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을 나서며

투표.jpeg

아침에 투표를 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갑자기 ‘나는 무엇에 분노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는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하지 않으면 교정도 없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고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분노가 정당하지 않은 법이다. 도덕률을 벗어나는 분노는 또 다른 죄악일 뿐이다. 세상에 분노하면서 나의 분노가 합당하고 정당한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엔트로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그냥 저절로 쓰레기가 없어지고 방이 깨끗해지지 않는다. 투표도 내가 사는 세상을 청소하고 치우기 위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후와 이전은 달라질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나라가 잘되어갔으면 좋겠다. 여론 조사를 보아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할 것같다.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선택이라면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런 결과가 나오면 제발 미래통합당이 대오각성하고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이 지나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훌륭하고 자실이 높은 정치인들이 살아 남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보면 우리나라의 선거에서는 훌륭한 사람들이 선택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래는 자극적으로 국민의 감정을 뒤흔드는 사람보다는 훌륭한 인격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나와야 청신호가 켜진다.

그럼 점에서 광주의 천정배, 대구의 김부겸, 부산의 김해영, 서울의 김용태, 대전의 김소연과 같이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하며 능력이 출중하고 정의로운 정치인들이 살아 남기를 기대한다. 천정배와 김부겸을 잃으면 우리는 유능한 대통령감을 상실하는 것이다. 김해영과 김용태, 김소연 같은 사람이 선출되지 않으면 한국 정치의 미래가 어두어진다. 진영논리를 넘는 문제다.

인재를 발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제대로된 인재는 숨어서 잘 나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사람치고 제대로된 인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선거에 관한 글을 쓰면서 스스로 불편해지는 것을 많이 느꼈다. 쓸데없이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정치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사회를 소망한다. 그런 사회는 영원히 이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하면 쫄쫄흐르는 작은 정의의 물줄기마저 끊겨지고 만다.

정의는 내가 지지한 정당과 정치인을 두눈 부릅뜨고 감시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내가 지지한다고 해서 그냥 믿고 맡기면 바로 배신하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내부에 선악이 공존하는 존재다. 아무리 선한 미소를 짓고 있어도 그의 안에는 악마가 숨어 있는 법이다. 극히 소수의 깨달은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속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문재인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을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지지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들의 목적이 지금보다 더 나은 국가와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미래통합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서로를 바라보면서 같이 살기 싫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제거할 수도 없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둘다 우주로 갔으면 좋겠다고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차피 같이 살아갈 사람들이다. 결국 공존하고 서로 양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 여러분은 무엇에 분노하고 계십니까?

작성일자2020년 4월 15일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투표장을 나서며’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