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여행이야기) 절에 가는 길에서

저는 불교신자는 아닙니다. 그래도 시간만 나면 전국의 절을 다니면서 구경을 합니다. 제가 절을 즐겨 다니는 이유는 여행을 하면서 우리 선조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 절집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불교의 건축에 대해서 그리고 불교 미술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그래도 절에 여러번 다니다 보면 무엇인가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절에 다니다 보니 절을 즐기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제가 절을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절을 찾아가는 길을 감상하는 방법입니다. 어느 절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면 저는 우선 절 입구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면서 입구에서 절까지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길은 절입구까지는 차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일주문이나 불이문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지 오래된 절은 절에 들어가는 길이 길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차를 타고 잘 조성된 길을 한참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많은 경우 절을 보러 가면서 절에 가는 길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절에 가는 길은 걸어서 갑니다. 처음에는 절을 보러가는데 왜 길이 이렇게 쓸데 없이 멀고 긴거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습니다. 절에 가는 길을 걸으면서 저 나름대로 마주하게될 절집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절에 가는 길은 절집의 모습이 다른 것 처럼 모두 다릅니다. 특별히 도시에 가깝게 자리한 곳을 제외하고는 절에 가는 길은 멀고 멉니다. 왜 이렇게 먼곳에 떨어져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예전에 듣기로는 인적이 먼곳에서 속세를 멀리하여 수양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도를 닦으려면 굳이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산속에 들어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면서 유혹을 물리치고 수양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인간이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라면 수양도 유혹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절에 가면서 고명한 스님들이 득도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의 한 소절에 불과한 것이지요. 이렇게 말하면 좀 불경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만 성철스님이 자신이 수양하는 곳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몇년간 면벽을 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경허 스님이 미친 여인을 품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훨씬 더 의미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절을 즐겨 다니면서 저는 절에가는 길을 통해서 제 자신을 찾아가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발 한발 걸어가면서 저는 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가지곤 합니다. 아직도 저는 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들면서도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를 못합니다. 그저 어리석고 용렬한 사람일 뿐입니다. 얼마전만 해도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그러나 절에 가는 길을 걸으며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 가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을 알아가는 길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마치 오랫동안 걸어서 절에 가는 것 처럼 말이지요. 어떤 절이든 밖에서 바로 직접 보이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절집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꼭꼭 숨어져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밖에서 보아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꼭꼭 숨겨진 절집을 찾아 가는 것이 절을 즐기는 출발점입니다. 아름다운 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짧고도 강렬한 길, 길고 길게 늘어지면서 은은한 길들이 있습니다.

어느 절이든지 찾아 가면서 묘한 흥분을 느끼곤 합니다. 그저 들뜬 기분이 아닙니다. 그저 차분하게 저의 내면 깊숙한데서 올라 오는 아로마 향 같다고나 할까요. 큰 절은 차량이 다니는 길 옆에 걸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절대로 차를 타지 않습니다. 걸어서 가지요. 가급적이면 맨발로 걸어 가려고 합니다. 발바닥 밑으로 전해지는 흙과 나무와 잔돌을 느끼기 위해서 입니다.

간혹 절에가는 길에 맨발에 카메라를 들고 가는 사람이 있다면 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절에 가는 길은 아름답습니다. 굳이 갑사가는 길이 아니라도 절집에 가는 길은 아름답습니다. 절에 가는 길에서 느낀 아름다움처럼 우리의 삶도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간혹 우울하고 지칠때면 절에 가는 길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좋은 듯 합니다. 우리의 삶도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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