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관한 글을 쓰려다가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최근의 우리안보상황을 보면 답답하다. 그래서 한마디 적었더니 많은 댓글이 달렸고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은 항상 생산적인 일이다.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이다. 내생각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유쾌하다.
스티밋에 글쓰는 것도 매우 짜릿하다. 글을 써놓고 오랫동안 살펴보고 다듬지는 못하지만 글쓰는 순간 몰입도가 매우 높아진다. .바로 남에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경험이고 앞으로 생각날 때 마다 아이디어를 올려보려고 한다. 생각이 숙성되지 않아 날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생각을 정리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이번 글에는 EU와 유럽의 정체성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생각도 그냥 날 것이다. 독자여러분께서 회잡수신다고 생각하고 비판해주시기 바란다.
유럽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은 유럽이다. 다양한 언어와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적 사상적으로도 복잡히다. 한때 유럽은 세계였다. 그래서 유럽의 정체성이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려운 듯하다. 오히려 유럽의 특징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유럽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유럽이란 다 비슷비슷해보인다. 언어도 라틴계열이고 대부분 알파벳이며 생긴것도 코나오고 눈이 크고 백인이고 다 그렇다. 나에게 백인은 다 비슷하게 보인다. 간혹 유럽인들을 만나면 자긷들이 어디 어디 지방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그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그들도 동양인을 보면 비슷하게 생각할 지 모른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중국인들 몽골인들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나도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차이가 많다고 느낀다. 그들도 그럴 것이다. .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보이던 유럽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도 다양하고 언어도 다양하고 인종도 다양하다. 그리고 많은 국가가 유럽에 있다, 여러 수십개의 국가가 유럽에 존재한다. 서유럽 중부유럽 동부유럽에 따라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모두 다르다. 유럽인들은 슬라브인들을 유럽의 범주에 넣으려고 하지 않지만 나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자세히 드려다 보면 다르다. 슬라브인들의 원시종교는 유럽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슬라브인들이 기독교를 수용하면서 전래의 종교가 사라졌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도 바뀌었지만 그래도 유럽과 슬라브인들의 세계는 다르다. 비록 동유럽이라는 지역적 교차점이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유럽의 다양성은 역사적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게르만 족의 대이동, 훈족의 침입, 이슬람교도들의 진출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은 조그만 유럽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기서 유럽의 다양성을 서유럽과 중유럽으로 집중하고자 한다. 동유럽까지 확대되면 너무 광범위해서 다루기가 힘들다. 사상적으로 유럽은 중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적 문화와 기독교적 문화가 서로 착종되었다. 중세 이후 휴럽이 겪었던 정치적 혼란은 그리스적 문화와 기독교적 문화의 대립으로 이해해도 큰 오류가 없다.
유럽이 다양하다고 한다면 비교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동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유럽에 비해 동양은 매우 단순하다. 중국의 통일이후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버마 등등의 국가들은 수쳔년동안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은 국제질서를 유지했다. 불교와 유교 등 사상과 종교가 융성했지만 유럽처럼 서로 대립구조를 가치면서 투쟁하지 않았다. 이렇게 본다면 유럽을 다양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크게 틀리지 않다고 하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유럽이 다양한 사회라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리적 경계와 한계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없다. 단순한 동어반복에 불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의 정체성은 다양성이라는 언명으로 환원될 수 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매우 다양한 사건과 구조를 겪었으며 정치구조도 그러하다. 유럽에는 민주정에서 독재 공화정 군주정 등 모든 정체가 존재했다. 종교도 그러하다. 우리는 기독교만을 생각할 지 모르나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은 여렷이었고2기독교는 역사의 긴 과정을 보면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마저도 유럽적 다양성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을 유럽의 정체성으로 제시하는 것은 유럽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역할하게 되는 원동력이 바로 그 다양성이 아닌가 하는 추론 때문이다. 유럽이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은 다양성이 가능할 때 였다.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유럽은 세계사의 중심이었고 르네상스 이후부터 유럽은 셰계사를 주도하게 되었다. 세력균형정책은 유럽의 다양성에 바탕을 둔 대외정책이었다. 유럽의 다양성은 활동성을 증가시켰다. 반면 유럽의 통합성과 통일성은 유럽의 힘을 약화시켰다. 유럽의 다양성은 힘의 근원이었다. 서로 마음껏 경쟁하면서 뻣어 나갔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미 알아 챘으리라. 필자가 왜 유럽의 다양성을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지. 유럽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한 EU가 오히려 유럽의 활력을 저해시켰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이렇게 길게 다양성이 유럽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주장했다는 것을. 그렇다. 유럽은 다양할 때 강력해질 수 있었다. 2차세계대전이후 유럽이 통합을 주장할때 이미 유럽은 쇠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거대한 소련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유럽이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이 강력한 통합의 길을 걸으면서 유럽은 유럽의 정체성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은 유럽다울때 강력할 수 있다.
기억하는가 2차세계대전이후 1980년대까지도 세계의 예술, 문학과 철학은 유럽이 주도했다는 것을. 당시까지도 미국은 그저 힘이 센 깡패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유럽은 빈 껍데기만 남았다. 학문과 문화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왜 그럴까? 난 유럽이 유럽답지 않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다양성이 훼손되면서 유럽이 유럽답지 않게 된 것이다.
필자가 브렉시트에 주목하는 것은 유럽이 다양성을 회복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원래 단단한 물건들은 외곽부터 무너진다. 앞으로 유럽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EU가 어떻게 되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유럽의 다양성과 정체성 그리고 브렉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