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선암사의 공간 : 안과 밖

선암사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국의 다른 절들과 공간 구성이 많이 다르다. 앞에서는 절 내부의 공간이 담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통상의 절들은 그 내부 공간이 트여져 있다. 통상의 절은 내부는 서로 트여져 있지만 안과 밖은 나름대로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선암사는 안의 전각 공간은 나뉘어져 있지만 절과 절 밖의 공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어디가 안인지 어디가 밖인지가 불분명하다. 사찰 초입에 들어오는 문이 있어서 앞의 부분은 구분이 되는 듯 하지만 뒤로 나가면 어디까지가 절이고 어디서부터가 산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원래 밖에 담을 쌓아 놓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런 구분이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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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따라 잠시가다 보면 그냥 산자락이 보인다. 절의 끝부분이 자연스럽게 산자락에 연결되는 구성이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가다보면 바로 승탑이 나오고 또 바로 차밭이 있다. 선암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차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암사는 차농사를 크게 하는 모양이다. 절 뒷편이 온통 차나무로 가득차 있다. 물론 차밭으로 들어가는 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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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안과 밖이 분명한 것은 승과 속의 세계를 분명하게 구분하고자 했던 의식이 작용한 것이 아니었나 한다. 통상 교종이나 선종의 전통이 분명한 조계종 계열이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선암사는 태고종이다. 스님들이 가정을 가질 수 있다. 승과 속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아마도 그런 불교의 분파적인 특성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태고종의 본산이라도 할 수 있는 서울의 봉원사도 안과 밖의 구분이 그리 분명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안에 난데 없이 한글학회 사무실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삶의 방식은 인간의 의식세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승과 속을 엄격하게 구분하고자 했던 조계종과 달리 태고종은 승과 속을 그리 크게 구분하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일 그렇다면 승과 속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자 해서 나타난 선암사의 안과 밖에 오히려 불교적 가르침에 더 부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격함과 부드러움의 차이에서 어떤 경계를 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진정으로 법을 깨우치면 그 구분하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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