도 되는 ‘대입자들’은 사회가 그들의 자존감을 충분히 높여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은 팔리기 위해 나를 전시해야한다. 진정한 가치는 내면에 있다고? 멀쩡한 인간이 되기 위해 취업해야 하고 취업을 위해서는 학점도 높아야하고, 영어공부도 해야 하며, 패션 감각도 있어야 한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루저’가 된다. 총체적인 [인정 투쟁]을 벌여야 한다.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해야 인간이다. 나와 모두에게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
저자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책속에서 이런 저자의 항변을 , 청년들을 위한 대변을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 [이것은 결코 그들의 탓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은 처음엔 군사독재정권이었고 민주화 이후에는 친기업적인 신 자유주의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쪽으로만, 오른쪽으로만 달려왔다. 정치와 학교와 TV가 손잡고 한 번도 균형을 잡아 보려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정권교체와 민주화가 이루어졌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마저도 FTA를 적극 추진했다. 큰 변화는 없었다. 평생을 그런 물결 속에 살던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기를 기대하는가? ]
청년의 모습은 사회의 산물이다. 우리사회가 물질적 수준으로 자꾸 내려가기만 했고, 그리하여 청년들의 자기인식은 물질적 수준에 머물게 되었다.
> 몸이 최고의 아이템이고…..자기관리와 자기 감시 사이에서 p 184
그리고 이것은 이미 세계적인 21세기의 자기인식이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그러한 세계화의 바람을 어느 다른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다.
과거의 사회가 푸코가 말한 복종적 인간이 사는 규율사회였다면, 이제 20세기는 긍정성을 획득한 성과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성과주의 사회, 포스트모더니즘 사회, 다문화주의, 규제와 억압의 철폐가 이루어진 사회이다. 이 긍정의 과잉은 역설적으로 개인의 자아를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마치 늘어나는 지방으로 인해 병들어 가듯, 성과주의 사회의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며 자신을 마모시킨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기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성과를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도핑사회가 되어 만성피로에 떨어진다. [한병철의 ‘피로사회’]
이제는 내 몸의 주체가 내가 아니다. 성과사회에서는 노종자가 스스로를 착취에 내 준다. 자아의식을 갖지 않도록 세뇌되어왔다. 그 역할을 실은 사회와 학교교육이 했다.
저자가 사회학 강의를 하면서 가장 당황하게 되는 점은 학생들이 사회인식이 부족한 것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당위적 편견과 도덕성이다. 가치관은 일천한데 얄팍한 도덕성은 굳건한 것이다. 그것은 분명 입시제도의 영향이다. 즉 교과서의 힘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학교와 교육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돈과 아파트 외에 자식에게 물려줄 가치가 이념이 있는지 물으면 “없다”고 대답한다. 사회적 이슈나 문제점에 대해 논하라 하면 생각이 ‘없다’. 굳이 해야 한다면 ‘학교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만으로 설명한다. 학교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 중 삶에 유익한 것이 있냐고 물으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견을 내라’고 하면 그들이 가진 몸과 언어는 오직 ‘교과서’내용 뿐이다. 교과서는 힘이 세다.
교과서를 외우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주체가 된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를 성찰한다는 것은 그들의 몸과 입에 익숙한 도덕에 맞서는 일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 “방종은 안 된다.”, “의사를 표현해도 폭력적인 것은 안 된다.”, “사회적 동물은 사회규칙을 지켜야한다.”대부분 수업에서 나는 이 ‘도덕과 맞닥뜨린다. 정치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찬성이 어떻게 폭력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를 정치적 과정이 아닌 도덕적인 명제로 만드는지 이미 설명했다. 명품소비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도덕적 언어는 되풀이된다. p 256
이것은 21세기 사회가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전환된 전향적 논리이다. 늘 우리사회에서도 생산적 논제를 제시한다. 오늘날 학생인권, 의무과목 철폐, 자기주도 학습, 창의성, 개별성강조,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 자유로운 주체로 길러 낸 것이 아니라 더욱 불투명한 경쟁, 끝없는 자신과의 “절대적 경쟁”으로 내 몰았다.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구호는 학생들을 자기 자신과 스스로 경쟁하는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만들었다. 거시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전반적 에너지원이었던 부정성의 패러다임은 사실 많이 약해져 왔다. 분단이후 남한을 지탱해온 위협적 타자 즉 이데올로기적 타자인 북한을 부정하는 타자의 위협에 대한 인식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이후 계속해서 약화되어왔다. 한병철을 이렇게 말한다.
