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황과 지식인 혹은 지식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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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현상황이라 함은 국민들이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서로 갈등하면서 정작 우리앞에 다가오는 쓰나미같은 위기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대책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

안보문제에 관한 글을 쓰고자 했다. 지소미아 문제와 방위비 문제로 글을 쓴 것 이외에는 거의 국내정치 문제에 힘을 소비한 것 같다. 각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기여하면 자연스럽게 사회와 국가도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국내의 중심이 잡혀있지 않은데 대외정책이니 안보니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시각과 가치관에 따라 우리 사회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 판단과 균형적 사고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그런 역할은 지식인들이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는 지식인들은 거의없다.

지식인들은 서로 진영의 첨단에 스스로 즐겨서기를 마지않으면서 거기서 떨어지는 떡고물에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이성과 합리적 판단은 진리를 찾고 추구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가 속한 진영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유시민이 스스로 ‘어용지식인’임을 선포했을 때,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살다보면 남으로부터 ‘어용’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어용지식인’이라고 선포하는 것은 상식밖이다.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철학적 통찰을 도외시한 지식인은 더 이상 지식인이아니다.

유독 최근 들어 그런 어용지식인과 문인들이 판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신의 본분을 지키기 보다 이익을 탐하기 때문이다. 그런 지식 장사꾼이 널리고 널린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러면서도 자신이 부끄러운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식인들이 나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나약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펜이 칼보다 강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 그 엄격함은 자기절제에서 비롯된다. 자기 절제는 절대로 권력자나 있는자의 편에서서 밥을 빌어 먹고 고대광실에서 편하게 살지 않겠다는 결의에서 비롯된다. 스스로 어용이라고 밝히는 자들은 대부분 그런 철학적 통찰의 과정을 생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지조를 굽히지 않던 지식인과 선각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자라왔다. 우리 자식세대가 진정 불행한 것은 그들은 우리가 보고 마음에 품어왔던 존경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지금의 지식인들은 빵만으로 살 수 없으니 고기와 술을 먹겠다고 달라드는 탐욕스런 권력자들과 진배없다. 어용지식인들이 창피한지 모르고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먹을 것 때문에 체면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치현상인지는 모르겠으니 각료와 정치인에 유독 대학교수들이 많이 등용되었다. 도처에 먹을 것이 많다보니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린 듯하다.

지식인은 권력의 잘못을 질타할 때 비로소 그 시대적 역사적 사명에 근접할 수 있다. 그 권력이 자신이 지지하든 하지 않든 상관이 없다. 잘못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눈감아 주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잘못은 끝까지 뒤집는다면 옳은 것이 아니다. 내가 싫어하건 좋아하건 상관없이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고 질타할 수 있어야 지식인이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부정부패를 비판하면 마치 정신줄 놓은 사람처럼 이성을 상실하는 지식분자들을 많이 보았다. 왜 조국만 가지고 그러냐고 말이다. 원래 권력자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같은 일도 무게가 다르다. 청와대 권력자의 범죄는 훨씬 더 무겁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가 공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식인들도 현실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인의 현실참여는 문제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그저 한자리하기 위한 현실참여는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위한 타락이다. 앙가주망이라고 떠드는 것은 겉멋든 변명에 불과하다.

자신이 생각하고 말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식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죽은 생명이다. 질타할 것을 질타하지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권력의 잘못에는 억지로 눈을 감는다면, 그런 지식인은 지식매춘부일 뿐이다.

이번 총선에 또 엉덩이가 들썩 들썩하는 지식인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중요해진 것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관이다. 많이 아는 사람보다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여의도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많이 배운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똑바로 산 사람들이다.

문재인과 추미애가 검찰을 도리쳐 놓으니까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임종석이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정계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뭔지 몰라도 임종석은 자신이 당분간 사법처리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국민앞에서 장난을 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고 넘어간다면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미래가 없다. 여당성향이건 야당성향이건 상관없이 언행의 일치라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무시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기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하나? 국민이 바보인줄 아나? 왜 지식인들은 그런 오만에 눈을 감고 있나?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진영의 이익이 아니다. 진영논리보다 도덕과 윤리의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진영논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도덕과 윤리적 기준은 최소한 충족해야 한다. 지식인은 사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을 고민해야 하고 그런 기준이 넘었을 때 준엄하게 꾸짖을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주변 상황 돌아가는 것보고 숫가락 하나 더 얹으려고 하는 지식인은 저자거리 사기꾼보다 못한 존재다.

요즘 같아서는 함석헌 선생과 김준엽선생 그리고 조지훈 선생이 그립다. 그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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