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횡설수설) 가장 중요한 공무원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우리 나라는 시험을 쳐서 공무원을 뽑습니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같은 것이 그렇지요. 고시를 붙으면 출세를 합니다. 옛날에는 과거가 있었지요. 과거를 통해 관리를 선발했습니다. 서양에서는 이런 과거같은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웃나라인 일본도 과거를 통해 관리를 선발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신분이 세습되었기 때문에 과거를 볼 필요가 없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지금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고시제도는 일제강점기의 유산인 듯 합니다. 일본에서 도입된 고시제도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이 만든 것을 매우 철저하게 지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나 유교, 그리고 천주교나 개신교도 그렇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만든 사람들 보다 훨씬 원리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행정고시나 사법고시도 그런 듯 합니다.

20대에 한 몇년 죽을 똥 살 똥 해서 고시에 붙으면 평생을 여유롭게 먹고 살수 있는 것이 고시이지요. 그래서 다 시험 보려고 하는 것이구요.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 당시 공무원들의 헌신으로 산업화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 때는 맞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 밖으로 보면 행정고시와 사법고시같은 시험을 통해 엘리뜨를 선발하는 국가가 제대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서양의 경우 시험을 쳐서 고급엘리뜨를 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시험을 쳐서 우수한 사람을 걸러내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정말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이 시험을 잘치르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부잘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중에서 아주 일부에 속할 뿐이라는 생각이 점차 많이 들기도 합니다.

공직자로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도덕성 아닐까 합니다. 도덕성의 출발점은 정직입니다. 미국사람들과 일을 해보았습니다. 그 사람들 사회에서는 평판이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 평판중에서 가장 큰 것은 정직함이었습니다. 아무리 능력있고 뛰어나도 정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주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우리 같으면 대충 지나갈 수 있는 것도 절대 그냥지나지 않더군요.

우리는 대충 거짓말 해도 넘어갑니다. 심지어 국방부 장관과 군의 고위급 장교가 서로 거짓말하네 마네 하고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합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거짓말을 했던 민병삼 기무사 100부대장이 거짓말을 했든, 둘중의 한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이겠지요. 저는 일개 대령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령이 거짓말 하다 걸리면 끝장 납니다. 거짓말로 잃어 버릴 것이 너무 많지요. 생긴 것을 보니 교활한 사람 같지도 않더군요.

그런데 말이지요. 오늘 아래와 같은 사진을 받았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시를 해서 문제가 되었던 회의에 참가했던 국방부 실장과 국장들에게 사인을 받으라 했다더군요.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 계엄과 관련한 문건이 큰 문제가 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라는 연판장입니다. 민병삼 대령은 거기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말이지요.

국방부.jpg

요즘 SNS 정말 무섭습니다. 실시간으로 바로 나오는군요.

만일 민병삼 대령 말이 맞다면 장관이 돌린 연판장에 사인을 한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 어려운 시험을 거쳐 뽑아 놓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장관이 하라고 한다고 없는 사실에 자신의 이름을 판 것인가요 ? 만일 국방부 고위공무원들이 장관이 시킨다고 없는 사실에 사인을 했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이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시험잘보는 사람들이 도덕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엘리뜨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저는 도덕성이 시험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군요. 통상 정직하고 의로운 사람들은 약삭빠른 거짓말쟁이 보다 훨씬 어렵게 살아갑니다.

참여정부에서는 2016년에 행정고시를 폐지하려고 계획했었습니다. 행정고시로는 복잡한 시대에 맞는 인재를 뽑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장관과 일개 대령의 진실공방사이에서 저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평소에 육군사관학교 폐지론자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 척결할 때 육사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 육사가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보다 못하진 않은 것 같군요.
만일 정직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한다면 말이지요.

유감스럽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민병삼 대령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저만의 생각은 아닌 듯 합니다. 수사하면 다 나오겠지요.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올드스톤의 횡설수설) 가장 중요한 공무원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