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패배를 승리의 깃발인 양 들고 나가자”
특이한 책입니다. 제법 두꺼우니 몇 번 연재할까 합니다.
페소아의 ‘몰락의 자의식’의 당당함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페소아가 개인과 사회에 던진 질문과 사색은 우리가 일상에서 매우 보편적이라고 여겨졌거나, 익숙해진 시스템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존재들을 뒤 흔든다. 우리의 존재와 감각들이 무엇을 망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깨닫게 한다.
그는 일상의 모순을 예민한 감각으로 드러내어 질문 없이 살아온 삶의 존재들을 일순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삶의 모순들과 부조리함은 무엇이며 ‘나’와 ‘우리’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진지하게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다중적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그의 진지하고 솔직한 모습은 평범함에 매몰된 우리 인식체계에 상처를 준다.
Frederic Schiffter 시프테는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에서 자신의 직업인 교사
교사=‘만만치 않은 사회를 겁내는 미성숙한 어른이 택하는 직업’
평을 쾌히 수용하며서, 게으름과 태만과 늑장부림으로 세 번이나 자격시험에 떨어지면서도 부끄럽거나 썩 대단치는 않아도 경제, 사회적으로 보장받는 직업에 흡족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니체’나 ‘페소아’의 영향이다.
일찍 아버지를 잃은 시프테는 –프로이드에 따르면-아직 애도중이다. 대체 권위를 찾지 않는다.
모든 권위와 후광에 쌓인 것들을 부정하고 종교인, 관념론자들을 사기꾼 보듯 한다. 어른들이 세상에 부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과 방식들, 더 나은 시대로 나아가는 노력, 게다가 그 ‘착각’을 그토록 진심을 담아 이야기할 때 놀라고 답답해한다.
그가 본 세상은 카오스일 뿐이다. ‘삶의 자리로 나아가기’ 바쁜 신사, 숙녀들과 어울리기를 힘들어했다. 그래봤자 그 여정의 끝은 무덤 아가리일 테니까.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다. 페소아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독서법’이 그를 대변해주는 듯 닮아있다. 페소아에게 현실은 ‘독서의 퇴행’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피해 모두 흥분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휴식하고자 했다. 나는 오만가지 핑계를 찾아냈다. 사랑을 위한 휴식, 해바라기를 위한 휴식, 낮잠을 위한 휴식 그리고 휴식가운데 가장 완전한 부동에 도달하고자 했던 휴식들. 그 모든 휴식을 합산해 본 결과, 고대 시인들이나 철학자들이 설파한 좋은 삶이 전혀 부럽지 않은 ‘감미로운 생’의 분위기가 내 삶에 더해졌다.
귀찮은 사람들과 한 자리에 있어야 할 때는 ‘형이상학적 자리비우기’를 한다. 항상 책을 소지하고 있다가 거기 몰두하는 것이다. 회의중에도 훌쩍 딴 세상으로 가버린다. 정신이 부재하는 삶의 구역-어리석음,진부함,범속함-과 자유구역을 넘나드는 기술을 전해주는 친구가 내 손에 있기 때문이다. … 책을 덮을 때마다 난 운나쁜 탈주자 마냥 한참동안 까맣게 잊었던 비속한 세상의 풍습과 방언에 적응해야한다. 책에서 현실로 퇴행해 보면 그들은 야만인으로 변해 있고 내 친구들 반디니, 소아레스 등을 아무도 모른다. [불안의 서]
페소아에게 독서는 물론, ‘꿈’이나 ‘환상’도 비현실의 영역이아니라 현실보다 더 현실적 존재의 장이다.
꿈의 세계의 실재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몽환적 리얼리즘을 그린다. 독자는 주객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충격을 받는다.
페소아의 매력에 빠져 포르투갈어와 문학을 공부기 시작한 페소아 연구의 권위자 , 번역가, 작가인 타부키는 [레퀴엠]에서 ‘꿈’을 소설구성의 주 요소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환상적 리얼리즘을 펼쳐간다. 그는 이 책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문학에 나타나는 환상성, 꿈, 복수성의 의미를 연구하고 드러낸다. 타부키의 ‘꿈’(몽상, 환각 포함)은 비현실적인 것, 추상적인 것,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드러내는 도구이다. 곧, 페소아의 문학의 정체성이다.
isbn: 9788996997962
Fernando Pessoa
Fernando Pessoa는 20세기 유럽문학의 가장 복잡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 중 한사람이다.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시절을 극장과 교회라는 주변 환경을 통해 간직하고 있었다.『페소아와 페소아들』은 70개가 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명(異名)으로 남긴 산문들 중에서 알베르토 카에이루(Alberto Caeiro), 알바루 드 캄푸스(Álvaro de Campos) 등 대표적 이명 9인의 글과 페소아 자신의 본명으로 남긴 6편의 글을 엮은 책이다.
