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논산의 절 집에서 느낀 국가와의 뭔지 알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이 많다. 사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될까 ? 우리가 명확하게 아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중에서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 많다. 수학과 물리학에서 하는 이야기도 자세하게 들어가보면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별로 없습니다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하물며 사람의 일이야 오죽할까 ?

직장이 대전 근처에 있다보니 논산쪽으로 자주 답사를 다녔다. 이런 절 저런 절 다니다 보니 정확하게 이거라고 꼭찝어서 말할 수 없지만 대충 하나로 정리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의 포스팅에서 그런 분위기를 혹시 느끼셨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림짐작했던 것은 논산의 절들이 모두 고려조 초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를 호국 불교라고 하지만 논산의 절들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논산지역 절집을 다닐 때 필자를 가장 먼저 주목하게 만든 것은 관촉사의 은진미륵과 대조사의 미륵이었다. 조성한 시기도 비슷한 듯 하고 만든 방식도 거의 유사했다. 관촉사의 은진미륵은 고려 광종의 지시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한다. 혹자들은 은진미륵의 얼굴이 너무커서 비례적 아름다움이 없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런 과장된 얼굴의 크기는 매우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려 건국당시 마지막으로 후백제를 무너뜨리고 후백제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광종을 미륵이라고 믿도록 하기 위해 미를상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지나칠 것인가 ? 그리하여 멀리서도 미륵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얼굴 부분을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조사의 미륵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대조사의 미륵상도 고려 광종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논산 주변의 절들은 유독히 고려초기에 만들어진 것이 많다. 개태사가 그러하고 논산 쌍계가사 그러하다. 그리고 개태사와 쌍계사는 마치 군대의 주둔지 같았다는 느낌마저도 있다. 개태사에 가면 볼 수 있는 1개 대대병력의 국을 끌일 수 있는 철확이 그러하고 쌍계사의 그 너른 앞마당이 그러하다. 승병들의 연병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아마 고려 태조와 이후의 광종때까지 고려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후백제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이쪽지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어야 했을 것이다.

자연히 이쪽 지방의 절들은 고려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지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국가와 밀접한 관계는 거의 이지역 전체의 절들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 모두 다 불탔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같이 불탔지만 논산지역의 절들은 국가와 어떤 방식으로든 긴밀한 관계를 지녔지 않았을까 추측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관촉사에서 볼 수 있는 이승만 박사의 추모비나 미륵전에 모셔져 있는 박정희 육영수 여사의 영정을 보면서 은진미륵에서 광종의 모습을 느끼는 것이 지나친 억측일까 ?

논산지역의 국가에 대한 관계는 조선중기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 같다. 논산지역은 노론의 출발지이지 중심지였다. 김집을 위시해서 노론의 영수였던 송시열의 중심무대가 황산벌 지역이다. 당시 노론에서는 송시열을 공자를 본따서 송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사림의 중심이었던 영남에서는 지나가는 개를 시열이라고 한다고 했다. 당연히 노론은 국가와 유교적 질서가 매우 중요했다. 반면 사림의 영남에서는 이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제시대에도 이어진다. 유독 이지역 사람들은 독립운동에 많이 나서게 된다. 유관순 누나도 천안 사람이니 논산과 멀지 않은 동네 사람이다. 그리고 보면 구한말 풍운의 혁명가였던 김옥균이나 5.16의 주역이었던 김종필도 이동네 사람이다. 김옥균에 대해서는 일본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비난을 하지만 그가 가졌던 문제의식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촉사 앞에 서 있는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긴 자유수호순국지사비라는 것이 고려조 초기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그 어떤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한다면 억측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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