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여행) 불국사 2,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

고등학교 2학년 때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때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밤새로록 잠도 자지 않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밥을 먹고 바로 불국사로 갔습니다. 그저 그냥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았습니다.
그곳에 가면 항상 아사달과 아사녀 이야기를 떠 올립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다 아실 것입니다. 그냥 설화에 불과한 이야기가 제 뇌리를 항상 스치는 것은 석가탑에 그 무엇인가 절절한 사연이 숨어 있기를 바라는 기대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어느 유명한 작가가 석가탑을 시골처녀 다보탑을 도시처녀로 비유한 글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석가탑의 수수한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는 글이었습니다. 다보탑과 석가탑앞에 설 때면 왜 그 작가는 다보탑보다 석가탑의 아름다움을 더 고상하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당시에도 다보탑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감탄스러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히려 어디서나 볼 수 있던 모습의 석가탑보다는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다보탑이 더 신기했고 더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까지 여행을 하고 다니지만 불국사의 다보탑과 같은 탑은 한번도 보지 못한 듯 합니다.

그리고 석가탑이 수수한 시골처녀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묘사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보탑이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면 석가탑도 엄밀하게 계산된 균형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석가탑은 전체적인 균형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서 절제된 아름다움의 극치이지요. 절제된 아름다움을 시골스럽다고 보는 것은 석가탑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기단과 탑신의 균형이 너무나 잘 맞아서 시골처녀가 아니라 아주 세련된 도시처녀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무엇보다 석가탑과 다보탑을 각각 개별적인 의미로 파악하고 서로를 비교하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둘이 같이 서 있을때 완벽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석가탑과 다보탑의 높이와 둘레도 거의 비슷합니다. 두 탑이 위치한 장소나 크기는 대웅전을 둘러싼 회랑과 그리고 자하문의 거리를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제가 거리를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위치가 틀어져 있었다면 불국사 대웅전은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조형미를 지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만일 다보탑이 조금만 작거나 석가탑이 조금만 작아도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균형은 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특히 대웅전 기초부분의 석축 높이와 석가탑 다보탑의 기단 높이의 비율이 조금만 지금과 달라도 균형이 맞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일 석가탑 이나 다보탑 중 하나만 세웠더라면 불국사 대웅전의 조형미는 완전히 무너졌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석가탑과 다보탑을 동시에 만든 이유는 대웅전앞의 공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탑 두개를 세우면서 대웅전 공간의 활용도가 훨씬 높아 진 듯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다보탑과 석가탑을 서로 비교해보려는 시도는 불국사 대웅전의 전체 조형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합니다. 적어도 불국사 대웅전 앞의 다보탑과 석가탑은 둘이 아니라 하나의 쌍으로 파악해야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불국사 대웅전 앞 자하문의 양쪽 끝에 서서 다보탑과 석가탑을 한 번씩 보세요. 그러면 그 조형미를 좀 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자하문 지붕의 처마와 회랑의 처마사이에서 보이는 다보탑과 석가탑은 또 다른 모습입니다. 해가 살짝 지면서 햇살이 조금 부드러워질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다보탑과 석가탑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

_2050208.JPG

겨울 사진 밖에 없군요. @jsj1215님께서 사진 올리라고 하셔서 올립니다. 그런데 WB가 맞지 않아서 그런지 색이 별로군요.
우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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