페소아와 그의 이명들이 쓴 각각의 산문들은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글은 아니다. 그가 창조해낸 이명들의 정체성을 상상하거나, 그들이 창작한 산문들의 메시지를 페소아와 연결하여 생각해보기란 쉽지 않다.
각각의 글이 주는 내용과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그의 산문들 속에서 발견된 페소아는 낭만주의자 혹은 감각을 추구하는 예술가로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자신이 살던 동시대와 밀착하여 ‘자아’와 ‘세계’에 대해서 예민하게 감각하고 사유해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모든 방식으로 느끼는 것,모든 관점을 가지는 것,매 분마다 너 자신과 모순을 일으키면서 진실할 수 있는 것. -[시간의 통로]
나, 타자되기
내가 인식하는 ‘나’자신은 얼마나 확고한 실존인가? 우리는 얼마나 ‘너’ 혹은 ‘타인’이 되어 본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스스의 ‘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페소아가 말하는 ‘나’라는 중심을 비워내고 온전히 타자가 되어봄으로써 새로운 세계관을 갖는 일은 남의 옷을 잠시 빌려 입는 일시적 행위와는 다르다.
▶ 감각,느낌, 상상 = 존재 = 실존 (예를 들어,그가 북극을 ‘생각하는 것’은 곧 ‘북극에 존재하는 것’, 때문에 그는 절대 실제로 아무데도 떠나지 않죠 ^^)
타자가 되기란 끊임없이 경험하며 감각을 확장하는 동사적 성격을 가지며, 생생함과 실존적 충만함이 동반하는 일이다. 또한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여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은 세상을 보는 학습이자 동시에 공간을 이동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행’이기도 하다. - 그가 일생동안 실험한 일이다.
- 삶에 동의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과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불안의 책』 중에서
페소아의 말처럼 ‘나’라는 주체는 본능적으로 독점적 존재가 되려고 한다.
낯선 타자를 몰아내려는 행위 역시 차이와 자기모순을 견디지 못하는 결과다.
즉 ‘모든 것을 모든 방식으로 느끼기’, ‘타자되기’ 속에 존재하는 ‘조화’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안정과 편안함이 아닌, 고도의 긴장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복잡한 사회 체제와 수 많은 인과들 속에서 눈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이면들을 마주하기 쉽지 않다.
*‘타자되기’는 ‘배려하기’따위 이해하는 척하기와 다르다.
세상에 조화하지 않는 그는 혼자, 골방에서, 세상에 순응하는 것과는 정반대적 의미로써의 ‘조화’를 위한 실존적 사유에 빠진다. 페소아의 ‘타자되기’와 ‘본다’라는 행위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다움’과 ‘살아있는 감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질문하며 성찰을 요구한다.
- ‘나 ’는 그저 다중적인 내 감각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으면서 대답했다.“이것만 말해주세요.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뭐죠?”“내가 나에게 뭐냐고?” 카에이루가 반복했다. “나는 내 감각 중의 하나지.”
-Álvaro de Campos, 「내 스승 카에이루를 기억하는 노트들」 중에서
앞부분 발췌
삶? 소일거리일 뿐
모든 문학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우리의 미학적 관조 중에서 우리가 글로 표현하는 것은 가장 불확실한 관조임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저 석양도, 산들바람도 아직 한 번도 불어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변함없는 시선으로 응시하며, 하루 하루를 책과 함께 즐길 것이다. … 마치 하루의 마지막에 모든 풍경이 낯설게 변하듯이 그렇게 변해버릴 묘사와 분석을 애써 준비할 것이다.
이것은 비니의 염세적 세계관과 다르다. 그는 인생이 감옥이라서, 죽을 때까지 새끼를 꼬면서 생을 소진해야 한다고 믿었다. 염세적인 것은 비극적 요소를 내포하고 불편한 자세를 취한다.
.. 우리가 뭔가 할 일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맞지만 … 지루함을 잊으려고 수를 놓는 소녀의 행위에 가깝다. 이것이 전부다. 나는 인생이 집과 같다고 본다. 명부에 올라온 우편마차가 나를 데리러 오기까지 그 안에서 일정 시간 보내야 한다. 마차가 어디로 데려갈지 그것은 알지 못한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일도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운명의 눈에는 낯설기만 하다. 심지어 운명 자체도 이들을 모른다. 우연히 던져놓은 돌멩이이며 의미도 생각도 없는 무의식과 재앙이 한꺼번에 뒤섞여 있다. 이것이 삶이다.
․ 참고서적: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시프테
레퀴엠. 타부키
시간의 통로. 페소아(?)
내스승 카에이루를 기억하는 노트들.(페소아)
이책, 특이한데 관심이 있으시면 내용 발췌 몇번 포스팅 할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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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생겼는지 링크 코인이 요즘 잘 올라서 링크 코인 소개를 좀 해볼까 키보드를 두드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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