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은 한국이라는 여성 험오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글이다.
이 책에 대한 해설들도 우리 모두가 김지영이고 현재를 살고있는 여성의 보편적 삶을 그렸다고 칭찬한다.
사실적인 서술이라고 하고 82년생 여성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김지영이라고 한다. 실제로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어투만 수정하면 한 권의 사회보고서나 종단연구 보고서가 될듯하다. [62년생 한국여성 지위에 관한 조사연구] 쯤 될 것이다.
이 책이 오늘날 며느리들의 공감을 많이 얻었는지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히려 놀랍다.
늙은 남성 꼰대의 시각인지 스스로 자문해야 할는지 모르지만, 82년생 김지영의 체험 기록이 보편적 82년생 여성의 체험이라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차라리 [62년생 김미숙] 이나 [52년생 김말녀]의 이야기라면 공감될 내용으로 보인다. 심하다. 같은 시대 강원도 살골 출신으로서, 그런 심한 편견은 내 주변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32년생 부모님] 세대의 말 속에 존재했던 편견이다.
요즘 서울 공원에 커피마시는 40대 여성을 보고 “맘충”이라 비꼬는 30대 꼰대들이 많다니 믿을 수 없다. 서울이 그런 동네인가?
만약 책에 서술된 내용들이 절반이상 현실에서 공감되는 분이라면 당신은 지금 수 십 년 낙후된 인간들과 살고 있는 것이니 당장 문을 깨고 달아나라고 조언하고 싶다.
82년생 김지영씨가 갑자기 헛 소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사실 헛소리가 아니라 억눌려 하지 못하고 묵혀 둔 이야기들이다. 사고로 죽은 대학시절 동창의 목소리로 “대현아 지영이 요즘 많이 힘든가보더라 잘해줘라~” 다거나
친정어머니가 빙의 되어 시 부모에게 조근조근 따진다.
“ 아이고 사부인 우리 지영이가 명절마다 몸살이에요”
“ 정서바앙! 자네도 그래. 매번 명절 연휴내내 부산에만 있다가 처가에는 엉덩이 한번 붙였다 그냥 가고. 이번에는 좀 일찍와”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에요. 저희 삼남매도 명절 아니면 다 같이 얼굴볼 시간 없어요. 그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 주셔야죠”
시원한 팩폭이다.
그리고 김지영씨의 일대기가 그려진다. 둘째까지 딸을 낳고 “어머니 죄송해요~” 라며 눈물흘린 김지영씨의 어머니 사연부터 시작된다. 태어나지도 못한 셋째는 딸이라는 이유로 낙태를 해서 막내 남동생과는 다섯 살 터울이다. 김지영씨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겪게되는 남녀 차별 스토리가 펼쳐진다.
물론 본격 스토리는 결혼을 한 후 이야기다. 시댁에만 가면 아직 애가 없다는 이유로 온갖 친척들이 김지영씨를 죄인이나 몸에 장애가 있는 듯이 추궁한다.
가족계획은 처음 보는 친척들이 아니라 남편과 둘이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괜찮아요.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엇다. …. 정대현 씨는 김지영 씨가 예민하다고 했다. 예민하다는 말이 또 서운했다. …
“그리고 잔소리 안 듣는 방법이 있긴 한데….”
“뭔데?”
“그냥 하나 낳자 어차피 낳을 텐데 싫은 소리 참을 거 없이…”
정대현 씨는 마치 노르웨이 산 고등어를 사자. 라든가 크림트의 키스 퍼즐 액자를 걸자,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큰 고민 없이 가볍게 말했다. P 135
그렇게 이 소설인지 보고서인지 모를 책은 이 사회 곳곳에 깊숙하게 박혀 빠지지 않고 녹슬어 버린 여성폄훼의 편견사례들을 죄다 보여준다. 김지영 씨의 이야기는 1500원 커피 한잔을 마시는 지영씨를 ‘맘충‘이라 비꼬는 30대 남자 회사원들의 말을 끝으로 끝맺는다.
서술자는 김지영씨를 상담한 의사로 ‘육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문제가 많으니 미혼으로 채용해야 겠다’는 말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김지영씨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이 사회가 통 째 반성하고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ISBN: 978893747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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