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폭락과 나락을 알 수 없는 위기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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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폭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앞으로는 2008년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런 상황에 대한 원인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미국 증시 폭락의 이유로 크게 두가지를 들고 있다. 첫번째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고 두번째는 원유가격하락이다.

세상을 읽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증시가 이렇게 엉망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보도를 읽으면서 몇가지 의문을 떠올랐다. 첫번째 이번 주가폭락은 2008년의 금융위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하는 점이다. 두번째는 미국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이번 주식폭락의 두가지 이유가 과연 합당한 이유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떠올린 의문 두가지는 사실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현재 미국의 주가폭락은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일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 주가폭락이 어떤 상황을 향해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주가폭락이 2008년과 매우 다른 원인에서 출발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의 탐욕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그러나 이번 주가폭락은 그것과 전혀 다른 것 같다.

진짜 문제는 이번 주가폭락의 진짜 이유를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야 말로 진짜 위기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가폭락은 주가폭락을 설명하기 위해 갖다붙인 현상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이번 주가폭락 위기의 진정한 구조적 요인은 따로 숨어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친 것 같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도 실패했고 미국우선주의도 실패했다.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8년처럼 마구 돈을 뿌리는 방법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투자은행이 망하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구제해줘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돈을 뿌린다고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는 유가폭락의 의미이다. 1970년대 중반이후 세계자본주의는 미국과 사우디가 손을 잡고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우디가 달러를 원유결재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에 달러가 기축통화로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최근들어 미국이 세일석유를 생산하면서 그 협조관계가 붕괴되어가는 것 같다. 미국이 세일가스를 생산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이익인듯 하지만 국제자본주의 분업체제는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런 구조적인 붕괴는 미국의 세계패권적 지위를 더욱 약화시키게 된다.

산유국들이 모두 감산에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국가는 누구일까? 역설적으로 미국의 세일석유다. 일정정도 가격 밑으로 떨어져 버리면 세일가스의 채산성이 떨어진다. 그럼 미국의 경제적 동력도 힘을 잃게 된다. 산유국들은 미국의 세일가스를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여긴다. 산유국들이 그동안 자신들의 전통적 보호자였던 미국과 전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우디의 증산조치는 앞으로 미국과의 협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인지 모른다. 앞으로 사우디가 원유를 달러로 받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만일 미국이 2008년처럼 달러를 풀어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사우디는 위안화나 유로와 아니면 비트코인으로 원유가격 결재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전세계의 경제질서는 완전히 붕괴되는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위기는 중국의 도전보다 중국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는 지속적인 혁신을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어떤 나라도 무한대의 혁신을 하기는 어렵다. 기술과 과학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생태적 한계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가장 직접적인 도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과 같은 패권도전국가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에서 회피하려면 미국의 경제 사회적 구조가 모두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같은 사회에서 극단적인 부의 재분배는 쉽지 않다. 체질을 바꾸는 것은 혁명보다 어려운 일이다.

최근 몇년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패권국가 붕괴과정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우방국에게 방위비를 요구한 것은 미국이 패권체제를 스스로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체제보호비용을 국민경제에 녹여내지 못하면 더 이상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면 그 보호비용을 통상 약탈한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보호비용의 약탈은 쉽지 않은 법이다. 누가 당하겠는가? 북한도 중국과 러시아의 보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을 만든 것이다. 최근들어 터키가 핵무장을 시사한 발언을 그냥 지나쳐 보면 안되는 이유다.

이번 주식가격의 폭락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고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주식가격의 폭락의 이면에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와 모순이 켜켜이 쌓여 있으나 이를 극복할 방법이 별로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루즈벨트는 대공황이후 등장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사회주의 정책을 도입했다. 그래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공황에서 벗어났다. 미국이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철저한 몰락이었다. 문제는 미국이 아무리 공황에 빠져도 과거의 방법을 채택해서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공황탈출의 최고방법은 전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핵무기 때문에 전쟁도 못한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 위기라고 생각을 하기라도 하는지 모르겠다. 선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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