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에게서 김기춘을 읽다

노인들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에서 김기춘을 떠올린 것은 우연일까?
물러날 때를 놓치면 삶은 불행해진다.
권력의 달콤한 유혹은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것을 김기춘은 몰랐나 보다. 그는 늙어서 자식을 잃었고 명예도 더럽혔다.
자식을 앞세우고 줄기세포 치료받았다는 소릴 들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는 그저 그런 아주 심한 이기주의자에 불과했던 것같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가진 권력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몰랐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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