성과주의 사회 즉 ‘더 생산적이 될 것’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이러한 타자 부정의 패러다임을 자기착취의 패더다임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많은 성공학 개론과 경영학 서적들은 ‘당신이 경영자이며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병철은 이를 ‘당신이 자본가요 착취자인 동시에 당신이 착취의 대상자 입니다.’라고 읽는 듯하다.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모두 병들어 있다. 21세기의 질환은 긍정성의 변증법이다. 긍정의 과잉에서 비롯한 병리적 상태라 할 수 있다. 정보시스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생산시스템 모두 비만상태이다. 지방은 어떤 면역반응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것에 의존하여 사는 자는 같은 것을 죽는다.”(보리야르)
#### -2. 피로사회. 파괴당한 청춘
활동사회라고도 할 수 있는 성과사회는 서서히 도핑사회로 발전 해 간다. 2008년 IMF를 전후해서 우리 사회 속에는 자기개발서가 넘쳐나고 ‘꿈’찾기 열풍이 불어 닥친다. 긍정성의 시대이다. 이제 그 과열된 긍정성과 경쟁 속에서 청년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자극받기를 원한다.
도핑은 말하자면 성능 없는 성과를 가능하게 한다. 과학자들조차도 신경향상제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야 말로 무책임하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성과사회, 활동사회는 그 이면에서 극단적 피로와 탈진상태를 야기한다. 과도한 성과의 향상은 영혼의 경색으로 귀결된다. 성과사회의 피로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다. 그것은 한트케가 [피로에 대한 시론]에서 ‘분열적 피로’라 부른 그 피로다.
규율사회 즉 70년대를 산 세대들은 청치의식을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런 기성 세대는 요즘 청년들이 겪고 있는 피로감을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그 피로감은 막연하고, 강력해서 청년들을 파괴했다. 청년들은 지금 파괴당한 것이다. 그뿐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우리의 피로가 아니고 이쪽에는 나의 피로가 그 쪽에는 너의 피로가 있는 꼴이다. 이런 분열적 피로는 인간을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다. 심한 피로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영혼이 다 타버린다. 피로는 폭력이다.
#### -3. 해법, 성공이 아닌 타자성의 회복
오늘날 청년들은 노예에 불과하다.
> 긍정성의 과잉인 성과사회의 주체들은 정신이 죽음을 무릅쓰는 ‘죽음의 능력’을 상실하여 노예가 되었다.
> 스스로 벌거벗은 삶에 매달려 노동하는 자이다. 에로틱한 경험을 하지도 못하고 에로틱힌 갈망을 품을 줄도 모른다. 오늘날 성과주체는 헤겔의 노예와 비슷하다. 경계와 문턱이 사라짐과 동시에 타자에 대한 환상도 사라진다. 문턱의 부정성이 없는 곳에는 환상도 위축된다. 오늘날 예술과 문학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은 환상의 위기 , 타자의 소멸에서 찾을 수 있다. [에로스의 종말.한병철]
죽어가는 모든 것을 부활시켜야한다는 것이 해법인 듯하다.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쓰고 폐기 당했던 모든 것 속에 사실은 인간의 근원적 에저지가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부정성의 에너지’이다.
타자, 미래의 불확실성, 이질성, 죽음을 무릅쓰고, 모험하는 자유인, 예술과, 일탈을 다시 우리 속에 일깨워야 한다. 나르시즘의 지옥에서 해방되는 길은 오직 타자성의 부정성, 위반, 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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