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예측하고 열어가는 사람이 시대의 주역이 된다. 스티브 잡스가 그렇고 빌게이츠가 그렇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한번 하고 지나가자. 20세기 이후 우리 인류의 삶을 가장 극적으로 바꾸어 놓은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통상 우리는 위대한 정치가를 꼽아왔다.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 같은 위기의 순간에 고독한 결단으로 승리를 이끌어내고 평화를 조성하는 위대한 정치가. 그리고 굶주림에 고통받는 국민들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도록한 정치가. 대충 그런사람들이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올랐다. 과거를 회상해 볼때 그런 사람들 빼고 어떤 사람들을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까?
20세기 후반부에 뭔가 크게 바꿔지지 시작했다. 퍼스날 컴퓨터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이것을 운용할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퍼스날 컴퓨터를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 중 하나가 빌 게이츠라고 한다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 마케팅 능력이 탁월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마케팅 능력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뭐니 뭐니해도 우리의 삶을 완전하게 바꿔 놓은 사람은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전철을 타고 주변을 살펴보라. 절반 이상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 폰이다. 지금 스마트 폰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 공부도 그렇고 은행도 그렇고 노동도 그렇고 부의 창출도 그렇고 무지하게 많은 분야가 스마트 폰으로 이루어진다. 위대한 인물을 우리 삶을 가장 많이 변화시킨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스티브 잡스라고 하고 싶다.
괴퍅하기 이를 데 없으며 고약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를 예수 탄생이후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조금 지나면 예수도 스티브 잡스 밑으로 들어갈 지 모른다. 요즘은 점점 종교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얼마지나지 않으면 종교도 없어진다는 전망도 있다.
왜 스티브 잡스와 같이 우리의 삶을 바꾼 사람들이 위대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게될까?
그것은 앞으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를 이끌었던 루즈벨트와 처칠 그리고 스탈린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내가 위대한 인물입네하는 상황 자체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매우 묘하게 서로 작용을 한다. 전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위대한 정치가가 나올 수없는 것은 앞으로 세계대전과 같은 위기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위기가 없으면 세계적으로 위대한 정치가가 나올 필요가 없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아직도 매우 불안정하지만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대규모의 비극적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핵무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전쟁 무기이지만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전략가 앙드레 보프르는 공포의 균형을 이야기 하면서 전세계 국가들이 핵을 가질 것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모든 나라들이 핵을 가지면 서로 무서워서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말도 안된다고하면서 전세계적인 비핵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볼 것은 있다. 사실 핵무기 덕분에 인도와 중국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있으며 파키스탄과 인도도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도 전쟁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앙드레 보프르의 말이 전혀 일리 없는 것도 아니다.
정치와 전쟁이 역사의 주요 사건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지금, 우리의 삶은 미래를 향해 나가고 있다. 예상하기 어려웠던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단초를 하나 제공해준 사람이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그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아마 앞으로는 블록체인의 선구자가 위대한 인물이 될지 모른다. 댄 라리머와 비탈락 부테린과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에 사내아이들에게 커서 장군되라거나 대통령되라고 하는 부모는 없는 것 같다. 난 아들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 공부하라고 했더니 그 놈은 기계공학과갔다. 거기서도 소프트웨어 공부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결국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기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와 댄 라리머 그리고 비탈릭 부테린을 위대한 인물이라고 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정치권력과 돈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관계라는 것도 과거에 비해서 그 비중 차이가 상당해질 것이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앞으로 무엇이 세상을 좌우할 것인가? 결국은 기술과 혁신이다. 기술과 혁신은 과거에도 있었다고? 그렇다. 인간의 역사는 기술과 혁신의 결과였다. 잘 살펴보라. 인간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결국 과학과 기술이었다. 기술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산업화이후 대가족제도에서 소가족 제도로 넘어갔다. 지금은 1인가구 시대라고 한다. 그것이 그냥 시대적 조류라고 생각하느가? 그냥 편해서 그렇게 바뀌었다고 보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글을 읽는 그대는 주변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내가 무엇으로 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에게 강요된 그 무엇이 소가족제도 마저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무엇을 찾아야 하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다. 지금 우리가 이런 변화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받아 들이는 것은 철학자들의 나태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야 한다. 고민하는 철학자의 부재는 우리를 상황판단없이 전쟁터에 나서서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과 같이 만든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철학자들이 대학에서 편하게 앉아서 옛날 책이나 보면서 죽은 지식이나 팔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의 방식이 바뀌었듯이 정치도 변화했다. 권위적 통치방식에서 민주화된 정치제도로 변화했다. 그 변화도 단순히 사람들의 의식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언론 때문이라고? 국민들의 경제수준이 올라 갔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언론은 언제나 기득권의 편이었다. 그것이 좌든 우든. 언론이라는 것 자체가 정의와 사실을 팔아먹는 자본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이런 엄청난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인가를 나도 꼭 찝어서 말하기 어렵다. 막스베버가 뭔지 모르지만 서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 처럼 생각된다면서 말한 선택적 친화력(selective affinity)라는 개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지금 기술의 변화는 과거와 차원이 다르게 빨리 움직인다. 그럼 그런 변화가 우리네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렇지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변화는 후행적이기 때문에 아직 현실에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남녀가 데이트하면서 식당에 마주 앉아서 말하지 않고 서로 카톡으로 이야기한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스티브 잡스를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가 만든 스마트 폰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있는 단초를 던져 놓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바뀔까? 한번 두고 볼 일이다.
필자는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이런 변화를 만들어 냈을까 하는 질문을 하고자 스티브 잡스를 끄집어 냈다? 그는 어떻게 했을까? 그냥 운좋아서? 아니면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어서? 역사에는 많은 부분 운과 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삶을 보면 그렇게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가 않다. 그는 당대의 삶에서 무엇인가 다른 미래를 보았다. 그는 현실에서 미래를 살았던 것이다. 결국 삶이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스스로 어디에 좌표를 찍는가에 달려있다.
자 이제 스티브 잡스를 어떤 사람이라고 평가할 것인가?
그는 사업가인가?
나는 그를 미래를 엿본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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