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가치와 상식사이

조국 사태에 대한 소위 진보진영의 입장을 보면서 무엇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위 진보진영이라고 하면서 소위라고 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 제대로된 진보가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깔려 있다는 것은 아마 다 느낄 것이다.

지금 조국 사태와 관련하여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기 보다는 집단적 피해의식 또는 망상으로 똘똘 뭉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과연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현재 그들이 말하는 사법개혁이라는 것들이 진보적 가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쉽게 말해서 사법개혁 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역사적으로 진보할 수 있는가? 조국 문제를 둘러싸고 진영논리가 판친다고 하는데 그것은 진영논리라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진영논리라면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가 충돌해야 한다. 그런데 조국 문제에서는 어떤 가치의 충돌도 보이지 않는다.

사법개혁은 가치의 영역이 아닌 듯 하다. 사법개혁은 조화와 균형이라는 상식의 문제인 듯 하다. 정치가 검찰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고 검찰이 주인을 무는 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정치가 검찰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고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서로 상반된 방향이다. 완벽하게 정치가 검찰에 개입하지 않을수도 없고 완벽하게 검찰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조화와 균형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그 조화를 어떻게 잘 만들어 가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 문제를 보면서 상식과 가치 그리고 원칙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국 문제로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가 충돌하는 것 같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 가치의 충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치가 배제된 집단적 히스테리의 충돌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집단적 히스테리라고 하는 것은 조국 사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현상을 무엇이라고 뚜렷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는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만일 끊임없이 충돌한다면 사회는 망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소위 상식과 균형이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조국 사태에서 이런 상식과 균형의 기준이 붕괴된 듯하다는 것이다. 조국의 딸이 대학과 의전원에 입학하는데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하니 그럼 나경원의 아들은 어떠냐고 검증하자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동일한 기준인 듯 하지만 전혀 맥락이 다르다. 그럼 나경원을 검증해서 그녀를 법무부 장관을 시킬 것인가?

조국이 이런 저런 의혹이 있다하니 그보다 사법개혁의 적격자는 없다고 한다. 그럼 사법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정성과 윤리성과 같은 가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무엇이 중하고 무엇이 중하지 않은지 헷갈리게 하는 일들이 그간에 벌어졌다. 소위 진보정당의 정치인들도 그런 행진에 같이 했다. 심지어 정의당도 기회주의적 성향을 명백하게 보였다.

진보진영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결격 사유의 하나는 기회주의다. 진보진영의 중요한 가치는 선명성이다. 노선이 선명해야 세력을 결집할 수 있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서 진보정당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가 기회주의였다는 것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상정이 조국을 만나서 여차하면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보면서 정의당이 기회주의의 극치에 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정의당에 대해 어느정도 심정적인 동질감을 느꼈으나 최근 조국 사태를 보면서 완전하게 마음을 돌렸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조국 임명을 반대했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 이렇게 저렇게 할 것 같으면 지나가는 초등학생이 해도 된다.

기회주의를 현실감각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이익(반사이익을 포함해서)을 바라고 타협하는 것을 기회주의라고 한다.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이 혹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공동체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타협하는 것을 현실감각이라고 한다. 정의당은 전자에 속한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 조국을 지지했던 거의 모든 정치인들도 전자에 속한다.

무엇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을까? 이념적 지향이 분명하지 않은 진보는 죽은 진보다. 국민들의 가치관에 혼란을 초래한 진보는 진보의 적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스스로 자해하고 있는 것 같다. 유감스럽게 대한민국의 진보는 죽었다.

다시 살리려면 상식과 도덕성 그리고 윤리라는 거름과 물을 주어야 한다. 진보에 있어서 현실적 능력은 그런 가치과 도덕적 기준이 바로서고 나서이다. 물론 보수는 현실적 능력이 도덕적 가치와 기준보다 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보수가 조금 썩어도 다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진보가 썩으면 드러내야 한다. 진보가 현실문제에 조금 서툴러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런 것이 상식 아닌가?


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대한 비판을 보면서

미국이 우리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국무부 대변인이 나와서 지소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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